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30일 국회 국민동의 청원이 달성된 엔허투 신속승인 안건

[팜뉴스=김민건 기자] "어머니는 기존 항암제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쓸 약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지금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엔허투'가 마지막 희망입니다. 이 약을 엄마에게 꼭 써보고 싶습니다. 같은 처지의 많은 환우들이 오래 전부터 이 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엔허투가 꼭 필요한, 기다리는 환자들은 중증 암환자들로 살아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치료제가 존재함에도 쓸 수 없어 생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국민 5만 명이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 처장의 입을 보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을 달성한 유방암 신약 '엔허투(트라스트주맙·데룩스테칸)' 신속승인 안건이 오 처장을 향한 호소문으로 전달됐다. 환우와 보호자의 간절함이 담긴 '마지막 희망'이다.

31일 팜뉴스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인 어머니를 돌보는 A씨가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보낸 호소문을 입수, 그 내용을 보도한다. A씨는 호소문을 어디로 보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묻고 또 물었다. 엔허투가 필요한 환자와 보호자들의 뜻을 모은 호소문을 식약처장과 대화, 국민신문고로 전할 수 있었다. 

오유경 식약처장
오유경 식약처장

A씨가 지난달 16일 국회 국민동의에 올린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신속 승인 요청' 청원은 보름 만에 이뤄졌다. 지난 8월 30일 오전 10시 31분 5만 명 동의를 달성하며 요건을 충족, 소관 위원회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됐다. 엔허투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환자와 가족 뿐만이 아닌 5만 명에 달하는 국민이 한뜻을 모았기에 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A씨는 호소문에서 이번 국민 청원이 "더 살고 싶은 환우 본인들의 청원이며, 엄마, 아내, 딸을 지키고 싶은 가족들의 서명"이라고 했다. 그는 "자식을 지키고 싶어 아직 살아서 버티고 있는 엄마들의 마음과, 이런 엄마가 꼭 필요한 가족들의 간절함을 헤아려 달라, 부디 청원서를 서류 한 장으로 보지 말고 여기 달려있는 환우들 생명과 그 가족들의 절실함을 같이 봐달라"고 오 처장에게 썼다.

A씨는 또한 "최근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 내용 중 "글로벌 혁신제품은 개발 초기부터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하는 한편, 일부 심사 자료는 시판 후 제출 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는 뉴스를 봤다"며 "엔허투 안전성과 유효성 심사는 종료됐다고 들었다. 부디 승인을 서둘러 환우들 고통과 근심을 덜어 달라"고 호소했다.

길고 고된 투병과 간병으로 고립된 암환자와 가족들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엔허투는 지난해 6월 신속심사 허가 대상이 됐지만 어찌된 일인지 1년이 넘는 기간 최종 허가 결정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 그간 식약처와 제약사 간 미비된 허가서류 요청과 제출이 반복되는 상황으로만 알려졌다. 최근 엔허투 청원 내용이 보도되면서 식약처, 제약사에서는 더욱 민감한 내용으로 다루는 분위기로 전해졌다.

A씨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암환자와 그 가족들은 하루에도 몇번씩 엔허투 관련 기사를 확인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며 "하루라도 속히 이 약을 쓸 수 있도록 사용허가에 대한 신속한 선처를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엔허투

현재 엔허투 승인은 국민동의 5만 명을 달성한 것 이상으로 국민적 관심이 뜨겁다. 네이트판에는 또 다른 유방암 환자이자 유튜브 '콩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B씨가 A씨의 청원 글을 알리면서 수많은 누리꾼들이 국민청원에 참여했다. 여기에는 어머니를 유방암으로 잃었거나 투병 중인 환자를 돌보고 있는 네티즌, 현재 아버지가 투병 중인 네티즌, 이 외에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회원가입을 해서 청원에 참여했다는 네티즌까지 있었다.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는 폐암 환자 가족이라며 자신을 밝힌 한 네티즌은 "식약처가 당장 이 약을 승인해도 곧바로 보험 적용이 되는 것은 아니다. 절차가 있으니 많은 시간이 걸리고 우리 가족에게는 어떠한 혜택으로도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며 "그럼에도 엔허투 승인을 지지하고 청원하는 이유는 암은 모든 사람이 겪을 수 있는 흔한 질병이기 때문에 지금 승인돼야 앞으로 암투병을 할 사람도 살릴 수 있다"고 관심을 촉구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인데 도입이 늦춰지지 않기 바란다. 우리나라에서도 하루빨리 쓰일 수 있길 바란다"며 참여했다.

