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웅 KJPA 회장(한국산텐제약 대표)
이한웅 KJPA 회장(한국산텐제약 대표)

[팜뉴스=김민건 기자] 코로나19가 전세계로 확산하며 한국에 진출해 있던 한국일본계제약기업협의회(KJPA) 소속 회원사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일본인 주재원들의 신변 변화도 있었고, 협회 활동을 전개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전세계적 감염병 대응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모든 업무에서 소통의 단절을 불러왔다. 위기는 리더십을 필요로 했다.

현재 KJPA를 이끄는 이한웅 회장(한국산텐제약 대표)의 취임 초기 코로나19가 시작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회원사의 안정적 경영과 협회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꾸려야 했다.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임기 2년의 회장직 재임을 할 수 있었다. 위기 상황에서 보인 리더십과 KJPA 소속 회원의 신뢰, 성과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일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88년 중외제약에 입사, 한국알콘을 거쳐 산텐제약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그의 경력은 남들과 다른 면이 있다. 중외제약 영업 현장에서 3년을 보내고 비서실로 옮겨 다시 3~4년을 보냈다. 그 뒤에는 다시 마케팅으로 옮겨와 1996년부터 프로덕트 매니저(PM)가 됐다. 

이 회장의 삶에서 IMF가 변곡점이 됐다. 당시 전문성 있는 경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안과 분야 전문제약사 알콘을 거쳐 지금 산텐 대표까지 올 수 있었다. 최근 KJPA에서 이 회장을 만났을 때 그간 경험해 온 삶의 흔적이, 코로나19를 이겨낼 수 있었던 ‘연륜’임을 알 수 있었다. KJPA라는 다양한 제약사들이 모인 협회를 이끄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팜뉴스는 이 회장으로부터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KJPA의 모습을 들을 수 있었다. 또한, 한국에 진출한 일본계 제약사들이 국내 사회와 어떻게 호흡하며 발을 맞추려고 하는지, 이들이 생각하는 제약사 본연의 역할은 무엇인지 들었다. 인터뷰를 통해 일본계 제약사들이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 사회와 함께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 노력을 전한다.

2022년 9월 KJPA에는 19개 회원사가 활동 중이다. 정회원(9개사)과 준회원(10개) 소속 임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정회원 자격은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같은 성격의 단체인 일본 제약공업협회(JPMA) 소속이면서 한국에 진출한 회사로 정하고 있다. 정회원사가 운영위원회를 구성, 의사결정을 통해 협회 정책을 이끌어 간다.

▶지난 2021년 4월 재임기를 하며 두 번째 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코로나19 기간 협회장을 맡으면 어려운 상황을 헤쳐가야 했을 것 같습니다

"재작년 4월 회장이 되었을 때는 코로나19가 막 터졌던 때였다. 그동안 중점적으로 해왔던 것들을 멈춰야 했다. 예로, 2017년부터 한국 의료계에 대한 공헌을 본격화하고자 진행한 KJPA 세미나가 있다. 한국 기업들이 일본 제약 정책을 이해하거나 또는 일본의 다양한 제도를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목적으로 세미나를 매년 개최해 왔는데, 코로나로 중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 세미나를 기반으로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일본제약공업협회가 교류하고, 복지부와 일본 후생성과 같은 정부기관 간의 교류까지 연결되는 의미있는 세미나였는데 중지된 것은 많이 아쉽다. 현재는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일본제약공업협회가 주도하는 심포지엄으로 발전했고 두 협회 간의 교류에 있어서 KJPA가 어떠한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인가 계속 모색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가 안정화되면 이 역할을 포함해 KJPA가 한국 제약업계에 어떠한 실제적인 공헌 활동이 가능할지도 새롭게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 사회에 대한 기여를 실현하기 위해, 매년 봉사활동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는 김장 나눔을 제외하고는 멈춘 상황이다. 매년 진행되는 김장 봉사활동은 실질적으로 사회적 취약 계층을 돕는다는 취지와 함께 KJPA의 일본 주재원과 가족분들이 한국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두 가지 목적을 같이 하고 있다. 또한, 한국 주재원과 가족분들이 직접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시행해 왔는데 지금은 시행하지 못하고 있어 아쉽게 생각하는 대목이다."

2021년 11월 KJPA 협회 김장 나눔 봉사활동 현장(가운데서 오른쪽으로 첫 번째가 이한웅 회장).
2021년 11월 KJPA 협회 김장 나눔 봉사활동 현장(가운데서 오른쪽으로 첫 번째가 이한웅 회장).

