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서정진 셀트리온 그룹 명예 회장은 코로나19 펜대믹 국면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국내 식약처는 물론 유럽의약품청의 긴급사용 승인을 얻어냈기 때문이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를 개발했을 당시에도 셀트리온은 지금처럼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로 서정진 회장은 자신을 향한 의구심을 일거에 날려버렸다. 포브스지가 발표한 국내 부호 1위에 오를 정도로 더욱 화제를 뿌리고 있는 인물이 서정진 회장이다. 

# 팬데믹 시대, 가장 논쟁적인 인물 ‘서정진’

서정진 회장을 볼 때마다 셀트리온의 업적을 “믿고 싶지 않다” 또는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기분이 드는 이유는 뭘까. 셀트리온에 ‘비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누구든 할 수 있는 생각이다. 

신약이 아닌 ‘바이오 시밀러’를 판매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로 발돋움하겠다는 서정진식 호언장담 때문일까. 아니면 ‘사기꾼’ 또는 ‘서구라’로 조롱받았던 과거를 잊지 못한 것일까. 

그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엇갈리든, 코로나19 펜대믹 국면에서 가장 화두를 던진 기업인이 서정진 회장이란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서정진 회장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주류 중에 ‘주류’로 자리매김한 이유다.  

그렇다면, 서정진 회장은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팜뉴스는 전예진 작가(한국경제신문 기자)의 베스트셀러 ‘셀트리오니즘’에 소개된 일화를 바탕으로 ‘인간 서정진’을 탐구했다.  

# 유럽을 누빈 오너 출신 ‘간호사 덕후’ 

서정진 회장의 키는 184cm, 몸무게 113㎏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다른 대기업 오너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몸집이 크다. 자칫 게으르다는 인상을 줄 수 있지만 서정진 회장의 차원이 다른 현장 감각을 지녔다고 전예진 작가는 서술한다. 

2015년 서정진 회장은 유럽 전역으로 램시마를 팔러 다녔다. 램시마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 시밀러다. 서정진 회장은 제약사 오너 신분이었지만 직접 거구의 몸을 이끌고 비행기를 타며 약을 팔았다. 기업 오너가 영업사원을 자처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서정진 회장이 의사를 만나지 못할 경우 간호사들을 따라다녔다는 점이다. 아래는 책의 일부 대목이다. 

“간호사가 싫어하는 약은 의사나 환자가 선호해도 처방이 늘기 어렵다. 그 당시 유럽의 대형병원에서는 우락부락하고 덩치가 산만한 동양인이 간호사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링거 거치대를 끌어주는 모습이 종종 목격됐다. 청소부나 잡상인인 줄 알았는데 명색이 제약사 회장이라니 반전 효과도 있었다.”

‘덩치가 산만한 동양인’이 바로 서정진 회장이었다. 서정진 회장은 아일랜드 더블린까지 날아가 만난 간호사에게 셀트리온의 제품인 램시마를 사달라고 호소했지만 문전박대를 당했다. 간호사는 오히려 “당신 내 회사가 정말로 연구개발 능력이 뛰어나고 환자를 생각한다면 이걸 만들 시간에 레미케이드 SC 제형이나 만들어보시죠”라며 서정진 회장을 호되게 꾸짖었다.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는 한국 얀센의 자가면역 치료제다. 바이오 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바이오 시밀러 제품이 셀트리온의 램시마다. 당시 레미케이트는 정맥주사(IV) 투여 방식의 치료제로 환자들이 레미케이트를 맞기 위해서는 병원에 입원해서 2시간 이상 주사를 맞아야 했다. 적어도 렘시마가 레미케이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접종이 쉬운 피하주사(SC) 제형을 개발하라는 게 아일랜드 간호사의 지적이었다. 

당시 서정진 회장은 ”이게(SC) 시장이 필요로 하는 약이다“라고 확신했다. 간호사의 말을 듣고 한국에 돌아온 뒤 곧바로 램시마SC 제형 개발을 지시한 까닭이다. 결국 3년 뒤 램시마SC는 유럽의약품청을 허가를 얻어냈다. 

올해는 유럽 EU5(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출시도 앞두고 있다. 서정진 회장이 현장을 구둣발이 닳도록 누비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 전역에서 호평을 받는 램시마 SC 제형이 탄생한 것이다.  

