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식약처가 예고한 ‘바이오의약품의 시판 후 약물감시 시스템 개선’ 조치를 향해 우려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최근 행사를 통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시판 후 약물 감시를 기존의 사용성적 조사 대신 RWD(실제 사용 자료)로 대체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임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규제 완화로 식약처가 대다수 국민의 안전을 포기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대다수가 접종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안전성 감시가 RWD를 기초로 이뤄질 경우 약물 부작용 감시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식약처는 최근 주최한 ‘의약분야 규제혁신 국민 대토론회’에서 “제약사들은 시판 후 약물 감시를 위해 사전(시판 전)에 조사계획을 수립해서 의료기관과 사전 계약을 맺고 일상적인 진료 상황에서 사용 성적 조사를 시행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백신도 다른 의약품과 동일하게 시판 후 약물 감시를 수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은 여러 사유(백신 정부조달, 조사계획 수립 시간, 대상자수의 변동)로 사용성적조사 수행을 위한 사전 계약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식약처가 내놓은 해결책이 RWD(Real-World Data, 실사용데이터)라는 점이다. 

RWD는 실제 진료 현장, 즉 일상에서 수집된 환자 데이터다. 식약처는 “대유행 감염병 백신(코로나19백신)부터 시판 후 약물 감시에 실제 사용자료(RWD)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며 “RWD를 활용하면 시판 후 약물 감시에 대해 다양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상 전문가들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의는 “제약사들이 시행한 사용성적 조사는 굉장히 좋은 양질의 RWD 데이터”라며 “제약사와 의료기관이 시판 이전에 계약을 하고 일상 진료 하에서 약 600~3000명을 대상으로 신약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들여다보는데 이보다 좋은 자료가 있는지 모르겠다. 양질의 RWD를 포기하고 또 다른 RWD로 대체하겠다는 식약처의 이번 결정을 이해할 수 없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의약품 ‘시판 후 약물 감시’는 일종의 재심사 성격의 제도다. 제약사들은 임상 당시, 발견하지 못한 의약품의 효과성 또는 안전성에 관한 자료를 파악해서 식약처에 제출해야 하는 의무를 부담한다. 사용성적 조사는 재심사의 대표적인 방법이다. 보통 의약품 시판 이전 의료기관을 정한 이후 약 600~3000명 정도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일상 진료 하에서 시행한다. 

제약사들은 사용성적 조사를 공포의 대상으로 여긴다. 장기간 진행되는 것은 물론 조사 대상자 수를 만족하지 못하면 과징금 처분은 물론 최악의 경우 허가 취소가 될 수 있다. 일부 제약사들은 식약처 산하 중앙약사심사위원회에 사용성적 조사 계획서 중 고정 증례(대상자) 수를 줄여달라고 읍소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때문에 모더나,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백신 개발사들의 사용성적 조사를 RWD 자료로 대신할 경우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안전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 임상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식약처의 엄격한 감시 하에 시행하는 사용성적 조사가 엄선된 RWD 자료인데도 식약처가 이를 고려하지 않고 정체 불명의 RWD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더욱 큰 문제는 RWD를 토대로 코로나19 백신의 부작용을 추적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들린다는 점이다. 

앞서의 전문의는 “RWD 같은 빅데이터를 근거로 코로나19 백신의 안전성을 검토하는 방법은 위험한 시그널을 검출할 때 유용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RWD를 토대로 백신 접종 이후 급성 심근염 증가했다면 심근염이 정말 위해하게 증가됐다는 시그널 검출이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 자체로 코로나19 백신 안전성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하다. 교란 인자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어떤 환자가 백신 접종 이후 한달 뒤 급성 심근염이 생겼는데 질환이 생기기 일주일 전에 코로나가 확진됐다면 심근염이 원인인지 코로나 때문인지 RWD로 판단이 어렵다”며 “백신 접종 이후 폐색전증이 생긴 환자가 1년 전부터 폐색전증 위험인자를 지닌 사례도 마찬가지다. RWD에서는 이런 교란 인자를 전부 배제하기 어렵다. 수많은 부작용 사례를 놓칠 수 있는 이유”고 경고했다.

하지만 식약처 측은 이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29일 “코로나19 백신은 이번에 제약사가 아닌 정부가 계약하고 조달해서 공급한 측면이 있다”이라며 “일반적인 의약품과 달리 재심사 성격의 사용성적 조사가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한 대책을 마련한 것. RWD 역시 관계기관과 논의한 이후 그 형태를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임상 전문가들은 식약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전문의는 “식약처는 이미 의약품안전관리원을 통해서 백신 부작용 관련 정보를 전달받고 있다”며 “의사, 간호사, 환자들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이상 반응을 보고해왔다. 그것 역시 엄선된 RWD다. 이를 제대로 검토하는 것이 우선인데 유독 코로나19 백신 재심사만을 RWD로 대체하겠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 이는 규제 완화를 명분으로 국민 대다수의 안전을 포기하겠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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