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실거래가 약가 인하’ 제도가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 의지를 꺾는 제도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약가 인하 효과가 미미한데도 보건 당국이 그동안 집중적으로 신약 약가를 떨어트렸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등 해외 선진국은 신약에 대한 실거래가 약가 인하 제도 집행을 유예하는 상황인데 우리 정부만 ‘거꾸로’ 행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재현 교수 발표 자료

실거래가 약가인하는 병원·약국 등 요양기관이 의약품을 구입하면, 해당 실제 거래가격에 맞춰 약값을 조정하는 제도다. 약가 적정성을 확보하고 건강보험 재정 효율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로 도입, 2년 주기로 시행돼 2016년 이후 세 차례 약가 인하가 이뤄졌다.

문제는 토종 신약들에 대한 실거래가 실거래가 약가 인하율이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재현 성균관대 약대 교수는 30일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온라인)이 개최한 ‘합리적인 약가제도 모색을 위한 정책세미나’에서 “신약 개발 정책과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 인하 사이에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계를 살펴보면 신약 개발을 장려하는 정부 정책에 반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라며 “약가 인하 효과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명목상으로만 약가를 떨어트렸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날 이재현 교수가 발표한 ‘약가인하 국산 신약 인하율’ 자료에 따르면  2016~2020년간 토종 신약 12개에 대한 실거래가 약가 인하가 수차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평균 인하율도 0.65%에 그쳤다. 

JW중외제약의 4호 신약 ‘큐록신정’은 2016년 0.25% 약가가 인하됐다. LG생명과학의 5호 신약 ‘팩티브정’도 2016년 2.05%, 2018년 0.71%, 2020년 0.48% 약가가 떨어졌다. 종근당의 8호 신약 ‘캄토벨주’는 2016년부터 3.46%, 2.94%, 3.5%가 순차적으로 깎였다. 

유한양행의 9호 신약 ‘레바넥스정(100mg)’ 약가도 2016년 0.87% 인하됐다. ‘라베넥스정(200mg’)도 0.1%씩 세 번에 걸쳐 약가가 떨어졌다. 부광약품의 11호 신약 ‘레보비르캡슐(30g)’ 약가도 그해 0.07% 깎였다. 일양약품의 14호 신약 ‘놀텍정’ 역시 2018년과 2020년 각각 0.08%, 0.17% 인하됐다.

최근도 다르지 않았다. 보령제약의 15호 신약 ‘카나브정(60mg)’도 2016년 0.9% 약가 인하를 시작으로 2018년과 2020년에 0.13% 떨어졌다. ‘카나브정(120mg)’도 2016년 0.75% 인하율이 적용됐다. 일양약품의 18호 신약 ‘슈펙트캡슐(100mg)’은 2016년 0.15%를 시작으로 2018년과 2020년 각각 0.07%, 0.1% 인하됐다. 

LG생명과학의 19호 신약 ‘제미글로정’도 2016년 0.12%가 인하됐고 크리스탈지노믹스의 22호 신약 ‘아셀렉스캡슐’ 약가는 2020년 0.11% 떨어졌다. 동화약품의 23호 신약 ‘자보란테정’도 2018년 0.4%의 인하율이 적용됐다. 

이재현 교수는 “이는 해외 사례를 살펴도 이례적인 일”이라며 “일본, 대만, 호주는 신약에 대해 실거래가 조사에 의한 약가 인하를 적용할 때 완충제도를 두고 있다. 일본은 신약 등재 이후 15년이 지날 때까지 신약에 대한 약가 조사를 유예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대만은 신약의 조정 약가가 동일 계열 약제 최고가의 70%에 미치지 못한 경우 동일 계열 최고가의 70%로 약가를 조정한다. 호주도 첫 번째 제네릭 출시 전까지 신약에 대한 실거래가 조사를 하지 않는다. 

이재현 교수는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각국 정부가 신약 개발을 장려하기 위해 실거래가 약가 인하 제도를 보완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재현 교수가 시행한 델파이 조사에서도 해외 각국의 제도에 대한 긍정 평가가 높았다. 

해당 조사는 지난 4월 23일, 요양기관 및 업계 종사자 각각 5명(25%), 학계 및 협회 관련자 각각 4명(20%), 제약 분야 언론인 2명(10%) 등 총 20명이 조사 대상 패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특히 ‘신약에 대해 일정기간(제네릭 출시까지) 약가 인하를 유예할 필요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1차 조사에서 19명 중 6.5명, 2차 조사에선 5.9명이 찬성 의사를 보였다.  

이재현 교수는 “우리 정부도 약가 제도를 시행할 때 신약에 대한 우선적인 배려를 해야 한다”며 “적어도 해외처럼 제네릭 출시일까지 일정기간 동안 약가 인하를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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