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제약 바이오 업계의 회계 부정 논란은 매년 끊이지 않는 골칫거리다. 특히 대형 상장사들의 회계 부정 이슈는 언제나 주식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왔다. 제약사의 회계 담당자들이 공시 시즌이 돌아올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 배경이다. 

제약산업은 특히 임상 1상, 2상, 3상 시험에서 수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신약 개발을 위해 시험을 통과할 때마다 R&D 비용이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신뢰와 기대가 동시에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바이오시밀러나 제네릭 개발에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제약사 회계 담당자들이 회계 장부를 더욱 효율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서용범 삼일 회계법인 파트너가 5일 개최된 '회계 이슈 및 대응전략 세미나’를 통해 해법을 제시했다. 행사에서 주목을 받은 특정 발언을 소개한다. 

#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지침 숙지 필수

여기 계신 회계 실무자들은 국제회계기준(IFRS) 무형자산 인식 요건에 대해 수차례 들어봤을 것이다. 신약 개발의 어느 단계가 지나면 비용을 무형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기업은 무형자산의 미래 경제적 효익을 창출하는 방법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고 생각한다. 무형자산으로 완성할 수 있는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 대해 ‘우리 프로젝트는 무조건 성공한다’고 자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공 가능성을 바라보는 기업 내부와 바깥의 시선은 괴리가 크다. 이같은 차이 때문에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등 감독 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의 회계 처리를 인정할 수 없는 상황이 그동안 수차례 나왔다. 

2018년 금감원이 IFRS에 따라 ‘연구개발비 회계 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발표한 배경이다. 제약 바이오산업의 신약 개발 승인절차의 특성이 반영된 지침이다. 여기서 신약부터 제네릭까지 약의 종류별로 자산화 가능 단계를 정하고 있다. 이를 반드시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 파트너 발표 자료 일부 발췌(제약바이오협 제공)
서 파트너 발표 자료 일부 발췌(제약바이오협 제공)

# 임상 3상 개시 승인 이전? 자산가치 객관적 입증 힘들다. 

먼저 신약은 임상 3상 개시 승인 이후 자산화가 가능하다. 이는 미국 제약바이오 통계를 바탕으로 최근 10년간 임상 3상 개시 승인 이후 최종 승인율이 50%에 달한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50%에 미달했다면 무형 자산화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 

하지만 바이오 시밀러는 신약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준이 낫다. 자산화 조건이 임상 1상 개시 승인이다. 1상 승인 이전에는 자산가치의 객관적 입증이 어렵다는 얘기다. 바이오시밀러도 미국 연구결과를 기초로 판단했는데 임상 1상 개시 승인 이후 최종 승인율이 약 6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제네릭의 자산화 조건은 생동성 시험 계획 승인이다. 정부가 오리지널약과의 화학적 동등성 검증자료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일반적으로 자산가치의 객관적 입증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금감원 감독지침은 임상성공률에 대한 미국 내 조사 결과 및 이에 기반한 학술 연구 결과를 판단의 근거로 활용했다. ‘Clinical Development Success Rates’라는 제목의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2006년부터 10년간 시행된 임상시험 자료를 토대로 만든 자료다.

자료를 보면 단순히 신약이 아니라 바이오마커 사용 여부로 구분된 파이프라인에 대한 상세한 내용도 보인다. 제약사 담당자들이 각자의 회사에 맞는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해당 데이터를 참고해서 자신의 회사 상황과 유사한 데이터를 찾아야 한다. 

보고서 내용이 기술적으로 100% 맞지 않지만 적어도 감독지침에 따라 회계 처리를 했을 경우 외부 투자자나 회계법인이 문제제기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 임상용역업체의 인보이스 청구 시점, ‘비용 인식 시기’로 적절치 않아 

연구개발비 비용 처리 시점 관련해서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겠다. A 회사는 미국의 임상용역업체에 연구 개발 관련 임상 용역을 의뢰했다, 회사는 해당 지출을 KIFRS(한국채택 국제회계 기준서) 제1038호에 따른 개발비 자산 인식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했다.

임상용역업체는 주요계약 단계의 완료 시점에 invoice(송장)를 발행해서 A 회사에 비용을 청구했다. A 회사는 당시 임상용역업체의 비용 청구 시점을 기준으로 이를 당기 비용(경상연구개발비)으로 인식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회사의 비용 인식시기는 적절한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시기가 적절치 않았다. 기준서 제1038호에 따르면 연구 활동을 위한 지출은 발생 시점에 비용으로 인식하고 용역 제공의 경우에는 그 용역을 제공 받을 때 비로소 비용으로 인식돼야 한다는 대목이 나온다.  

기준서는 또 기업이 용역을 제공받는 시기는 공급자가 그 용역을 수행하는 때로 명시한다. 따라서 A 회사는 임상용역업체의 비용 청구 시점이 아닌, 임상 용역 업체의 진행률에 따라 ‘용역을 제공받는 시점’에 관련 지출을 당기 비용으로 인식해야 한다. 

임상용역비를 인식함에 있어 계약서상 형식적인 요건이 아니라 용역이 실질적으로 발생한 시점에 비용을 인식해야 한다는 뜻이다.

물론 “A 회사가 용역 업체의 진행 상황을 실무적으로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지만 업체를 통해 환자 등록, 투약 진행 상황 등의 구체적인 진행 경과 등의 자료를 토대로 파악이 가능하다. 송장 발행이 아닌 임상 용역 업체의 용역 제공 진행율에 따라 비용 인식 시기를 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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