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일명 '죽은 심장'이라 불리는 순환기 사망 이후 심장을 되살려 이식하는 수술이 기존의 뇌사자 심장이식과 비교했을 때 안전성 및 생존율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국내에서는 뇌사 기증자의 심장이식만이 가능하지만, 미국 등에서는 순환기 사망 심장이식이 합법화돼 있어 이번 연구 결과가 주목된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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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이식은 선천성 심장판막질환이나 회복이 힘든 말기 심장질환 환자에서 병든 심장을 제거하고 건강한 기증자의 심장으로 바꾸는 수술이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2년 처음으로 시행된 이후 수술 건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해 매년 200여명 정도의 환자가 심장이식술을 받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는 연간 3000~4000건 정도의 심장이식 수술이 시행되고 있으며 심장이식에 대한 수요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다만, 장기이식 특성상 공여자가 늘 부족해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최근 5년간(2017~2021년)의 국내 장기이식 현황을 살펴보면, '이식 대기 중 사망자' 수는 2021년 2480명으로 2017년 대비 40.8%가 증가했고 이 중 심장 이식 대기자는 107명으로 전체 사망자의 4.3%를 차지했다. 

국내의 경우 심장 공여자는 '뇌사상태'인 환자에게서만 기증이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과 서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심장 이식 수술에서의 수여자와 공여자 간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이른바 '죽은 심장'이라 불리는 순환기 사망 이후의 심장을 소생시켜 이식을 하는 방법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DCD라 불리는 순환기 사망 이후 기증(DCD, Donation after Circulatory Death)은 체외 이동식 기계관류(Normothermic machine perfusion) 장치인 'OCS Heart'를 사용해 박동이 멈춘 지 15~20분이 지난 인간의 심장을 정상적인 상태로 되살려 이식용으로 사용하는 방식이다. 

2014년 미국에서 개발된 이 기술은 임상시험을 거쳐 효과성이 입증됐고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 2022년에 OCS Heart를 승인해 DCD를 통한 사람의 심장 기증을 합법화했다. 이후 미국의 심장이식 건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국제 의학저널 뉴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슨(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순환기 사망 이후 기증 받은 심장이식이 뇌사 후 기증 받은 심장이식 결과와 안전성 및 생존율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한 연구 논문이 게재됐다.

미국 듀크대학교 메디컬 센터 연구팀은 총 166명의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 실험연구를 진행했다. 이들 중 ▲86명은 뇌사자로부터 심장 이식을 받은 환자(뇌사자 심장이식군)였고 ▲나머지 80명은 순환기 사망 기증자로부터 심장이식 수술을 받은 환자(순환기 사망 심장이식군)였다. 

1차 안전성 지표(Primary safety end point)는 이식 수술 후 30일째 시점에서의 심장이식 관련 중대한이상반응(Adverse event)에 대한 평가였다. 1차 평가변수(Primary end point)는 뇌사자 심장이식군과 순환기 사망 심장이식군 간의 6개월 생존율에 대한 비교였다.
 

표. 이식 후 1년까지 환자 및 이식 생존(출처=NEJM)
표. 이식 후 1년까지 환자 및 이식 생존(출처=NEJM)

연구 결과, 1차 안전성 지표인 심장이식 후 30일 이내에 환자당 발생한 중대한 이상반응 평균 수는 뇌사자 심장이식군에서 0.1건, 순환기 사망 심장이식군에서 0.2건으로 확인돼 두 군간의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또한 1차 평가변수인 심장이식 후 6개월 생존율에서는 뇌사 기증자군의 생존율이 90%(95% CI, 84 to 97)였고 순환기 사망 기증자군이 94%(95% CI, 88 to 99)의 생존율을 기록했다. 

연구팀은 "그간 심장이식 수술은 뇌사 공여자로부터 기증 동종이식에 대한 이식 적합성과 심장기능 평가 등을 거쳐 진행돼 왔으나 심장이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순환기 사망 이후 심장이식 가능성에 대한 평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순환기 사망 이후 체외 이동식 기계관류를 통해 재활성화 시킨 심장을 이식 받은 결과가, 뇌사 후에 냉장 보관으로 보존된 심장 이식과 비교해 열등하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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