▶코로나19 전에는 세미나도 개최하고, 봉사활동도 활발히 했다고 하셨는데요, KJPA는 일본계 제약사 CEO들의 모임으로 출발해 올해로 정식 출범한 지 12년째 입니다. 과거와 비교해 현재는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있나요

"2010년 출범 당시와 비교해 KJPA가 하고자 하는 협회 활동의 목적과 근간은 크게 바뀐 것은 없다. 설립 목적을 보면 한국에서 회원 기업의 원활한 사업 추진에 필요한 모든 부분에서 지식을 습득하고, 연구하고, 그 성과를 대외 활동에 반영함으로써 한국과 일본의 관련 산업 발전에 기여한다고 돼 있다. 회원사 간 친목과 교류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고 이를 토대로 한국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협회 본연의 목적은 현재도 여전히 같다."

▶KJPA가 많이 알려지지 않아 궁금해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처음 출범 당시 취지와 목적대로 협회 회원사 비즈니스, 사업 목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협회를 운영하고 있다면 중점적으로 다루는 분야는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정보 교류와 여러가지 제약 관련 전문 지식의 연구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KJPA 산하에 RARC(약사), MARC(메디컬어페어), PRRC(약가보험), CPRC(공정거래) 4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있다. 4개 분과 모두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고 공조가 필요하므로 RC(Research committee)를 통한 교류와 지식 함양은 매우 유용하다. 4개 RC는 각각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높이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고 검토와 제안을 기반으로 정부에 다양한 정책 건의도 진행 중이다."

 

"제약사의 가장 본질적인 사회 공헌은 신약개발과 도입"

▶정책 제안 관련해 좀더 상세한 얘기를 해주실 수 있나요

"한국에 진출한 일본회사는 주로 오리지널 제약사로 신약들을 취급한다. 신약을 신속히 도입해 환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의미있고 제약사 본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신약 도입을 위한 절차는 매우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중복되거나 일부 개선의 검토가 필요한 절차도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부분들을 보다 합리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것이 정책 건의의 취지이다. 이것은 사업의 차원이 아니고 환자 치료의 확대라는 차원으로 접근하고 이해할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한국 사회, 한국의 환자들을 위한 정책 건의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국내로 신약을 빠르게 들여오려면 허가와 보험약가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협회 차원에서 신약 접근성을 좀더 원활히 개선하기 위한 활동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KJPA 차원에서는 각 회원사의 경영 차원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 협회는 회원사의 상위 개념의 단체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각사의 경영 성과는 각 회사의 영역일 뿐이다. 아까 4개 분과가 운영된다고 말했는데, 왜 4개 영역의 RC만 운영할까라고 묻는다면 여기에 답이 있다.

예를 들어 마케팅 RC가 없거나 세일 파트(sale part)의 RC를 운영하지 않는 것, HR의 정책을 공유하지 않는 것 등이 그 예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것은 각 회원사 사업의 영역이고 사업적으로는 경쟁 관계일 수 있으므로 전략과 정보를 함께 공유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4개 분과는 위험관리나 절차 개선 등에서 협력하고 공조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나는 제약회사가 사회에 가장 의미있게 공헌할 수 있는 부분이 신약개발과 도입이라고 본다. 신약들이 환자에게 빠르게 처방되게 하려면 어떤 활동이 필요할까라는 본질적인 부분에 집중하고 있다.

KJPA 회원사 중에는 한국글로벌의약산엽회(KRPIA) 소속도 있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KPBMA )소속도 있지만 제약바이오협회에 훨씬 많이 가입한 상태다. 제약바이오협회 안에 일본계 제약사 특별위원회가 운영되고 있다. 특별위원회를 통해 제약바이오협회와의 정책 공조를 진행하고 있고, 두 번째는 SJC(Seoul Japan club)를 통한 정책 건의이다. SJC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진출한 모든 회사들의 모임이다. 다양한 산업군으로 분과가 나뉘어 있는데 제약은 생활관련위원회에 포함되어 있다. 이쪽을 통해 관련 건의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계 제약사 문화는 고용 안정·인재 육성 배려 확실...사업 전략은 매우 치밀하게 세우고, 그 과정도 매우 중요하게 여겨"

▶일본계 제약사 문화를 많이들 궁금해 합니다. 흔히 일본계 제약사는 글로벌 문화와 국내 문화를 반반씩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그렇다고 보시나요? 다국적사 중에서 일본계 제약사만의 특징이 무엇일까요

