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얼굴이 달아오르면서 화끈거리거나 빨갛고, 통증·가려움 등을 느낀다. 심한 경우 여드름과 유사한 구진, 농포 등이 생기거나 '딸기코'처럼 피부가 울퉁불퉁하게 붉어질 수도 있다. '장미 같다'는 라틴어에서 기원한 만성 염증성 질환 '주사(rosacea)'의 증상 특징이다. 주사는 주로 코와 뺨 등 얼굴 중간 부위에 발생한다.

주사에 의한 증상은 환자 삶의 질과 정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안면 건선 환자와 비슷한 수준으로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정확한 진단과 치료, 질환 인식은 매우 낮은 실태다. 이에 팜뉴스는 '4월 주사 인식의 달'을 맞아 치료 전문가인 조소연 서울보라매병원 피부과 과장과 인터뷰를 가졌다. 주사는 왜 생기며, 어떻게 치료하는지, 올바른 관리법은 무엇인지 생생한 정보를 전한다.

조 교수는 현재 서울대의대 피부과 교수와 대한여드름주사학회 국제협력이사로 활동 중이다.

조소연 교수가 팜뉴스와 인터뷰에서 주사 질환에 대한 진단, 치료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소연 교수가 팜뉴스와 인터뷰에서 주사 질환에 대한 진단, 치료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원인 알 수 없는 안면홍조, 여드름  증상 계속된다면 전문의 찾아 정확한 진단 받아야

조 교수가 주사 환자를 보게 된 것은 전임의 시절 미국 미시간 대학 연수를 통해서다. 당시 미시간 대학에서는 비타민A 유도체 '레티노이드' 물질이 피부 노화 예방과 치료 효과를 가진다는 점에 관심을 가졌다. 특히, '광노화' 현상을 레티노이드로 회복시키는 기전을 주목했다. 

광노화란 햇빛에 자주 노출된 부위의 노화 현상을 말한다. 광노화가 일어난 피부는 굉장히 붉어지고 가죽처럼 두꺼워져 주름이 깊게 파인다. 검버섯, 일광흑자 같은 얼룩덜룩한 색소 변화도 온다.

조 교수가 유학에서 돌아왔던 당시, 주사를 질병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적었다. 보통 중장년층에서 심하게 발병하며 여성의 경우 갱년기에 '얼굴이 확 달아오르는 증상'을 흔히 겪는 터라 질환으로 인식하기가 더욱 어려웠던 탓이다.

갱년기 안면홍조와 주사의 차이점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얼굴의 달아오른 느낌이 괜찮아지느냐다. 주사는 안면홍조가 차츰 진행되기에 치료없이 방치하면 당뇨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으로도 악화된다. 

현재 주사 치료는 증상과 정도에 따라 국소 도포제, 경구약제 등 약물을 쓰거나 레이저 치료 등을 병행한다. 글로벌 가이드라인에서는 주사로 인한 염증성 구진, 농포 치료의 첫 번째 옵션으로 '수란트라크림'을 권고한다. 

조 교수는 "주사는 치료가 필요한 만성 염증성 질환이기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안면홍조, 여드름 같은 증상이 계속된다면 대학병원급 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조 교수와 일문일답

▶4월은 주사 인식의 달이다. 대한여드름주사학회 차원에서 어떤 행사를 준비했나

"대국민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 전문 언론 매체 도움을 받아 주사 질환 알리기 캠페인을 하고 있다. 또, 주사는 1차 진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기에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국민 홍보와 함께 피부과 전문의 대상으로 주사 진단과 치료 역량을 높이는 교육에도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연례 학술대회를 통해 해외 특강, 교육, 강연 자리를 마련할 계획을 갖고 있다."

▶갱년기 증상과 비슷한 주사는 어떤 질환인가

"주사는 삶의 질 저하가 심각한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다. 얼굴 중심부에 지속적인 홍반, 홍조, 구진, 농포 등이 나타나고, 술을 마신 것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딸기코 같은 극단적인 양상도 진행된다."

