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태일 기자]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후발 기업들의 백신 개발에 대한 어뎁티브 임상시험, 실용 임상시험, 시뮬레이션 연구 등 혁신적인 임상연구 방식이 국내에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전문 인력 양성과 함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반적인 백신 개발단계는 다른 의약품 개발과정과 마찬가지로 백신 후보물질 탐색, 전임상시험, 임상시험, 규제 기관 승인의 절차를 거치며 후보물질 발견에서 허가까지 10~1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장기간의 임상시험이 필요한 만큼 팬데믹 상황을 대비해서 후발 주자들은 비교임상을 통한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시간을 단축 시킬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팬데믹 대응을 위한 신속 백신 임상시험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신규 허가를 위한 임상은 위약 대조 시험 대신 비교임상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스트라제네카⸱모더나⸱화이자, 심리스설계(Seamless design) 등 전략적인 접근

코로나19로 긴급 허가가 필요한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백신 개발에는 COVID-19의 바이러스 구조가 메르스와 매우 유사해 메르스 연구결과물을 바탕으로 후보물질 탐색을 하는 등 전략적으로 접근했다. 다만 모더나 백신은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시험을 생략하고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을 시작하여 윤리적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신속 백신 개발을 위해 1상과 2상, 2상과 3상, 혹은 1상, 2상, 3상을 모두 결합하는 심리스설계(Seamless design)를 사용했다. 한 번에 2~3단계의 임상시험을 통합하여 설계, 실시함으로써 규제 기관의 승인, 행정적인 절차, 임상시험을 세팅하는 데 드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모더나는 1상과 2상 시험을 각각 실시하여 3상 시작까지 총 19주가 걸렸으나, 화이자는 임상 1~3상을 통합하는 임상 설계로 13주 내에 2-3상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었다.

대규모 임상시험을 위해 광범위한 글로벌 임상시험 네트워크를 사용하였으며, 임상시험 수행기관의 시험 수행 능력, COVID-19 발병률 등을 고려한 기관 선택을 통하여 최단기간에 환자가 모집될 수 있도록 했다.

2000년 중반부터 추진된 미국의 CTTI,(Clinical Trials Transformation Initiative), 영국의 UKCRC(UK Clinical Research Collaboration), 유럽의 LS RIs(Life Science Research Infrastructures)와 같은 임상시험 역량 강화 정책을 통해 구축된 질병별 임상시험 네트워크가 COVID-19 백신 및 치료제 임상시험에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또한, 미국의 경우 COVID-19 환자를 입원시키는 병원에 대한 파격적인 지원금을 통해 임상시험을 위한 의료 인력 확보를 지원하는 것은 물론 임상시험 실시 전부터 같은 플랫폼의 의약품제조 경험을 바탕으로 제조 공정을 개발하고, 신속한 품질 관리가 가능하도록 사전 준비함으로써 임상시험 시료 준비에 드는 시간을 단축했다.

초기 임상시험 때부터 상업용 규모의 제조 준비를 하여 사용 승인 후 최단기간에 제품이 대량 생산, 공급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생산에도 충분한 사전 준비작업을 거쳤다.

FDA도 COVID-19에 대한 집단면역이 긴급히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해 FDA는 백신이 위약보다 최소 50%의 효능을 보여야 한다고 권고하는 등 백신 효능 인정 기준을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했다. 규제 기관은 임상시험 계획 승인, 사용허가 등을 최단기간 내에 결정하기 위하여 롤링 리뷰 프로세스를 적용하여 임상시험 자료를 검토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모더나, 화이자 백신 모두 임상시험에서 위약 집단을 사용했다. 감염병에 대한 최초의 백신을 개발하는 임상시험은 비교할 백신이 없는 상태이므로 위약대조(Placebocontrolled) 설계를 하여 위약 집단과 효능을 비교했다.

그러나 감염병에 대한 특정 백신의 효율성이 발표되거나 사용 승인이 된 후에는 위약 대조는 윤리적인 이유로 허가되기 어려우며, 후발 백신은 기존에 승인된 백신과의 효능 비교를 통해 효과를 입증하는 비교 임상시험을 수행해야 한다.