"기본적으로 기업마다 특징이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일반화시켜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다만, 조심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일본 제약사의 역사나 성장 과정으로 볼 때 아무래도 어느 정도 공통적인 DNA는 분명히 있는 것 같다. 우선, 고용 부분에서는 확실히 다른 점을 느낀다. 사원 중시의 문화라고 할까, 한 번 채용하면 고용 안정이나 인재 육성 측면에서 더 많은 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일본계 제약사는 결과와 함께 과정과 계획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사업 계획의 프로세스나 전략 타당성에 대한 입증이 매우 치밀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다. 결과만의 평가가 아니라 그 결과를 만드는 절차와 과정에 많은 의미를 부여한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플래닝(Planning)에 대해 가지는 의미가 훨씬 강하다. 나는 운좋게 국내 기업, 미국 기업, 일본계 기업에서 모두 일해봤고, 모두 마케팅 업무를 담당해 보았다. 마케팅 플래닝(Marketing planning)이라는 업무로 보면, 미국 기업과 일본 기업은 확실히 포맷(format)과 프로세스(process)가 다른 감이 있다. 일본 기업은 상대적으로 보다 디테일하고 치밀하고 실행 가능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경향은 전반적인 경영 방식에도 녹아져 있는 것 같은데, 내 개인적인 견해라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웃음)."

▶20년 넘게 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방금 말한 일본계 제약사 문화 중에 '나'라는 사람과 정말 잘 맞는다고 느꼈던 점이 있나요

"글쎄, 맞는 것도 있었고 스스로 맞춰간 것도 있었던 것 같다. 2001년 당시 한국산텐 설립 멤버로 들어와서 지금까지 20년을 넘게 일하고 있다. 입사해서 한 10년간은 일본식 경영과 관리방식에 다소 충돌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런 방식 아래에서도 결국 그 방식의 장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배우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어떤 사안을 훨씬 다각도로 분석하고 실패 확률이 적은 답을 찾아가는 방식이 어느 정도 체득화 된 것 같다. 

또, 한편으로는 상호 신뢰의 문제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본사와 지사는 강한 신뢰 속에서 협력하고 운영된다고 볼 수 있는데, 관리가 강한 일본 기업이라고 이야기했던 부분도 상호 신뢰가 쌓이면서 자율성이 보장되는 것은 분명해지는 것 같다. 나에게 이렇게 변화하는 것을 느끼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었다고 생각한다. 더불어 그 과정 속에서 사업에 대한 안목이나 견해, 전략이 탄탄해지는 것을 경험한 것은 정말 가치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일상회복, 한일 교류 확대와 한국 사회 공헌 위한 마중물 만들고 싶어"

▶내년 3월로 임기를 마치신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협회 운영 방향이나, 퇴임하실 때 어떤 협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 듣고 싶습니다

"코로나라는 위기를 원만히 극복한 협회장이 되고 싶다(웃음). 사실은, 어떤 시기에 KJPA 활동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는 굉장히 까다로운 일이었다. 앞에도 말했지만 KJPA는 상위 개념 단체가 아니라 회원사들이 만든 모임이다. 그렇기에 내가 회장이 됐을 때 코로나 상황 속에서 KJPA 활동이 각 회원사 사업에 영향을 주어서는 안된다는 방침을 설정했다.

KJPA는 다양한 활동과 모임, 교류를 통해 사업이 전개된다.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모임을 통한감염 확산은 회원 건강과 회원사 안전, 그리고 사회적 역할을 고려할 때 최대한 자제할 필요가 있었다. 

또한, 코로나에 따른 각 회원사의 경영 상황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었다고 생각이었으므로 각 회원사는 사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KJPA 회장이지만, 엄중한 코로나 상황에서 각 회원사가 보다 안정적으로 경영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우선 순위를 둔 의사 결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제약회사의 사회적 책무를 생각했을 때에도 적어도 KJPA 활동으로 인한 코로나 전파는 피하고 싶었다.

이제 코로나와 같이 가야 하는 엔데믹 상황으로 정책이 변화하고 우리는 일상을 회복하고 있다. 환자 감소나 백신 접종 확대 등 사회적 환경도 우호적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는 한일 교류 확대와 한국 사회로 공헌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좀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시행할 생각인데, 내가 회장으로 활동하는 동안에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마중물을 만들어 놓을 수 있다면 다행이다.

KJPA 내부적으로는, 예전과 같은 규모를 만들어 여러 사업을 왕성히 진행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고 싶다. 코로나 이전에 전체 KJPA 회원수가 70~80명 정도였는데 절반이 일본 주재원이었다. 현재는 인원이 50명 정도로써 일본 주재원은 채 20명이 안 된다. KJPA활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기 위해서는 회원 수의 보강이나 더 젊으신 분들이 회원으로 참여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주시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한 방향성을 검토해 두고 그 기반을 튼튼히 하고 퇴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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