▶주사인지 알 수 있는 증상은 무엇이 있나

"주사는 육안으로 파악할 수 있는 전형적인 임상 양상이 있다. 얼굴 중심부에 사라지지 않는 홍반이 있거나 딸기코 증상이 보이면 바로 주사로 진단한다. 안면홍조가 있는 경우, 혈관이 확장돼 실핏줄이 겉으로 드러나 보이거나 구진, 농포가 있는 경우도 있다. 결막 충혈이나 눈 혈관이 확장되는 등 안구에 주사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 중 두 가지가 있으면 주사로 볼 수 있으며 피부가 화끈거리는 등 부수적인 증상도 있다."

▶발생 원인은 무엇 때문인가

"선천적 요인으로 가족력이 45~46% 정도 차지한다. 때때로 10대 이전부터 증상이 나타나 7~8세 소아 환자가 내원하기도 한다. 이 경우 엄마나 할머니 모두 얼굴이 붉다. 이외에는 면역학적 요인, 신경혈관 조절 장애, 피부 장벽 기능 손상 등 후천적 원인이 있다.

신경혈관 조절 장애는 비정상적으로 혈관이 늘어나는 것으로 염증도 같이 나타난다. 특히, 얼굴은 혈관이 가장 많이 분포하는 부위로 혈관 조절 장애가 있으면 갑자기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처럼 느껴지며 피부가 붉어진다. 붉어진 상태가 처음에는 10분 정도 유지되지만 길어지면서 고착화된다. 면역학적 요인은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이 있다. 모두 면역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돼 염증 레벨이 계속 높아져 있는 것이다.

주사 환자 중 구진 농포성 주사는 모낭충을 중요한 요인으로 본다. 모낭 안에 있는 진드기는 평상 시 어떤 증상도 일으키지 않고 우리와 공생하는 생물이지만, 환자의 면역학적 균형이 깨지면 염증을 악화시킨다. 혈관 확장성 주사만 있을 때는 모낭충이 큰 영향을 주지 않지만, 염증이 증가하면 피부 속으로 뚫고 들어가기도 한다. 이 경우 염증이 완전히 증폭돼 구진 농포성 주사로 진행될 수 있다.

외부 자극도 있다. 대표적으로 너무 덥거나 추운 환경, 자외선, 뜨겁고 매운 음식 등이다. 이런 자극이 신경인성염증을 유발해 혈관이 더 늘어나게 하고 염증을 증폭시켜 주사를 악화시킨다."

▶모낭충이 주사 발생의 주요한 원인이라면 여드름과 구별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드름은 피지샘 유닛 전체에 염증이 생기기에 주사와 마찬가지로 피부가 붉어질 수 있다. 그런데 여드름은 조금 더 젊은 층에서 주로 발생한다. 흔히 블랙헤드, 화이트헤드라고 부르는 면포가 있기 때문에 진단이 어렵지 않다. 주사만 있는 경우라면 중장년층에서 호발하고 면포 같은 여드름의 특징적인 병변이 없기 때문에 감별할 수 있다. 구진 농포성 주사도 여드름처럼 피부에 우둘투둘한 게 올라오지만 여드름과 다른 질환이다.

간혹 젊은 환자 중에 여드름과 주사가 같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사춘기 여드름은 T존, 성인 여드름은 U존에 염증성 구진 형태로 나타난다. 이와 별개로 얼굴 중심부에 붉은 홍반이 있다면 주사도 함께 나타난 것으로 진단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여드름 치료를 해도 안면홍조가 남아 있기도 한다."

▶주사로 진단했다면 치료는 어떻게 하나

"주사는 혈관 확장과 피부 염증이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다양한 기전의 항염증 치료제를 사용하며, 확장된 혈관을 수축시키고 피부 염증을 억제하기 위한 경구약과 바르는 약을 사용한다. 혈관이 이미 확장된 상태는 먹고 바르는 약을 사용해도 일정 부분 이상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때는 혈관 레이저를 통해 늘어난 혈관을 수축하는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신경성 주사라고 해서 겉으로 보기에 빨갛기만 한데 피부가 굉장히 화끈거리고 가렵다고 호소하는 환자도 드물게 있으며 이 경우 치료법이 조금 달라진다. 

단, 스테로이드는 궁극적으로 주사를 악화시키기에 사용하면 안 된다. 심지어 스테로이드를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면 없던 주사가 생기거나, 주사 증상이 악화해 내원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사용하던 스테로이드가 있다면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

알레르기성 접촉피부염으로 오인해 습진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많은데 대부분 부신 피질 호르몬제라고 하는 스테로이드 성분으로 잘못된 치료를 받아 악화할 수도 있다. 그래서 바르는 약은 스테로이드가 아니면서 항염증 작용을 하는 약을 사용한다."

