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응민 기자] 대한약사회, 대한의사협회 등 국내 6개 의약단체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2023년도 요양급여비용계약(수가협상)' 최종 협상일이 밝았지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협상 타결까지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바로 어제까지도 수가협상의 목표치를 설정할 수 있는 '1차밴딩(추가소요재정)'이 확정되지 않아 본격적인 협상조차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까닭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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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의료보험을 도입할 당시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에서 '수가(酬價, 상대가치)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건보공단이 병의원 및 약국과 같은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이 환자에게 제공하는 의료서비스(행위・약제・치료 재료 등)에 대해 서비스별로 '가격(수가)'을 정해 사용량과 가격에 의해 진료비를 지불하는 제도다.

수가금액은 '상대가치점수 x 유형별 점수당 단가(환산지수)'로 산출하게 되는데, 상대가치점수란 의료행위에 소요되는 업무량·위험도·발생빈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산정한 가치를 의료행위별로 비교해 상대적인 점수로 나타낸 수치이며, 환산지수는 상대가치점수를 금액으로 바꿔주는 지표다.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구체적으로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가 수가협상에서의 추가소요재정(밴딩) 상한선을 설정 및 의결하면 이를 바탕으로 가입자단체(건보공단)가 공급자단체(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대한조산협회)와 매년 협상을 통해 세부적인 수가인상률을 결정하게 된다.

현행법상 수가협상의 법정기한은 5월 31일까지이지만 매년 자정을 넘겨 그 다음날 새벽이나 오전까지 기나긴 협상이 이어지다 종료된다. 의약단체들이 설정된 추가소요재정(밴딩) 내에서 최대한 높은 수가인상률을 얻어내기 위해 치열한 수싸움을 펼치는 것이 그 이유다.

주목할 점은 올해의 경우, 수가협상이 예년을 넘어 '역대급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수가협상은 국민건강보험 재정운영위원회 산하 소위원회에서 진행한다. 재정운영위원회 소위원회는 최종 협상일에 앞서 1차 수가협상에서 대략적인 밴딩 폭을 제시하고 의약단체(공급자 측)들은 이를 바탕으로 유형별 2차 협상을 진행해 왔다.

이후 최종 협상 시점까지 구체적인 근거와 수치에 대한 공급자 측과 가입자 측의 상호 의견 교환을 통해 균헝점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거쳤다.

다만 이번에는 2차협상이 종료된 시점까지 '1차 밴딩' 폭이 제대로 정해지지 않은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올해 수가협상이 역대급으로 난항을 겪을 것이라 예상되는 배경이다.

실제로 앞서의 6개 보건의약단체는 지난 30일 공동성명서를 통해 "최종 협상 하루 전까지 추가소요재정(밴드)의 대략적인 수치조차 공유되지 않은 초유의 사태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라며 "성공적인 협상 진행을 위해서는 상호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의 목표를 설정하고 최선을 다해 상대를 설득해 최종적으로 협상타결에 이르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협상 종료일이 되서야 실질적인 논의를 시작할 수 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은 협상에 필요한 물리적인 시간을 제한하여 충분한 의견 개진의 기회 자체를 박탈하는 것"이라며 "이대로 협상이 진행된다면 2023년도 수가협상은 결국 충분한 대화가 진행되지 못한 채 실패한 수가협상이라는 오명을 남기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들 공급자단체는 수용 가능한 적정 규모의 밴딩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현재의 밴드 설정 과정이 불합리하다가 꼬집었다.

6개 보건의약단체는 "코로나19 이후 최근 4%를 넘는 급격한 물가상승이 발생했고 보건의료노조 등 가입자단체는 올해 5~7%의 임금인상을 요구했다"라며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공급자단체가 수용가능한 적정 수준의 밴딩규모 책정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또한 현재의 밴드는 건강보험의 한 축인 공급자가 배제된 상태에서 가입자의 일방적인 논리로만 설정된다"라며 "공급자 측은 재정운영위원회가 설정한 밴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으며, 이처럼 불합리한 수가협상 구조에 대해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초 급증한 코로나19 확진자로 인해 1~4월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를 기록했는데, 업계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표가 수가협상에 반영될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수가협상 인상 폭이 건강보험인상률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실제로 30일 건강보험공단 재정 현황에 따르면, 올해 1~4월 건강보험 총수입은 25조 299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하지만 건강보험 총지출은 27조 1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7%가 늘어나며 4월말 기준 1조 7017억원의 당기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1분기에 급증한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신속항원검사와 병의원에 한시적으로 인정한 진찰료 및 신속항원검사료, 재택치료비용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약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건보 재정지출이 늘어난 상황에서 요양급여비용(수가)까지 증가하게 된다면 필연적으로 건강보험료율 인상 폭이 커지게 될 것"이라며 "건보공단이 건강보험 가입자로부터 거둔 건강보험료를 바탕으로 공급자단체에게 수가를 지급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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