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이하 건약)가 지난 19일 식약처가 최근 발표한 ‘식의약 규제 혁신 100대’ 과제를 향해 국민의 안전보다 제약산업 육성을 우선시한 규제 완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건약은 “식약처가 무책임하게 제약기업에 ‘자유’를 주면 국민안전은 누구의 책임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첫째, 정부는 ‘글로벌 혁신제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각종 규제완화책을 마련한 것을 철회해야 한다”고 전했다.

또 “둘째,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을 확대하고, 간소화 하는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라며 “셋째,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신속개발을 위한 규제완화 조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아래는 건약 성명 전문

지난 8월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는 산업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하였다. 이번 100대 과제는 윤석열 정부에서 취임한 오유경 식약처장이 규제재검토를 위해 수차례 간담회 및 토론회를 열어 뽑고 뽑은 발표안이다. 결국 대통령 취임식이나 광복절 경축사에서 수십차례 ‘자유’만 줄곧 외쳐왔던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규제완화 정책의 일환인 것이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는 식약처의 100대 규제혁신 정책이 가지는 위험성, 특히 국민의 안전보다 제약산업 육성을 우선시하는 규제완화 정책에 반대한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식약처의 본질에 대해 다시 돌아보며, 규제완화 정책을 철회하고 안전관리를 위한 방안모색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첫째, 정부는 ‘글로벌 혁신제품’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각종 규제완화책을 마련한 것을 철회해야 한다. 식약처의 이번 발표안에 글로벌 혁신제품이라는 단어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보도자료에서 글로벌 혁신제품이라는 단어에 대해 명확한 정의는 내리지 않은 채 ‘치료제가 없는 영역의 신규 치료제 또는 안전성·유효성이 현저히 개선된 중대질환 치료제’로 뭉뚱그려 예시를 들고 있다.

2016년부터 식약처는 수차례 혁신의약품, 획기적의약품, 혁신신약이라는 이름으로 개발지원 및 허가를 완화하는 법안을 발의해왔다. 하지만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에 도움될 수 없다는 이유로 시민사회단체들이 반대하여 통과되지 못하였다. 그럼에도 식약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글로벌혁신제품’이라는 새로운 포장지로 허가완화 정책을 펼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발표안에 따르면 글로벌혁신제품은 일부 심사자료를 시판 후로 연기할 수 있도록 완화할 수 있으며, 심지어 국내 허가기준이 아직 개정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국제적 기준을 차용하여 선제적으로 의약품을 허가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법령으로 규정되어 있는 안전관리 기준을 무시하고 국민의 안전과 직결되는 행정조치를 취하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식약처가 환자들의 치료접근성이라는 핑계로 의약품 평가에서 꼭 필요한 중요 임상시험 자료를 시판후로 미루고 의약품을 허가하기 위한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검토를 생략한 허가는 환자의 안전을 도외시 하는 조치일 수 있다.

최근 연구에서 미국 FDA가 임상 3상 자료를 시판 후에 제출하기로 약속하고 허가받은 의약품들 중 절반에 가까운 의약품이 임상적으로 효과가 없다고 발표했던 점을 고려하면, 정부는 환자들의 안전한 의약품 사용을 보장하기 위해 불필요한 조건부 허가를 줄이고 시판 후 자료제출에 대한 기준을 강화하는게 순서일 것이다. 

둘째,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을 확대하고, 간소화 하는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 보도자료에서 식약처는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에 대한 요건을 완화하고, 한국에서 진행되지 않는 임상시험이더라도 임상시험용 의약품의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많은 의약물질들은 대부분 임상시험 개발과정에서 실패하고 사라진다. 임상 1상에 도전하는 100여개의 의약품 중 실제 유효성을 증명하여 신약으로 개발에 성공하는 경우는 10개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항암제의 경우 성공률은 더욱 낮아진다. 여러 경우를 고려하면, 환자가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통해 치료에 유의미한 사례를 남기는 경우는 전체 시도횟수 중 1% 수준일 것이다.

식약처는 동화속에서 나오는 환상을 자꾸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행위를 멈춰야 한다. 식약처가 이러한 완화조치를 시행한다면, 개발과정에 불과한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환자들이 사용하여 발생할 부작용 등의 문제에 대한 책임은 환자가 아니라 안전관리에 소홀한 식약처에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셋째, 코로나19 백신·치료제의 신속개발을 위한 규제완화 조치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식약처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의 신속한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신속임상지원 플랫폼을 마련하고, 임상시험용 mRNA 백신 생산 및 임상시험계획의 심사·승인 단계에서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들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지속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코로나19 백신 수요는 급한 문제로 분류하기 어려워졌다. 4차접종을 시작한지 6개월 가량 지났지만 접종률은 13%(8월 18일 기준)에 불과하며, 수백만 개의 백신이 유효기간 도래로 버려질 만큼 현재상황이 코로나19 백신 접근성을 이유로 무리한 규제완화조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신속한 코로나19 백신 개발과정으로 인해 국민들은 부작용에 대해 많은 우려들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도 부작용에 대해 인과관계 인정을 받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보상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은 새로운 감염병 대응을 위한 연구들을 검토하고 차분하게 관련 기초연구들을 검토해야 할 시기에 가깝다. 국민이 바라는 건 ‘신속’이 아니라 안전한 감염병 대응 치료제 및 백신 개발을 위해 관리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정부의 대규모 지원정책으로 코로나19 백신, 치료제 관련 기업들의 연구들이 우후죽순 범람하면서 주식시장의 혼란을 일으키는 등 규제완화 조치 또한 다른 차원의 문제들을 발생시킬 우려도 크다. 그리고 식약처는 이미 각종 규제완화 조치를 통해 렉키로나 주를 개발하였으나, 현재는 코로나19 치료제로서 유용한 옵션으로 사용되지 않음을 감안하여 속도전보다 내실을 채우는 정책마련에 힘써야 할 것이다.

의약품, 의료기기 등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분야이다. 식약처는 규제기관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산자부 방식의 산업육성 지원과 규제완화 정책보다 기초연구단계의 꾸준한 지원 및 과도한 이윤추구로 발생하는 안전문제를 예방하는 노력들을 충실히 해나가야 한다. 지난 수년간 폐기된 규제완화 정책들이 왜 폐기되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내 제약산업에서 특별히 주목할만한 혁신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내놓은 규제완화 방안은 단순히 산업진흥만을 위한 개악안에 불과하며, 앞으로 국민 건강과 안전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식약처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정책이 될 수 있음을 염두해야 할 것이다.

심지어 식약처는 규제혁신 과제를 발표하는 과정에 보건시민사회단체의 입장을 따로 요청한 바 없다. 식약처가 의견수렴을 단순히 규제완화 방안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절차로만 바라보지 않는다면 정책 추진을 잠시 멈추고 실질적으로 규제정책을 고민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한 절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2022년 8월 19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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