▶많은 환자들이 스테로이드 제제는 피부 질환 치료에 흔히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주사 치료에 사용하면 안 되는 자세한 이유가 궁금하다

"스테로이드 제제는 염증을 강력하게 억제하는 효과적인 약제로 습진, 지루성 피부염, 건선, 아토피 피부염 등 다른 피부 질환에서는 효과를 나타내지만 주사에서는 증상을 악화시킨다. 주사는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처음에는 염증을 강하게 억제해 증상이 사라지지만 치료를 중단하면 오히려 증상이 폭발적으로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그 이유가 궁금해 주사 환자 피부 조직을 떼어내 연구해봤다. 원래 피부는 스테로이드를 알아서 만들어내는데 아토피 피부염, 건선 등 환자는 피부의 스테로이드 레벨이 떨어져 있다. 스테로이드 치료를 통해 레벨을 높혀 염증을 가라앉힌다. 

그런데, 주사 환자는 스테로이드 치료를 전혀 받지 않았음에도 스테로이드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다. 이 경우 스테로이드 치료를 진행했을 때 염증을 가라앉히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증가시키게 된다. 

또, 스테로이드를 처음 발랐을 땐 혈관이 수축하지만 장기간 바르게 되면 콜라겐을 감소시켜 피부가 얇아지고 혈관이 늘어난다. 진피의 주 구성 성분인 콜라겐은 진피를 꽉 채워 혈관 주변을 조이며 혈관이 늘어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이 구조가 붕괴해 진피 두께가 얇아지고 혈관이 늘어난다. 주사가 있는 상태에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면 더욱 구조가 무너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스테로이드가 아니면서 항염증과 항염충 작용을 동시에 하는 약으로 무엇이 있나

"모낭충 억제에는 메트로니다졸 성분 젤과 수란트라크림을 사용한다. 수란트라크림은 주사로 인한 염증성 병변의 국소치료제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모낭충을 제거하는 항염충 작용과 염증을 억제하는 항염증 작용을 동시에 하며,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면역 반응을 낮추므로 하루 한 번만 발라도 염증 감소 효과가 있다. 다만, 각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은 개인에 따라 다르기에 진료 시 환자 맞춤형 치료를 해야 한다."

▶수란트라크림은 글로벌 가이드라인이 첫 번째 치료 옵션으로 권고하고 있다. 주로 어떤 증상의 환자에서 효과를 나타내나 

"수란트라크림은 피부가 우둘투둘하게 올라오는 구진 농포성 주사 치료에서 첫 번째 옵션으로 권고된다. 모낭충은 평소 증상을 일으키지 않고 모낭 안에 살지만 면역 반응으로 균형이 깨지면 염증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로 작용한다.

수란트라크림은 이 모낭충을 억제하는 기전이 있다. 염증을 줄이고 피부 안에서 발생하는 여러 비정상적 면역 반응을 정상화한다.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모낭충에만 작용해 기존 치료제 대비 더 확실한 항염충 효과가 있다. 기존 모낭충 치료에 사용하던 연고보다 빠르게 병변을 호전시키고 완해 기간을 길게 유지시켜 준다는 장점이 있다."

▶수란크란크림이 기존 치료제와 비교해 완해 기간이 길다는 점이 주사 치료에서 장점인 이유가 있나

"증상이 호전돼서 치료를 중단한다 해도 피지샘과 모낭은 없어지지 않고 계속 존재한다. 결국 모낭충은 다시 생기기 마련이다. 유지 치료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낭충을 억제하면 도움이 된다. 수란트라크림은 하루 한 번 도포하는 것으로도 재발 기간이 길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하루 한 번씩 바르기만 해도 효과적이기에 환자 입장에서 편의성이 개선됐다고 볼 수 있다."

▶주사는 주로 여성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증상의 심각성은 남성이 크다고 한다. 왜 그런가

"주사는 남녀 모두 나이가 들면서 유병률이 늘어나 제일 흔히 발생하는 건 40~60세 사이에서다. 평균 연령은 약 50세 정도로 대부분 병인지 모르다가 증상이 나타난 5년 정도 후에야 병원을 찾는다. 남녀 비율은 아형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다. 혈관 확장성 주사와 구진 농포성 주사 성비는 여성 7, 남성 3 정도로 여성 환자가 더 많다. 이에 비해 제일 눈에 많이 띄는 딸기코 성비는 남성 7, 여성 3으로 남성에서 훨씬 흔하게 나타난다. 