특히, 이미 미국과 일본에서는 엔허투 승인이 빠르게 이뤄져 사용되고 있어 국내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더욱 큰 아픔을 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9년 식품의약품국(FDA)이 HER2 양성 재발·전이성 유방암 치료제로 최초 허가가 이뤄져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에서 항암 전문약사로 일하고 있다는 네티즌은 "(미국 현지 내)암센터에서 일주일에 두세 명은 받을 정도로 꽤 흔한 약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4기 유방암 뿐 아니라 4기 대장암, 위장암, 폐암(HER2 음성)까지 FDA 승인이 나 꽤 많은 환자가 (치료를)받고 있다"고 적었다. 

엔허투는 유방암 70%를 차지하는 HER2 양성 또는 저발현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치료 효과를 나타내는 표적치료제다. 기존 항암제 대비 질병진행·사망위험 72%까지 낮춰 올해 6월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임상데이터를 발표했을 때 기립박수를 받았다.

한편, 오 처장을 향한 호소문은 우편물로도 도착할 예정이다. 해당 호소문은 암환자 관련 카페에도 공유됐다. A씨는 "저 이외에도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식약처장을 향한 호소문을 더 보낼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오 처장이 5만 명에 달하는 국민청원에 어떤 답을 보낼지 국민적 관심이 모아졌다.

전이성 유방암 환자, 보호자들이 오유경 식약처장에게 보낸 호소문 전문

존경하는 식약처장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유방암 환자인 어머니의 딸입니다.  유방암 환우들이 대한민국 국회에 엔허투라는 신약의 국내 신속승인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을 올렸습니다.

엔허투는 미국에서 우선심사 대상으로, 허가신청 2개월 만에 FDA 승인을 획득하여, 2019년부터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유방암환자들에게 혁신적인 치료제로 쓰이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6월 신속심사대상으로 지정되었지만, 1년도 더 지난 지금도 승인이 나질 않고 있어 이 약이 급히 필요한 환우들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엔허투는 기존 항암제와 비교해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을 72%까지 낮추었고, 유방암 치료의 세대교체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유방암 뿐 아니라 위암, 폐암, 대장암 등에도 확대 승인이 났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는데, 우리나라 환우들은 속만 태우는 상황입니다. 늦어지는 승인으로 인한 물량확보 문제까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엔허투가 꼭 필요한, 이 약을 기다리는 환자들은 중증 암환자들입니다. 살아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치료제가 존재함에도 쓸 수 없어서, 생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치료 기회의 박탈이라 느껴집니다.

존경하는 식약처장님. 저희 어머니는 기존 항암제들에 내성이 생겨 더 이상 쓸 약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지금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엔허투가 마지막 희망입니다. 이 약을 엄마에게 꼭 써보고 싶습니다.

같은 처지의 많은 환우들이 오래전부터 이 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암환자는 그리고 암환자의 가족들은 길고 고된 투병과 간병으로 인해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5만 명의 청원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더 살고 싶은 환우 본인들의 청원입니다. 엄마를 아내를 딸을 지키고 싶은 가족들의 서명입니다. 

자식을 지키고 싶어 아직 살아서 버티고 있는 엄마들의 마음과, 이런 엄마가 꼭 필요한 가족들의 간절함을 헤아려 주십시오. 부디 저희의 청원서를 서류 한 장으로 보지 마시고, 여기에 달려 있는 환우들의 생명과 그 가족들의 절실함을 같이 봐주십시오.  

최근 ‘식의약 규제혁신 100대 과제’를 발표하셨다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내용 중에 "글로벌 혁신제품은 개발 초기부터 신속심사 대상으로 지정하는 한편, 일부 심사 자료는 시판 후에 제출이 가능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라는 구절도 보았습니다.

엔허투의 안정성과 유효성에 대한 심사는 종료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부디 승인을 서둘러 환우들의 고통과 근심을 덜어 주십시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암환자와 그 가족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엔허투 관련 기사를 확인하고, 승인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루라도 속히 이 약을 쓸 수 있도록 사용허가에 대한 신속한 선처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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