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이권구 기자] 우리 정부는 코로나19 첫 확진 사례 발생 이후 3년 6개월 만인 5월 11일  코로나19 비상사태 종식을 선언했다. 지난 3년 간 진행된  팬데믹은 약 3000만 명이 넘는 누적 확진자를 양산하며 사회, 경제적 측면에서 급격한 변화를 가져왔다.

코로나19 유행기간 중 급속도로 확산된 변이 바이러스는 전 세계 방역 조치 체계에도 큰 혼란을 야기했다. 전세계적으로 공공의료 인프라, 인력,  초기 안정적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국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많은 유무형 피해를 남기고 전세계적으로 비상사태는 종식됐다. 하지만  엔데믹에 들어선 지금, 향후 도래할 새로운 감염병에 신속 대응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독자적 백신 개발 플랫폼 구축과 연구소, 제약사, 허가기관 등 이해관계자들 간 유기적 협력 중요성은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코트라 미국 워팅턴 무역관(정세원)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약 20년 동안 전염병 분야에서 백신 및 치료제 연구와 개발에 힘써 온 미국 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민지영 박사 인터뷰를 전했다. 인류 삶을 위협하는 감염병에 대비해 R&D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 정부와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보는 인터뷰다. 소개한다.

 본인 소개 

-텍사스 주립대학교에서 호흡기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기전 이해와 치료제 및 향후 인플루엔자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았고 NIH(미국 국립보건원)에 근무하며 인플루엔자 고병원성 바이러스로 인한 국가 감염병 위기 대응 기반을 구축하고 다양한 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하는 과제를 수행했다. 이후 한국파스퇴르연구소에서 고병원성 인플루엔자 및 신종 호흡기 바이러스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를 약 7년 정도 진행했다. 현재 글로벌 제약사 GSK에서백신 개발에 적합한 플랫폼을 발굴하고 향후 효과적 백신 파이프라인 전략을 수립하는 기능을 6년째 진행하고 있다.

팬데믹에 대응하는 한국 바이오기술 수준은

-최근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팬데믹, 그 이전 메르스 사태, 그보다 더 이전 H1N1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 여러 다양한 감염병 사태를 경험하면서 최근 10년 사이 한국 내에서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노력이 체계를 갖춰가고 있다는 점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고 평가다. 반면, 한국이 글로벌 백신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을 만큼 어떤 역량이 됐느냐 하는 부분에서는 앞으로도 체계를 좀 더 공고히 해야 하는 과제들이 아직 남아 있다고 본다.

백신 개발자로서 설명해 드리자면 새로운 감염병이 도래했을 때 신속 대응을 통한 백신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들이 존재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대표적 플랫폼 중 하나는 DNA가 갖고 있는 유전정보에 따라 필요한 단백질을 합성해 질병 발병 원인 파악은 물론 유전자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RNA 플랫폼이다. 개인적으로 한국 고유 독창적 플랫폼 개발을 다양하게 함으로써 감염병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이러한 팬데믹 상황에서 국제적인 감염병 대응에 같이 참여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백신 개발 R&D 활동이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사회·경제적으로 팬데믹이 미칠 수 있는 막대한 손실은 우리가 이미 경험한 코로나19 사태로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충분히 이해됐다고 생각하고, 그런 측면에서 백신 개발 R&D 활동은 국가 위기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가 됐다고 판단된다. 아주 정확하게 다음 팬데믹을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미국을 포함한 대다수 백신 치료제 개발 선진국들은 감염병에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플랫폼 구축을 통해 감염병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팬데믹을 통해서 RNA 플랫폼 효과성이 전 세계적으로 검증됐다. 그런 측면에서 RNA 플랫폼처럼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특정 감염병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을 연구개발해 아직 도래하지 않은 팬데믹을 예측하고 선제 대응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일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약사 성공사례 확보와 대학-연구소 감염병 R&D 역량 맞물려 발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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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국립보건원>

한국과 미국 전염병 관련 연구환경을 모두 경험했는데, 미국에서 얻을 교훈은 

-한국 질병관리청에서는 감염병 관련 국가 위기 대응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고, 한국 국립보건원이 현재 NIH(미국 국립보건원)에서 수행하고 있는 여러 가지 기능을 벤치마킹해 초기 기초 연구부터 실질적 백신 및 치료제 개발까지 전반적 프로세스를지원하고 있다고 알고 있다. 

한국 연구 환경과 가장 큰 차이라고 판단되는 부분은 미국 NIH나 CDC(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에서 수행하는 여러 가지 감염병 대응 활동에는 막대한 국가 연구비 지원이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에서도 어떤 위기 상황에 단발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중 장기적 비전을 갖고 기초 연구 단계에서부터 실질적 백신, 치료제가 출시되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활발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된다면 분명 미국과 같은 성공 사례가 한국에서도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특히 가장 인상적인 부분을 꼽자면, 미국은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 협력에 굉장히 열려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국가 기반 연구비 지원을 통해 만들어진 기술들이 실질적으로 상용화가 돼 출시되는 과정은 굉장히 복잡하고 또 다양한 프로세스를 거쳐야 한다. 미국은 그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 간 긴밀하고 다양한 연계를 통해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제품이 효율적으로 출시될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미국 정부 출연 연구소가 독자적 연구 결과를 도출해 내면 제약사는 그들이 축적해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해 내고 또 FDA와 같은 허가기관이 먼저검토하고 신속하게 승인하는 일련의 과정이 거의 동시간대 진행됨으로써 백신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빠른 시일 내 전달될 수 있게 한다. 이해관계자들 간 유기적이고 긴밀한 협력 프로세스 구조는 한국이 꼭 적용했으면 하는 미국 연구 환경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진출 희망 한국 바이오기업에 조언은

-유명한 글로벌 제약사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기보다는 감염병 관련 글로벌 R&D 환경이 상이하다는 점을 고려, 한국 만의 유일한 특장점 분야를 발전시키고 현재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들을 채워 나가는 전략을 수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병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가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했는데 ,분명 그런 상황에서 한국 감염병 R&D 기술이 국제적 협력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특히 한국은 진단 부분에서 굉장히 가치가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국제적인 무대에서 공조 경험 부족으로 한국 기술들이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굉장히 안타까운 부분이다. 그런 측면에서 국제 무대 경험을 통해 적극적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한국 만의 특화된 기술을 발견하고 강화해 나아가야 할 것으로 본다.

한국은 최근 10년 사이 막대한 R&D 관련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그런 지원을 바탕으로 한국 특유 원천기술을 개발해낼 수 있는 기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이러한 물질적 투자 외 백신 개발 관련 커리큘럼 개발이나 산학 협력이 더 강화돼야 한다. 탄탄한 산학 협력이 구조적으로 한국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산학 연계를 선도할 수 있는 한국 제약사들 성공사례 확보와 함께  연구 협력을 할 수 있는 대학 및 연구소 감염병 R&D 역량도 맞물려 발전해야 할 것이다. 반도체 산업과 마찬가지로, 머지않아 국제 무대에서 당당히 활약하고 있을, 백신 분야를 포함한 한국 바이오산업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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