딸기코는 피지샘이 증식하고 진피의 섬유화가 많이 진행되면서 피지샘이 가장 많은 부위인 코가 커지고 울퉁불퉁하게 변하는 것이다. 남성 피지샘이 여성보다 더 많아서 그렇다."

▶보통 증상이 나타나고 5년 정도 지난 후 병원을 찾는다고 했다. 왜 주사는 진단과 치료가 늦나 

"사람들은 보통 지루성 피부염, 접촉성 피부염 같이 가렵거나 각질이 일어나는 불편한 증상이 있어야 병원을 찾는다. 그런데 주사는 얼굴이 붓고, 붉어지고, 열감을 느끼는 주관적 증상이 대부분이다 보니 보통은 금방 괜찮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몇 년이 지나도록 방치하다가 증상이 점점 심해지면서 늦게 병원을 찾는 이유다.

또, 중장년층은 시기적으로 갱년기라서라거나 나이를 먹어서 자연스럽게 나타난 증상이라며 정당화하는 경향도 있다. 간혹 다른 질환으로 찾아온 환자를 진료하다 주사를 발견해 먼저 치료한 경우도 있다. 안면홍조가 심한 주사였는데도 본인은 몰랐던 것이다."

▶대체로 주사라는 질환 인식이 낮은 상황이다. 전문가로서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주사는 임상 양상이 굉장히 다양해서 환자마다 호소하는 증상이 다르다. 습진이나 다른 질환과는 치료법이 달라야 하며 맞춤형 치료가 필요하다.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안면홍조 원인으로 종양과 같은 다른 원인이 있을 수 있기에 제대로 검사해보는 게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질환의 원인을 찾아 환자를 교육하는 것이다. 사실상 치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주사는 치료를 시작하면 수개월에 걸쳐 호전되지만 치료가 끝났다고 해서 긴장을 늦추면 악화 요인에 다시 노출돼 재발하는 고질병이다. 환자가 평상시 악화 요인에 노출되지 않도록 자각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환자 교육을 굉장히 철저히 한다.

환자는 증상이 나타나면 피부과를 먼저 찾아가야 한다. 피부과 선생님들은 1차 기관에서부터 정확히 진단을 내려 치료의 첫 단추를 잘꿰는 것이 가장 좋다. 1차 의원급부터 진단을 정확히 내리고 치료를 시작한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도 의료 비용을 줄이고 환자도 많은 도움이 된다. 대한여드름주사학회는 피부과 전문의를 대상으로 제대로 된 주사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캠페인 차원에서 웹 심포지엄을 1차로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초기 치료를 잘 받으면 꾸준한 관리로 나아질 수 있지만 질환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원래 피부로 돌아가기 어렵다고도 한다. 왜 그런가

"치료 시기를 놓치면 구조적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다. 진피의 섬유화가 진행되면 콜라겐이 두꺼워지고 흉터가 생긴다. 흉터가 생기면 이전으로 완벽하게 돌이킬 수 없다. 딸기코와 같은 비가역적 구조적 변화로 피부가 울퉁불퉁하게 증식할 수 있다. 피지샘이나 피부 조직이 변형되면 먹고 바르는 약만으로는 치료가 되지 않아 레이저로 깎아내는 등 더 큰 치료가 필요하다. 피부를 깎아내 평평하게 만들어도 이미 텍스처 같은 것들이 전과는 약간 차이가 생긴다. 

또, 주사를 오래 앓으면 눈꺼풀에 림프 부종이 생겨 딱딱하게 붓기도 한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조기 치료를 시작해야 시간, 노력, 비용이 덜 든다. 오래 방치하면 치료 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증가하며 효과도 훨씬 떨어진다."