# 열혈 주주들은 서정진식 파격 ‘소통’에 열광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정전자 전기 총회에 등장하지 않는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의례적인 인사말만 전했다. 하지만 서정진 회장은 셀트리온 주주총회에서 자신의 사업계획을 설명하고 주주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해왔다. 이점이 ‘열성 셀트리온’ 주주를 만들어내는 힘이다. 아래는 책의 일부 대목이다.  

“2019년 3월 셀트리온 주주총회가 열린 인천 송도 컨벤시아는 놀이동산 같았다. 유모차를 끌고 온 아기엄마부터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온 학부모, 머리가 희끗한 노신사까지, 연령대도 직업도 다양했다. 주총장에는 3526명이 모였다. 2018년에는 2700여명이 몰렸다. 기업 주총에 수 천명이 모이는 것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다.”

서정진 회장은 해외 출장 중에도 주총장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2시간 이상 자신의 사업구상을 설명하고 주주들의 질문에 답한다. 서정진 회장의 열정에 감동한 주주들은 너도나도 주총장으로 향한다. 주주들은 기업 경엉 방침부터 사소한 불만은 물론 IR 담당자가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푸념까지도 늘어놓는다.  

서정진 회장은 주총에서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도 피하지 않는다. 2019년 주총에선 미국에서 램시마 시정점유율이 낮은 이유가 판매사 때문인지, 미국 시장의 특성 때문인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도 “판매사 문제가 더 크다”며 “미국에서 처음 판권 계약을 맺었고 시간에 쫓겨 급하게 도장을 찍다보니 셀트리온에 불리한 조항이 있다”고 답했다. 주식 수가 늘었는도 배당이 적다는 지적부터 임원들이 스톡옵션이 과도하다는 내용의 질문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전했다. 

서정진 회장은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직접 인사드려야 도리”라며 “작은 문제라고 할지라도 주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확고한 철학 지니고 있다. 셀트리온 주주들이 유독 생명공학, 바이오 전공자 뺨치는 수준의 전문지식을 갖춘 ‘열혈’ 주주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배경이다. 

# 세계 최초는 ‘속도’의 산물이다. 

책에 따르면 서정진 회장은 보고 지시 회의 등 대부분의 업무를 전화로 한다. 이메일과 카카오톡 앱도 깔지 않았다. 글자를 치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문자를 보내면 읽기만 하고 답은 전화로 한다. 임원뿐 아니라 실무자에게 전화해서 궁금한 점을 묻고 세세한 부분까지 직접 챙긴다. 밤낮도 없다. 해외 출장 중에는 한국 시간도 따져보지 않고 무작정 통화 버튼을 누른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면서 근무시간 외 업무 지시를 금지하도록 했지만 서정진에게는 딴 나라 얘기다. 서정진은 업무 속도를 올리려면 상황을 빨리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셀트리온 계열사 사장들은 오전과 오후, 하루에 두 번씩 서정진의 전화를 받는다. 내용은 간단하다. 아침 회의 이후 새로운 사건이 발생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서정진 회장은 ‘속도’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임직원들에게 전화를 수시로 하는 이유다. 셀트리온 직원들도 서정진 회장처럼, 1초라도 빨리 움직이기 위해 사력을 다한다. 이들은 초과근무에 통달한 ‘워커홀릭’들이다. 

특히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는 15년 동안 밤낮으로 일해온 탓에 50대 초반에 치아 전체를 임플란트로 교체했다. 박재휘 허가 담당장은 분만실 침대에 누웠다가 “잠깐만요”를 외치고 벌떡 일어나 전화통을 붙들고 후배들에게 업무를 지시했다.

셀트리온이 전세계 최초로 항체 바이오 시밀러를 만들어낸 것은 물론 트루시마, 허쥬마 등의 제품을 재빠르게 시장에 내놓은 배경이다. 간척지 부지나 다름없었던 송도에 아시아 최대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만든 힘도 여기서 출발했다. 국내 전통 제약사를 전부 제치고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의 조건부 허가를 따낸 이유도 다르지 않다.

한편 서정진 회장은 최근 공개적으로 은퇴를 선언하고 셀트리온을 떠났다.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더 이상 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란 계획도 함께 전했다. 셀트리온 직원들은 서정진 회장이 몸소 보여준 현장 감각과 소통 그리고 속도 경영을 앞으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서정진 없는 ‘셀트리오니즘’의 성패를 향해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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