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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환자 모두 고통받는 ‘전문의약품 반품 거부’
약사·환자 모두 고통받는 ‘전문의약품 반품 거부’
  • 신용수 기자
  • credit@pharmnews.com
  • 승인 2021.01.2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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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업 회장 “전문약은 공공재, 반품 문제 해결해야” 작심 발언
다국적제약사 중심 반품 거부, 함부로 버릴 수도 없어 불편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대한약사회가 다시 한번 전문의약품에 대한 정책 변화를 촉구했다. 전문의약품은 처방 없이 임의로 팔 수 없다는 특성상 공산품이 아닌 공공재로 분류해야 하고, 이에 걸맞은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 약사회는 특히 반품 관련 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가운데, 일선 약국에서도 전문약 반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반품 문제로 인한 처방 공백까지 나오면서 환자들도 불편한 상황이다.

김대업 대한약사회장은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의약품은 공산품이 아닌 공공재로 의약품 정책이 바로 서야 한다”며 “전문약은 약국에서 고민해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수량도 처방에 따라 구입해야 한다. 그런데 남으면 1+1 가격으로 인하해서 팔 수도 없다. 남은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을 왜 같이 지지 않는가. 필요할 때는 공공재이고 책임져야 할 때는 왜 뒤로 미루는가”라고 역설했다.

약사회는 그동안 꾸준히 의약품 반품 정책 관련에 대한 개선을 촉구해왔다. 특히 김 회장은 약사회장 출마 때부터 전문의약품을 공공재로 인정해달라고 목소리를 냈고, 취임 이후 전문의약품은 공공재라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를 전국 약국에 배부하는 등 개선을 요구하는 강한 메시지를 보였다. 올해도 여전히 그 기조를 이어간 것.

하지만 제도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고, 일선 약국들은 의약품 반품 문제로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 영등포구의 약사는 “항생제나 진통제 등 아주 일반적인 전문의약품이 아니면 재고가 남는 경우가 더러 발생한다. 전국의 모든 약사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것”이라며 “30개 단위 약을 사서 단 9개만 처방하고 나머지를 유통기한이 지날 때까지 쓰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유통기한까지 못 쓰는 때가 있어, 전문의약품의 경우 재고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도매상이나 제약사의 경우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지난 경우에도 반품해주는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도매상과 제약사도 많다”며 “반품을 거부당하면 유통기한이 지난 약품은 버리는 수밖에 없는데, 의약품은 버리는 것도 그냥 버릴 수 없다. 보건소에 맡겨야 하지만, 혼자 약국을 운영하는데 영업 중 보건소에 갈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대형병원 인근 약국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항암제 등 상대적으로 약값이 높은 희귀의약품도 취급해야 하는 까닭이다.

서울아산병원 근처에 있는 서울 송파구 일번약국의 황해평 약사는 “일반적으로 처방이 거의 안 나오거나,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약품들을 주로 반품한다”며 “하지만 개봉하지도 않은 약품들조차도 도매상이나 제약사에서 반품을 거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처방을 위해 일부 약품을 사용한 경우에는 더욱 반품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특히 다국적제약사들 상당수와 국내 제약사 일부가 약에 대한 반품을 거부한다. 도매상들이 약에 대한 반품을 거부하는 것도, 이들 제약사가 반품을 거부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라며 “특히 항암제, 면역억제제 등을 갖춰야 하는 대형병원 소재 약국들은 더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상대적으로 약값이 높은 데다 다국적제약사들의 제품이 많은 까닭”이라고 말했다.

특히 약가 인하가 다가올수록 이 같은 혼란은 더욱 커진다. 약가 인하가 예정된 약을 반품하고 새로 들이는데 시간이 걸려 그동안 환자들이 약을 처방받을 수 없다는 것.

앞서의 황 약사는 “약가 인하가 되면 일반적으로 약사들은 약을 반품한 뒤, 새로 들여온다”며 “이때 도매상이나 제약사들은 수량 확인을 하겠다면서 약을 직접 보낼 것을 요구한다. 문제는 약을 보내고 가져오는 기간 동안 해당 약을 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일부 도매상들은 사진을 통한 확인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지만, 반품을 위해 약을 보낸 바람에 처방을 하지 못한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문제로 최근 서울아산병원 인근 약국에서는 항암제 넥사바를 찾을 수가 없다. 오는 2월 1일 약가 인하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라며 “고가의 약이라 반품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우리 약국의 경우 어제 도매상에서 넥사바 전량을 가져갔다. 이번 주 중 넥사바를 처방받으러 온 환자는 돌려보내야 한다. 다른 약국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약사회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제도 개선뿐인데, 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헀다.

황 약사는 “이는 넥사바 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반품 문제로 처방을 못 한 사례가 허다했다. 특히 아산병원의 경우 전국 각지에서 환자들이 올라오는데, 환자들이 약이 없어 이 먼 곳을 두 번씩 왔다 가야 했던 사례도 매우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결국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본인을 비롯한 여러 약사가 민원을 넣고 관계부처와 통화까지 했는데도, 아직 정부는 이 문제에 대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이를 해결할 법 개정안은 아직 나온 적이 없다. 우리뿐만 아니라 환자를 위해서도, 앞으로 정부와 국회가 전문의약품 반품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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