비교 임상은 시험 대상자 수가 수만 명에서 수천 명으로 줄어 개발 비용과 소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며, 이미 백신 접종률이 높은 상황에서 백신 미접종자를 대규모 모집해야 하는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

지난 2021년 4월 프랑스 발네바社가 개발한 COVID-19 백신(VLA2001)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대조군으로 하는 교임상(3상)을 승인받아 임상을 수행하였으며 6월 24일 EU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한국 SK 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코비원도 비교 임상 방식으로 임상 3상을 진행해 지난 6월 29일 한국식약처로부터 판매허가를 받았다.

백신 공급 증가에 따라 대조 임상시험 수정해야 

그러나 코로나19 예방 접종률이 증가함에 따라, 후발 백신에 대한 위약 대조 임상시험의 수행은 윤리적으로 더 이상 허용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된 위약 대조 임상시험은 백신 공급이 증가함에 따라 설계 일부를 수정해야 할 수도 있다.

비교임상, 면역가교연구(Immuno bridging study)가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한 면역학적 지표(ICP) 확립 등의 기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새로운 팬데믹에 대비 백신 임상시험 설계 전략 필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이 진행되는 동안 이에 대한 백신을 개발할 때에는 급변하는 역학에서 전염병 발병률 예측이 매우 어렵다.

사회적 거리두기 및 검역과 같은 병원체 확산을 통제하는 공중보건의 중재 효과로 인한 복잡성 가중에 따라 임상시험의 검정력과 정확성이 전체 임상시험 대상자의 규모가 아닌 확인된 전체 감염사례 수에 의해 결정되는 어뎁티브 (Adaptive, 적응적) 임상시험 설계 도입이 적절하다.

국제사회가 추진하고 있는 백신 개발 기간을 100일로 단축하려면 그간 발전되어온 과학적 요소들을 활용해 현재 개발 패러다임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활용된 심리스 임상시험 방식으로 임상시험 기간을 단축하고, 급변하는 역학 상황에 따라 합리적으로 시험 방식을 조정할 수 있는 정교한 어뎁티브 임상시험 설계가 필요하는 것은 물론 마스터 프로토콜을 활용하여 하나의 임상시험에서 여러 백신 후보를 동시에 평가함으로써 임상시험 효율을 높여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백신의 유효성은 중증화율, 치명률, 무증상자를 포함한 감염률을 지표로 하여 검증되었으며, 일정 수의 감염자 수를 확보하여 결과를 분석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따라서 면역학적 지표(ICP)를 조기에 개발하여 임상시험에서 백신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시간을 단축하고 이러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백신을 조기에 출시하는 방법도 고려해야한다.

글로벌 협력 임상시험 네트워크 구축도 필수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경험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팬데믹 상황에서는 임상시험 대상자를 단기간에 모집하고, 다양한 환자집단에 관한 연구를 동시에 수행하기 위한 글로벌 임상시험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특히 질병에 대한 사전 정보가 부족한 신종 감염병은 REMAP 연구와 같은 어뎁티브 백신 개발 플랫폼을 사전에 구축하여, 팬데믹 발생시 글로벌 협력을 통해 신속하고 유연하게 임상시험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국내 제약사들도 향후 발생할 팬데믹에 대비하여 장기적인 안목으로 안정적인 백신 R&D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수한 연구들에 정부의 연구지원비가 대규모로 지원될 수 있도록 하고, 연구 과정을 철저히 관리하여 연구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병원체와 질병의 특성을 조기 파악할 수 있는 역량, 임상시험 환자모집 전략, 유익성-위해성 측정치 등에 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구축 등 백신 개발 과정 전반에 걸쳐 취약한 부분을 강화해 나아가야 한다”며 “어뎁티브 임상시험, 실용 임상시험, 시뮬레이션 연구 등 혁신적인 임상연구 방식이 국내에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관련 전문인력 양성과 함께 체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감염병 분야 글로벌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전문가 및 정보의 교류, 협력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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