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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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신용수 기자] 보건소 업무가 코로나19로 중단된 지 1년이 지났다. 수도권을 비롯한 대부분 지역의 보건소가 코로나19 선별진료소를 운영하는데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까닭이다. 코로나19는 여전히 잡히지 않는 가운데, 특히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을 유발하는 HIV(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 익명신속검사가 중단된 것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로 성적 접촉으로 매개된다는 특성 탓에 사람들이 검사를 꺼리는 까닭이다.

서울 25개 자치구 소속 보건소는 모두 지난해 2월 말부터 업무가 중단된 상황이다. 각 자치구 보건소 홈페이지를 보면, 보건소 업무 잠정 중단에 관한 공지를 확인할 수 있다. 보건소의 모든 역량을 코로나19 검사 및 방역에 쏟겠다는 것이다. 현재 보건소는 진료뿐만 아니라 대부분 검사와 사업을 모두 중단한 상황이다. 

이와 함께 서울 내 HIV 검사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졌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서울 내 보건소에서는 2015년부터 에이즈 검사를 희망하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무료 신속검사를 진행해왔다. 모든 과정을 익명으로 진행하고, 검사 후 20분 뒤 결과를 직접 또는 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보건소 업무가 전면 중단되면서, 보건소가 운영하던 무료 익명신속검사 사업도 모두 중단됐다.

HIV 검사에 대한 접근성 저하는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길리어드사이언스가 발표한 ‘코로나19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HIV 치료제 접근성 및 수급에 미친 영향’ 설문 조사에 따르면, 국내 HIV 감염 위험군(151명) 중 48.34%는 코로나19로 인해 HIV 진단 빈도가 감소했다고 답했다. 또 59.6%는 내원 빈도가 줄어들거나(41.72%) 아직 내원하지 못했다(17.88%)고 응답했다. 

설문에 참여한 국내 의료진 9명 중 4명도 실제로 코로나19로 인한 진료 감소를 체감했다고 답했다. 실제로 HIV 감염인 진료인원은 코로나19 발생 이전 148명에서 발생 후 86명으로 크게 감소했다. 

현재 서울 내에서 무료 익명신속검사가 가능한 곳은 ISHAP(Ivan Stop HIV/ADIS‧아이샵) 뿐이다. ISHAP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에서 후원 중인 한국에이즈퇴치연맹에서 운영 중인 성소수자 에이즈예방센터다. 현재 ISHAP는 총 3곳의 센터를 운영 중인데, 이들 중 2곳이 서울(종로‧이태원)에 있다. 나머지 1곳은 부산 범일동에 있다.

하지만 ISHAP는 보건소에 비해 수가 적고 위치가 한정돼있어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또 남성 동성애자나 양성애자, 트랜스 여성 등 동성 간 성 접촉 가능성이 있는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센터라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ISHAP 관계자는 “아무래도 우리 센터는 상대적으로 HIV에 취약한 성소수자들을 위해 설립된 센터로 이용자들 대부분은 성소수자”라면서 “물론 검사 시 피검사자의 성적 지향을 깊숙이 묻지 않는 까닭에,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검사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출입은 센터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고, 검사를 희망하는 일반인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동성 간 성접촉이 아니라면 병원 방문을 추천드린다”고 설명했다.

물론 지난해 7월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가 발표한 ‘2019 HIV‧AIDS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2018년 신규 감염 신고된 1222명의 HIV 환자 중 성적 접촉으로 감염된 사람은 821명이고, 그중에서도 동성 간 성접촉이 442명으로 원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성간 성 접촉으로 인한 감염도 379명으로 적지 않았다. ISHAP 검사 센터만으로는 이같은 감염자는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보건소 및 ISHAP의 익명신속검사를 대체할 방법으로는 병원을 통한 HIV 익명검사 및 자가진단키트 오라퀵 등이 있다. 하지만 병원의 HIV 검사와 약국‧쇼핑몰 등을 통한 오라퀵 구매 모두 적지 않은 비용을 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병원을 통한 HIV 검사의 경우 회당 3~5만 원, 오라퀵 구매의 경우 1회분당 4만 원이 필요하다.

에이즈퇴치연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ISHAP 센터 제외하면 병원을 통한 검사나 오라퀵을 통한 자가검사 외에는 방법이 없다”면서 “보건소 신속검사는 당분간 어렵겠지만 전염 예방을 위해서는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감염 의심 요인이 있다면 병원 등을 방문해 꼭 검사를 진행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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