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문희석 한국다케다제약 대표는 8일 "240년이나 지속된 '다케다 헤리티지(유산)'를 기반으로 환자, 혁신,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는 다소 솔깃한 발언을 했다. 

문 대표는 "매출도 중요하지만 질적으로 굉장한 변화를 하고 있다. 새로운 10년 동안 스페셜 분야에서 리더가 되고 굉장히 자유로우면서 창조적인 회사가 되는 게 비전"이라고 했다.

문 대표 발언은 평범했지만 달랐다. 한 기업의 대표이사가 매출이 아닌 기업문화를 우선하는 모습은 자주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이 자리는 글로벌 다케다제약 창립 240주년과 한국다케다제약 창립 10주년을 기념해 열린 기자간담회였다.

한국다케다제약 기자간담회장. 제일 왼쪽이 문희석 대표.

 

이날 발언은 다른 제약사와 다케다제약의 차별화가 핵심이었지만 비교 대상은 없었다. 오직 24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다케다제약이 남긴 유산과 이를 토대로 한 미래만을 이야기했다. 일찌감치 글로벌로 향하며 일본색채를 지웠고, 주요 매출을 일으키는 품목을 과감히 정리하며 새로운 시장을 향해 뛰어들었다는 내용이다.

이제 다케다제약은 일본기업이 아닌 글로벌 제약업계의 거인이 됐다. 국내 제약산업과 격차는 더욱 커졌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9년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약 24조원이다. 다케다제약 글로벌 매출은 34조원으로 전세계 직원만 5만 명이 넘는다. 어떻게 한 기업이 한 국가의 전체 의약품 시장을 넘어서는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었을까. 팜뉴스는 문 대표의 발언에서 한발 더 들어가봤다.

▶재패니즘에서 '다케다이즘'으로...240년의 유산

초베이 다케다

1789년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기 8년 전. 초베이 다케다라는 사람이 일본 약재 거래 중심지인 오사카 도쇼마치에서 일본과 중국 약재를 판매했다. 바로 다케다제약의 시작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종로 약국거리에서 성장한 보령제약, 종근당, 한미약품인 셈이다.

일본 중심에서 성장한 다케다제약은 1세기를 두 번하고도 반이나 겪으며 자신들만의 탄탄한 브랜드 가치를 만들어왔다. 전문약, 일반약 등 합성의약품 중심의 고혈압, 고지혈, 당뇨, 비만 등 품목군에 주력해왔다.

다케다제약이 변모하기 시작한 것은 재패니즘을 지우면서부터다. 그러나 오랜 세월을 거쳐 만들어진 역사적 유산은 쉽사리 잊혀지거나 훼손되지 않는 가치를 지닌다. 앞서 문 대표가 밝힌 그 '헤리티지'다.  다케다제약은 어떻게 자신들의 유산을 지속해서 만들어왔을까. 

다케다제약 모토는 '연구개발 중심'이다. 1962년 글로벌화(Globalization)를 추진했지만 일본 특유의 딱딱한 위계 문화가 조직 내에 깊게 배어 있었다. 일본색을 빼고 '다케다이즘'으로 진화하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있다. 내부에만 의존하는 연구개발에 한계가 있음을 빨리 깨달았기 때문이다.

2014년 GSK 출신의 크리스토프 위버 CEO가 취임하며 '다케다이즘'이 가속화됐다. 크리스토프 위버 CEO는 다케다이즘을 강조하며 글로벌 전략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스페셜티 영역으로 항암, 희귀유전, 위장관, 신경계 질환 등 4대 핵심 분야를 정하고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했다.

그 이후 수많은 제약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라이센스아웃(기술이전)을 적극 진행했다. 해외 매출 비중이 50%를 넘기고 주요 임원은 외국인으로 채웠다. 2014년 도쿄 본사는 '글로벌 헤드 쿼터'로 명명했다. 국적, 인종, 성별, 연령으로 의사결정을 제한하는 구시대적 사고 방식을 버렸다. 그 결과 전세계 80개국에서 5만 명을 고용하고 매출액 35조원, R&D비용으로 5조원을 쓰는 거대 제약사로 변모했다.

▶R&D 전략과 글로벌, 합치고 뭉쳐라

다케다제약은 난소암, 유방암, 전립선암, ALK-비소세포폐암을 비롯해 혈액암에서는 다발골수종 치료제 등을 다양하게 보유 중이다. 이는 다케다제약 R&D 특징에서 볼 수 있다. '부족한 것은 보완하면 된다'는 것으로 다케다이즘과 연관된다.

