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올해 하반기부터 '기등재 제네릭'에 대한 약가 재평가가 본격 시행된다. 2020년 7월, 복지부가 신설된 계단식 약가 제도를 기존 제네릭에 적용한다고 공개한 이후 약 3년 만이다. '직접생동'과 '원료의약품 등록' 요건 중 하나라도 갖추지 못한 제품들이 약가 하락 대상이다. 

매출 손실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업계 전반의 분위기는 어둡다. 하지만 이번 재평가를 꼼꼼히 준비한 제약사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품질 강화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탁 제네릭의 직접(자체) 생동 전환 과정에서 품질을 다시 돌아본 결과, 일종의 자신감을 얻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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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가 2020년 7월, '기등재 제네릭' 약가 인하 카드를 내세웠을 업계 분위기는 "어차피 똑같은 약인데 직접 생동을 요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라는 성토로 가득했다.

그러나 모든 제약사들은 정부 결정이기 때문에 직접 생동 전환을 수소문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위탁 생동을 맡긴 제네릭을 직접 생동하기 위해서였다. 

그 이후 3년의 시간이 흘렀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오는 7월 '약가 인하' 철퇴를 맞을 전망이다. 일부 대표 품목은 직접 생동을 진행했지만 전체 품목에 대해 직접 생동 요건을 만족하기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올해 상반기까지 자료 제출을 못했다면, 제네릭 약가는 전방위로 깎인다. 제약사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배경이다.

그러나 팜뉴스 취재진은 최근 중견제약사 대표이사를 만난 이후, 뜻밖의 목소리를 들었다. 

중견제약사 대표는 "결국 복지부 약가 재평가의 목적은 품질 강화"라며 "직접 생동을 통해 제네릭 효능이 오리지널과 어느 정도 동등하다고 입증 가능한 회사들에 대해 약가 보전을 해주는 방식으로 품질 관리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이번 제도의 취지다. 취지에 주목하면 자체 생동과 자사 제조가 가능한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기회였다"라고 전했다. 

대표의 말을 종합하면, 제대로 '준비'해온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기등재 제네릭 재평가가 공포의 대상이 아닌,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줬다는 것. 

이같은 인식의 저변에는 적극적인 투자와 인프라 조성으로 제네릭 약가 유지를 위한 안전망을 마련해왔기 때문에 품질을 더욱 높였다는 자신감이 깔려 있다.

앞서의 대표는 "이전에는 대다수 제약사가 다른 곳에서 만든 제네릭 제품을 팔았다. 수많은 제약사들이 R&D 투자 없이 위탁 제네릭으로 매출을 늘려 쉽게 수익을 얻어온 것이 사실"이라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기등재 제네릭 재평가로 인한 약가 인하 예고로, 자체적으로 생동이 가능한 인프라를 갖춘 회사들이 늘어났다"라며 "복지부가 약가라는 기준으로 고품질의 제네릭 개발 역량을 갖춘 제약사를 선별하고, 그런 기준을 맞춘 제품들에 혜택을 주겠다고 천명한 것은 다분히 상식적인 접근이다. 일정 기간 동안 준비할 기회를 부여한 이상, 향후 제네릭 시장도 그에 맞춰 재편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일부 제약사들이 자체 생동 전환 과정을 '피곤한 과정'의 연장선이 아니라, 고품질 제네릭을 생산해야 하는 숙명으로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제네릭 약가 인하라는 위기를 '품질 강화' 모멘텀으로 삼은 제약사들 입장에선 자사 제품에 대한 인식 전환을 꾀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뜻이다. 

이는 약가 인하를 방어하겠다는 소극적 차원을 넘어서서, 제네릭 직접 생동을 포함한 생산 시스템 뿌리를 바꿨다는 자신감이다. 

심지어 중견 제약사 임원들 사이에서는 환자와 의사들의 제품 선택 측면에서도 인식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예측까지 들린다. 

또 다른 제약사 임원은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이번 제네릭 평가를 '약가 인하'로 초점을 맞추지만 긍정적인 기대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며 "국민들이 고품질 제네릭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제품명만 다르고 한 곳에서 찍어낸 약이 아니라, 이제 소비자들은 직접 생동하고 생산하면서 품질을 엄격하게 관리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뿐만이 아니다. 제네릭 제품에 대한 의사들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며 "아직까지 제네릭 처방에서는 영업력이 최우선인 경우가 많지만 재평가 기간이 끝나고 옥석이 가려지면 믿을 수 있는 시설에서 제네릭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보증이 가능하다. 의사들이 장기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제품들을 제대로 고를 수 있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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