[팜뉴스=최선재 기자] 국회에서 식약처의 조건부 허가 제품 관리를 강화하는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해당 법안 통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식약처가 그동안 조건부 허가 제품을 부실 관리하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띄우기 전략에 날개를 달아줬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의 방관으로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조건부 허가를 받고 제품을 판매하면서도 해당 조건 입증에 필요한 임상 자료 제출 기한을 무제한으로 연장받는 것은 물론 결과 보고서조차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 약사 사회의 주장이다.

'조건부 허가'는 항암제 등 중대 질환 치료제, 희귀의약품 등의 경우에 임상적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임상 시험 자료 등을 근거로 안전성·유효성 등을 확증하기 위한 투약자 대상 임상시험 자료를 정하는 기간 내에 제출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하는 제도다.(식약처 정의)

한 마디로, 환자의 '치료 접근성' 확대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품목 허가를 내주는 제도다. 신약을 허가 받기 위해 통상적으로 '임상1상-2상-3상'이란 절차를 거치지만 조건부 허가 제도는 향후 특정 조건을 내걸고 '임상1상-2상'만으로도 품목 허가가 가능하다. 

다만 '최대 명분'이 필요하다. 심각한 중증 질환 또는 희귀 질환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이 조건부 허가 대상이다. 대체 치료제가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암 등 중대 질환, 희귀 질환, 감염병 대유행 예방 또는 치료 목적의 첨단 바이오의약품도 해당된다. 

2010년 본격 시행된 이후 13년이 흘렀다. 수많은 제약 바이오 기업들이 조건부 허가 제품을 시판했다. 

A 사도 그중 하나다. 수년 전 조건부 허가를 받고 치료제를 판매했다. 그 이후 6년 동안 시판 후 조사(PMS) 증례수를 600례 이상 수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지만 그 이후 증례수를 100례 이상으로 줄였고 식약처는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A 사는 3상 임상시험에서 확증적 유효성 입증에 실패했다. 환자 모집에도 난항을 겪어 결국 판매가 중지됐다. 그런데도 임상시험 제출 기한 연장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최초 허가 이후 장기간 동안 '조건부 허가'를 상태를 유지했지만 품목 허가가 최종 취소되거나 시장 완전 철수는 이뤄지지 않았다.

A 사는 승승 장구를 거듭 중이다. 

A 사의 사례뿐만이 아니다. 최종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조건부 허가 의약품 35개 품목 중 15개(42%)가 허가된 지 3년이 지나도 임상시험 결과를 제출하지 않았다. 35개 중 국내 개발 의약품 10개 중 8개 품목이 결과 보고서를 미제출했다.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정책 팀장은 "조건부 허가 의약품의 목적이 퇴색됐다"며 "개발이 어려운 치료제에 대한 접근을 높이기 위해 사용돼야 하는데 실제는 전혀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희귀 질환 등에 대한 환자들의 접근성 강화를 위한 것보다 주식 시장 수익을 창출하려는 목적을 위한 것으로 돌변했다"며 "주식 시장에서 조건부 허가 품목들을 가지고 주가를 뛰우려는 목적이 크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 큰 문제는 '조건부 허가' 품목이 최종 허가를 받는데 난항을 겪어도 주식 투자자들은 그런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식약처가 3상 결과를 제출하지 못하더라도 반복적으로 임상 시험 기한 연장 조치를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원래는 조건부 허가 이후 3년 정도 걸리면 확증적 3상 임상을 해서 임상 결과를 토대로 평가를 받아서 정식 허가 여부를 전환해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나라 조건부 허가 제도는 그런 것들을 강제하지 않아서 5~10년이 돼도 조건부 허가가 유지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식약처는 그동안 유의미한 조치를 하지 않고 방관해왔다"며 "임상 시험 결과 등 허가 자료를 빨리 내라고 재촉하지 않고 임상시험 연장을 무분별하게 수용했다. 그 사이 바이오 기업들의 주가 띄우기는 계속됐지만 아무런 통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결국 최근 국회가 칼을 빼들었다. 최 의원은 지난 5월 조건부 허가를 받은 자가 임상 시험 자료 등의 제출 기간을 연장할 때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의견을 듣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조건부 허가 의약품 관리 강화법'을 발의했다. 

조건부 허가 품목에 대한 임상시험 연장 결정을 식약처 내부 검토와 자문을 거치는 현행 법령을 뜯어고치겠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조건부 허가 제도를 악용한 주가 띄우기 전략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이동근 팀장은 "과거에는 가이드라인 수준이었기 때문에 강제성이 없었다"며 "식약처가 감시를 하지 않고 기본적인 가이드라인 준수에 대한 노력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법 차원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해당 법이 통과된다면 식약처가 조건부 허가 연장을 쉽게 해주지 못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바이오 기업 대표들과 일부 언론은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는 이유로 주식 투자자들 현혹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의 피해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식약처가 임상 연장 신청을 무차별적으로 받아주면서 이를 외면 중이다.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지 않으면 노골적인 주가 띄우기 전략은 끝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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