다케다제약은 지난 2008년 항암전문 제약사 밀레니엄(Millenium Pharmaceutical)을 인수했다. 2011년에는 스위스 제약사 나이코메드(Nycomed), 2017년에는 아리아드(ARIAD Pharmaceuticals)를 연속적으로 합병했다. 2019년에는 67조원이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희귀질환 전문제약사 샤이어를 인수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케다제약에 없는 신약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케다제약 연혁
다케다제약 연혁

 

다케다제약은 밀레니엄에서 경구형 다발골수종 치료제 '닌라로(익사조밉)'와 궤양성 대장염·크론병 치료제 '킨텔레스(베돌리주맙)'를 가져왔다. 아리아드에서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알룬브릭(브리가티닙)을 획득했다. 이 때 인수 결정이 없었다면 지금의 다케다제약은 없었다는 게 현재 평가다.

올해 국내 출시한 닌라로는 유일한 경구형 다발골수종 치료제다. 주사제형 등 투약 편의성이 좋아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환자들에게 치료 기회를 넓혀주고 있다. 뇌전이 유효성이 뛰어난 ALK치료제 알룬브릭은 하루 1번 복용으로 장기 투여 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난소암 치료제 제줄라는 브라카 변이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데다 유지요법이 중요한 질환 특성상 재발 억제 효과가 좋다. 이에 따라 다케다제약은 향후 고형암과 혈액암 치료 영역을 확대한다. 면역항암제 개발과 도입에도 박차를 낼 계획이다.

만성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IBD) 치료제인 킨텔레스는 작년 8월 1차 치료제로 급여가 인정됐다. 생물학적제제 중 유일하게 IBD에만 적응증을 가진 제품으로 더 높은 효과와 안전성을 기대하고 있다.  

다케다제약은 박스앨타를 인수한 샤이어를 통해 혈우별 치료제 전 제형도 확보했다. 한국다케다제약 혈우병 사업부는 박스앨타, 샤이어를 거쳐 다케다까지 20년이란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99년 훼이바를 처음 국내 도입하며 에이즈·C형감염 등 바이러스 공포를 없앴다. 또한 3세대 유전자치료제인 애디노베이티주를 처음으로 론칭하고, 2018년에는 반감기가 연장된 애드베이트주란 제품을 처음 소개하며 치료 패러다임을 지속 향상해왔다. 향후 후천성 혈우병A 선천성 단백질C결핍증, 폰빌레브렌트병, PCC결핍증 치료제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다. 

유전질환도 주력 분야다. 전세계적으로 7000개에 달하는 희귀질환과 3억5000만명의 환자가 보고되지만 단 5%만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질환 중 80%가 유전질환이다. 다케다제약은 우선 순위 매커니즘을 적용하고 있다. 7000개 질환 중 분류 가능한 700개를 골라낸 다음 미충족영역 또는 개발 가능한 질환 80개를 선별한다. 그 뒤 시장 동입 가능성과 기술적 어려움 등을 고려해 약 40개로 좁히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최근 리소좀 추적 질환과 같은 대사성이나 면역 질환에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희귀질환 진단을 위한 기술 투자도 더욱 넓힌다는 계획이다.

▶불필요한 건 버려라, 구시대와 이별

해외로 눈을 돌린 다케다제약이 인수합병에 나서면서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구시대와의 이별을 택한 것이다.

2018년 샤이어 인수합병 직후 아시아·태평양 지역 18개국에서 판매하는 전문약과 일반약 브랜드 25개 품목 특허와 상표, 판권을 매각했다. 다케다제약은 셀트리온에 3069억원을 받고 넘겼는데 사실상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성질환 치료제가 대부분이었다. 다케다제약으로서는 산을 오르기 전에 짐을 줄인 것과 같은 선택이었다.

여기에는 당뇨치료제 액토스, 네시나, 고혈압치료제 이달비 등 유명 전문약과 일반약 중에 감기약 화이투벤, 구내염치료제 알보칠 같은 제품들이 포함됐다. 그간 다케다제약을 대변하던 품목들이었다.

합성의약품으로 대변되던 시절의 다케다제약을 벗어나 암, 희귀질환, 신경계, 소화기관 등 희귀유전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는 제약사로 체질을 변화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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