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설계 기반 품질 고도화 시스템’, 즉 QbD을 향한 제약사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종근당바이오, 일동제약 등이 최근 식약처 QbD 지원 대상 기업에 선정된 점이 제약 업계의 화두로 떠오른 배경이다. 이들은 특히 의약품 수출길을 열기 위한 포석으로, QbD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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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기반품질 (Quality-by-Design, QbD) 고도화 시스템은 의약품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 태동한 제약 공정의 관리 개념이다. 궁극적으로 기존 이원화됐던 제약 공정과 의약품 품질 시험을 일원화하면서 생산 효율을 증가시키고 의약품 품질을 고도화하는 시스템이다. (2014년 KFDC 법제학회 ‘QbD의 현황과 이해’ 연구 논문 참고)

즉 제품 및 제조 공정 설계를 과거의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통계적 검증에 따라 설계된 제조·품질관리(Quality by Design)를 하는 방식이다. QbD 최대 강점은 제품의 불량률을 낮추고 빠르게 의약품을 출시할 수 있다는 것.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의약품 심사 과정에서 기존의 GMP(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뿐 아니라 2008년을 기점으로 QbD 자료를 보기 시작한 배경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일본이 가장 앞서 있다”며 “의약품 허가심사과정에서 제조공정에 대해 충분히 이해를 하고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또 과학적인 근거를 가지고 제조전략을 수립했는지를 심사자들이 묻고 있다. 선진 규제당국 역시 QbD 시스템 도입을 유도 중이란 얘기”라고 전했다.

국내 식약처도 발 빠르게 움직여왔다. 식약처는 2019년 ‘의약품 품질고도화시스템(QbD)’을 적용한 ‘정제, 캡슐제’에 대한 예시 모델을 공개했고 올해 ‘바이오의약품 QbD 모델 개발 안내서’와 ‘바이오의약품 QbD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했다. 지난해에는 2개 기업을 대상으로 ‘맞춤형 QbD 지원 컨설팅’ 지원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본격적인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 업계의 반응은 미온적이었지만 지금 분위기는 다르다. 수출 또는 신약 허가 과정에서 QbD를 들여다보는 해외 규제 당국이 늘면서, 국내 제약사들도 수출길을 열기 위한 QbD 중요성을 여실히 체감 중이다. 최근 일동제약, 종근당바이오, 동국제약 등 주요 제약사들이 앞다투어 식약처 ‘맞춤형 QbD 컨설팅’ 지원 사업 대상으로 선정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QbD가 글로벌 스탠다드(기준)로 떠오르고 있다”며 “기존의 시스템으로 의약품 품질 관리를 자체적으로 해도 무리는 없다. 하지만 글로벌 수준에 부합하는 설비와 품질관리 체계를 가지고 있으면 해외 진출에 유리하다. 특히 기존 의약품보다 앞으로 생산할 신약을 QbD 시스템을 통해 품질 관리를 하면 수출에 더욱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종근당 관계자 역시 “무엇보다 해외 수출을 위한 목적으로 QbD에 중점을 기울이고 있다”며 “해외 국가에서 의약품 허가를 받을 때 QbD 자료를 요청하는 경우가 있었다. QbD를 도입하면 효율적인 공정관리로 불량률을 낮추고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부분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식약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맞춤형 QbD 컨설팅’을 진행한 2개 기업은 생산 효율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A 업체의 생산량은 1.5배 증가했고 제조시간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생산 비용은 연간 35% 줄어들었다. B 업체 역시 생산량이 2배로 증가했고 생산 비용이 연간 50%로 감소했다. 

식약처 의약품 품질과 관계자는 “실제로 QbD 제조 전략을 적용한 결과 생산비용이 줄고 생산량이 올라갔다”며 “다소 비효율적인 제조전략을 가진 회사들이 참여도가 높았는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품질 시스템으로 통해 일종의 성과를 올린 것이다. 이번에 컨설팅 지원 범위를 확대하고 단계별 교육을 강화한 계기”라고 답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앞으로 더욱 많은 제약사들이 품질 고도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참여 대상 기업이 늘어난 것은 다행스럽다”며 “그동안 식약처는 상당한 지원을 해왔지만 제약사들이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약 허가를 위해서는 국제공통기술문서(CTD)가 반드시 필요한데 미국과 유럽은 오래 전에 CTD에 QbD를 담도록 기준을 변경했다. 향후 수많은 제약사들이 QbD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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