▶초기 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한 환자들은 어떤 상태에서 찾아오나

"진료를 보다 보면 "너무 우울하다, 죽고 싶다"며 우는 분들도 있다. 어떤 환자는 좌절감이 너무 심했다. 진료를 보다 30분씩 울고 가는 경우도 있었다. 또는 손풍기나 얼음팩을 들고 와서 "얼굴이 너무 화끈거려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너무 괴롭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다행히 치료를 시작하고 증상이 호전되면 굉장히 좋아하시고 고마워한다. 그래서 주사는 치료가 가능한 질환이고 증상이 나타났을 때 반드시 의료기관을 찾아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염증성 피부 질환이라는 사실을 많은 환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평상 시 관리가 중요하다고 했다. 피부 관리를 어떻게 해야하나

"항상 환자한테 열, 술, 햇빛 이 세 가지를 피하라고 말한다. 특히 열을 조심해야 한다. 주사는 실내외 온도차가 큰 겨울철에 증상이 악화한다. 사시사철 집안 온도를 20도에 가깝게 서늘하게 유지해야 한다. 전기장판, 온수 매트를 침대에 깔고 자는데 절대로 하면 안 된다. 

족욕, 반신욕, 탕 목욕, 사우나도 마찬가지다. 주사 환자는 발만 담가도 얼굴부터 붉어질 수 있다. 34도 정도 온도로 샤워만 하는 것을 권한다. 세수할 때도 아침저녁 미지근한 물로 비누 세수를 해야 하고 과하게 문지르면 자극이 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뜨거운 것을 굉장히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 커피, 국, 찌개도 조금 식혀야 하며 매운 음식도 삼가야 한다. 환자들이 이런 부분을 조심하면 홍조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진다고 많이들 말한다. 술은 염증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절대로 먹으면 안 된다. 이건 어떤 피부염이 있어도 마찬가지다.

자외선도 주요 악화 요인이다. 자외선 차단제를 꾸준히 챙겨 바르는 게 중요하다. 집 안에만 있어도 유리창을 통해 자외선이 들어오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아침에 세수하고 SPF 지수 50 이상인 자외선 차단제를 얼굴 전체에 듬뿍 바르는 것이 좋다. 

여성은 색조 화장까지 반드시 하고 외출하도록 권한다. 처음 내원한 환자 중 피부 장벽이 무너져 있어 화장은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들었다거나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면 더 자극이 된다고 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에 염증이 너무 심한 상태라면 그럴 수 있다. 주사 치료로 피부 장벽을 회복한 후에는 자외선 차단제를 잘 선택해 바르면 아무 문제가 없다. 

비타민D 결핍을 걱정해 일부러 해를 쬐고 다니는 분도 있다. 팔다리만 노출하고 하루 10분 정도만 산책해도 비타민D를 만들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를 꼭 바르기 바란다. 주사 환자는 정상인 보다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높은 경우가 많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비타민D 복용도 권하지는 않는다.

염증으로 피부 장벽이 손상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한 보습을 통해 손상된 피부 장벽 기능을 회복시키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얼굴에 스크럽이나 때를 미는 것을 절대로 하면 안 된다. 피부가 너무 붉어졌을 때는 얼음찜질을 하거나 입안에 얼음을 물고 있으면 반사 작용으로 가라앉힐 수 있다. 

이렇듯 교육할 것이 많다. 무엇보다 환자 본인이 잘 알고 있어야 관리할 수 있다. 집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교육 영상을 제작해서 보내고 있다."

▶학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다. 학회 차원에서 주사 치료를 위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주사 질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피부과 전문의를 찾으면 차별화된 진료를 분명히 받을 수 있다. 다만, 환자를 교육하고 설명하는 데 충분한 진료 시간이 필요하다. 진료 환경을 고려했을 때 맞춤 처방처럼 진료를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 지루성 피부염 같은 주사와 감별해야 할 질환들이 굉장히 많다. 그래서 환자들이 병원을 찾기 전부터 주사 질환을 인지하고 본인의 악화 요인을 찾아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환자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주사는 당뇨나 고혈압처럼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 질환이라는 것을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제대로 진료받고 치료를 통해 좋아진 상태를 오래 유지해야 삶의 질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증상이 호전돼 치료를 중단한 이후에도 악화 요인에 노출되지 않는 관리 방법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요즘 좋은 치료제들이 많이 나와 있다. 증상이 나타나면 일반 의원이 아닌 피부과 전문의를 찾아 제대로 진단받았으면 한다. 피부과를 찾아야 최신 치료 방법을 접할 수 있으니 적극적으로 병원을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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