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주요 의약단체들이 진행한 2023년도 수가협상이 종료됐다. 최종협상일 직전까지 1차밴딩(추가소요재정)이 확정되지 않아 '줄줄이 결렬' 사태까지 예상됐지만, 병협과 의협, 약사회는 협상타결에 성공했고 의협과 한의협은 끝내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다만, 협상 성공 여부를 떠나 모든 의약단체가 한목소리로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단 측이 제시한 밴딩 수치가 지나치게 적고 코로나19로 헌신한 보건의료계의 노고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5월 초부터 시작돼 법정기한인 5월 31일을 넘겨 오늘(6월 1일)까지 계속된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이 막을 내렸다.

최종협상일 하루 전까지 밴딩 폭(추가소요재정)이 공개되지 않아 '역대급 난항'을 겪을 것이란 당초 예상처럼 치열한 격론이 오가며 협상이 진행됐고,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약사회는 '타결', 대한의사협회와 대한한의사협회는 '결렬'이라는 소식을 전했다.

# 수가협상단, 모두 한 목소리로 "간극 너무 크다"

협상은 처음부터 난항을 예고했다. 역대 최초로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단체가 참석해 10분간의 발언을 진행하며 의견을 조율하나 싶었지만, 재정소위 이후 공급자단체별로 진행한 3차협상에서 1차밴딩(추가소요재정) 폭을 전달받은 의약단체들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보건의료계의 헌신과 노력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오히려 지난 협상보다 더 적은 수치라 건보공단 측과 의약단체 사이에 간극이 너무 큰 까닭이었다.

3차협상 이후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은 "공단 측에서 아주 실망스러운 수치를 제시했다. 공급자단체의 요청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고,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은 "공단 측이 제시한 1차밴딩이 너무 실망스럽다. 최대한 밴딩 폭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

심지어 박영달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은 별도의 브리핑 없이 "딱히 전할 말이 없다. 몇차례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라며 현장을 떠나는 등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후 밤새 공급자 단체 별로 건보공단 측과 밴딩 폭을 조율하며 협상을 이어갔다.
 

사진. (왼쪽부터)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박영달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
사진. (왼쪽부터) 송재찬 대한병원협회 수가협상단장,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박영달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

# 병협·치협 협상 타결 "3연속 결렬은 피했다"

'마라톤 협상'을 깨고 가장 먼저 타결 소식을 전한 단체는 대한병원협회였다. 병원급 수가인상률은 1.6%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새벽 6시 30분경 송재찬 병협 수가협상단장은 "지난 2년간 협상이 결렬돼 부담이 있었다. 현재 계약한 인상률이 최선은 아니지만, 전향적으로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단과 수가협상 구조 개선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고 공단도 이에 대한 인식을 함께 했다"라며 "회원들에게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지 못해 죄송할 따름이다. 병원계가 환자를 위해 노력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추후에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라고 덧붙였다.

병협의 뒤를 이어 두번째로 협상타결에 성공한 단체는 대한치과의사협회였다. 치과의 2023년도 수가인상률은 2.5%로 집계됐다.

마경화 대한치과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은 오전 8시 30분경에 "조금 전 최종적으로 협상 도장을 찍었다"라며 "결코 만족할 수 있는 수치는 아니었지만 지난 2년간 협상이 결렬되며 '보이지 않는' 손실이 너무 컸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는 '실익'에 초점을 맞춰 싸인을 했다"라며 "이렇게 늦게까지 협상을 하긴 처음이다. 여태까지와는 양상이 다른 수가 협상이었다"라고 덧붙였다.

# 인상률은 가장 높았지만…약사회 '신상대가치' 개발 다짐

수가인상률 3.6%를 기록하며 3번째로 협상에 타결한 곳은 대한약사회였다. 인상률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약사회가 가장 높지만, '실질적인 보상'은 미비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박영달 대한약사회 수가협상단장은 "공단에서 파악한 전체요양기관들 관련 코로나19 손실보상금은 3조 9000억원 규모인데, 이중 약국에 지급된 비율은 0.1%(39억원) 수준이다"라며 "약국이 지나치게 소외된 셈이지만 처방전 수는 2019년 5억 1000만건에서 2021년 4억 1000만건으로 크게 감소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약국은 타 유형과 달리 환산지수만 갖고는 약사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할 수 없다"라며 "신상대가치를 개발해 재정 절감과 함께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공단과 함께 찾아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사진. (왼쪽부터)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사진. (왼쪽부터)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

# 협상 '불발'된 한의협과 의협…고성 지르는 '해프닝'도

앞서 단체들과는 대조적으로 대한한의사협회와 대한의사협회는 끝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 결렬을 선언했다.

먼저 이진호 대한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은 "협상 과정과 결과 모두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점 투성이다"라며 "공단이 일방적으로 답을 정해 놓고 필요한 요소를 끼워 맞추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공단 측이 최종적으로 제시한 수치는 '가당치도 않은' 수준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해 현재 시행되고 있는 건강보험 시범사업들이나 만성질환관리, 재활치료 등에 한의사를 포함시켜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전달조차 되지 않는 것 같다"라며 "새정부에서는 이러한 것들이 반영되길 희망한다"라고 덧붙였다.

가장 늦게까지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협상이 불발된 대한의사협회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동석 대한의사협회 수가협상단장은 "건보공단은 의원급의 진료비 증가율이 높다는 것을 이유로 2.1%라는 인상률을 제시했다"라며 "이는 수가협상을 진행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며 어떠한 객관적 근거나 명분도 없는 수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매년 재정운영위원회가 일방적으로 정한 밴딩 내에서 공급자간 서열을 정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라며 "수가협상이란 이름 아래 일방통행만을 강요하는 재정운영위의 행태는 분노를 넘어 '모멸감'마저 느끼게 한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김 단장은 "의원급 의료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 정부가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국가적 재난상황에 어떻게 의사들의 협조를 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라며 "팬데믹에서 어렵게 벼텨온 회원들에게는 만족할 수 없는 협상결과를 전하게 돼 진심으로 죄송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에 앞서 의협 수가협상단 측에서는 협상 도중 '고성'이 나오며 돌발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협 수가협상단 소속인 좌훈정 대한일반과의사회장은 6차협상 직후인 오전 8시경에 "이럴거면 뭐하러 수가협상을 진행하느냐"라며 "수가협상단이 허수아비인가. 재정위에서 공급자단체들은 말 한마디 제대로 못했다. 협상단은 남아 있겠지만, 나는 더 이상 머물지 않겠다"라며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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