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허투
엔허투

[팜뉴스=김민건 기자] "쓸 수 있는 약 다 써봤습니다. 저희 가족은 집을 팔아서라도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정식 승인받아 들여오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담당의에게 들었습니다. 승인을 앞당길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의 신속 승인 요청에 관한 청원'을 올린 A씨가 팜뉴스와 통화에서 한 말이다. 왜 유방암 신약인 '엔허투(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를 국내로 최대한 빠르게, 공식 경로로 들여와야 하는지 설명하는 목소리에는 언제 어머니를 잃을지 모른다는 절박한 심경이 수화기를 넘어왔다.

A씨가 지난 16일 시작한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2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2만3700명(청원동의율 47%)을 넘었다. 마감일자는 내달 15일이다. 2만 명이 넘는 국민이 하나된 마음으로 참여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가 개발한 엔허투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HER2 양성 또는 저발현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표적치료제다. 올해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임상데이터를 발표했을 때 기립박수를 받은 그 신약이다. 미국에서는 HER2 양성 2·3차, 저발현 환자에 승인됐지만 국내에서는 언제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른다.

국내 시판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엔허투 허가 관련 서류가 아직 식품의약품안전처 어느 사무실 속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작년 6월 식약처가 신속심사대상으로 지정했지만 1년여 되도록 답보 상태로 승인을 기다리는 수많은 환자와 보호자들은 '신속허가'라는 말 자체가 무색하다고 느끼고 있다.  

A씨가 이같은 청원을 올린 건 그의 어머니 또한 지난해 3월 전이성 유방암을 진단받아 서울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처음 허셉틴-퍼제타 표적치료를 시작으로 임상에서 퍼세일라, 투카티닙이라는 신약도 써봤는데 잘 안 됐다. 그 다음 젤로다, 타이커브, 젬자를 썼고 아드리아마이신까지 사용했지만 너무 독해 (부작용)패혈성 쇼크를 겪어야 했다"고 말했다.

나 씨가 국회 국민동의에 올린 엔허투 신속 승인 청원

오늘날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항암제를 다 쓴 것이다. 유일하게 남은 희망이 엔허투다.  A씨는 "집을 팔아서 비보험 상태라도 들여와 빨리 쓰고 싶다. 꼭 급여가 되지 않아도 쓸 수 있게 승인해달라고 올린 것"이라고 말했다. 

엔허투는 식약처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돼 있지만 현재 상황이라면 언제 승인될지 알 수 없다. 국내 시판 승인 전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해외에서 들여오는 방법도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구매·이송·보관에 4~6주가 걸려 정맥주사 제형인 엔허투의 경우 약효 품질을 100%  담보할 수 없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시판 승인이 떨어져 정식 수입될 경우 유통·보관 과정에서 품질 하락 우려없이 빠른 투여가 가능하다. 

A씨는 "원래 올해 7월 정도에 허가된다고 들었다. 그런데 갑자기 늦어져서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될 수도 있다고 해서 물어보니 제약사에서 서류를 제대로 안 냈다는 얘기를 들었다. 제약사가 추가로 내면 다시 식약처가 자료를 요청하는 식으로 반복되고 있는데 절차상 추가 제출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신속심사라는 말이 무색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A씨는 청원을 올리면서 자신과 같은 처지에 놓인 환자와 가족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처음 엔허투라는 약을 잘 몰라서 관련 카페에 검색하며 이미 1차 청원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됐다. 2차 청원을 준비하면서 동의를 구하는 글을 올렸는데 같은 상황이라며 너무 간절하다는 분이 적지 않았다. 비급여라도 하루 빨리 승인만 기다리는 바라는 환자도 있고 형편상 보험 적용이 되기를 바라는 환자 수도 많다. 모두 시간이 남지 않아 절박하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엔허투 비용은 3회 투약에 약 8000만원(1회 2000만원대)으로 알려졌다. 식약처는 전이성 유방암 HER2 양성 3차 치료 승인신청서를 검토 중이다. 앞으로 엔허투 핵심 적응증인 절제 불가한 전이성 HER2 저발현 (IHC1+ or IHC2+/ISH-) 유방암과 2차 치료까지 확대돼야 치료 접근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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