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하필 나에게 이런 병이 왜 생겼는지 억울하고 슬픈 게 커요. 평상 시에 다리 통증 말고는 건강했는데..." 다리 통증은 올해 만 53세인 A씨의 일상을 앗아갔다.

A씨는 몇년 전 걸을 때마다 다리 통증이 심해 국내 한 대학병원 정형외과를 찾았다. 당시 원인 불명 골절을 진단받았다. 이때만 해도 100만 명 중 1명에서 생기는 희귀질환에 걸렸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A씨가 겪고 있는 병은 국내 성인 중 단 10명만 확인될 정도로 극희귀질환인 '저인산효소증(Hypophosphatasia, HPP)'이다. 이 질환은 진단도 치료도 쉽지 않아 A씨처럼 큰 육체적, 심적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A씨에게 더 큰 고통이 있다. 그는 팜뉴스에 "치료제가 있지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앞으로 충분히 치료 받을 수 있을지 경제적 어려움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대면 인터뷰를 할 만큼 건강이 좋지 않은 A씨는 서면을 통해서라도 극희귀질환자의 아픔을 전하고자 했다. 

국내에서 저인산효소증에 사용 가능한 치료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스트렌식(아스포타제알파)이 유일하다. 스트렌식을 건보 급여로 쓰기 위해서는 진단 당시 19세 미만이어야 한다. A씨처럼 저인산효소증을 가지고 있더라도 성인 이후 진단, 치료를 받으면 급여가 불가하도록 조건이 제한적이다. 

미국과 호주는 소아 때라도 저인산효소증 관련 의료 기록이 있다면 급여를 인정하는 것에 비해 국내 기준이 까다롭다. 증상이 다양하고, 발현 시기도 다른 저인산효소증에서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 건보 적용은 또 다른 아픔이다.

A씨는 진료 날짜가 다가오면 비용 걱정에 스트레스를 받아 불면증을 앓았고, 면역력이 떨어져 다른 질환이 생겼다. 경제적으로 가족에게 짐이 되기 싫어 삶을 포기하려던 생각이 수없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실제 약값을 마련하기 어려워 여러 번 치료를 미루기까지 했다. 그는 "비용 때문에 일정을 연기해야 하는 상황이 굉장히 슬프다. 다시 치료제를 받을 때까지 증상이 악화하지는 않을까 하루하루 살얼음을 걷는 불안한 마음이다"고 전했다.

치료제 비용을 마련할 수 없어 치료를 포기하는 것. 저인산효소증 환자들을 더욱 아프게 하는 병이다.  결국 주 1회 스트렌식 치료를 하며 상태가 좋아졌던 A씨도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했다. 주사 횟수를 점차 줄이다가 치료를 중단해야 했다. 상태는 더 악화해 걷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골절 수술을 받았지만 "앞으로 증상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치료제 투여가 필요하다"는 담당 의료진의 말에 귀금속과 개인 보험, 남편 퇴직금을 정산 받았다. 현재는 남편 회사에서 나오는 의료 지원비로 일부 충당하며 치료를 이어가고 있다. 이마저도 비싼 약값 때문에 투여 횟수를 줄이고 줄여서 가능한 상황.

A씨는 "소아에서 보험이 가능하지만 성인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고가의 약값으로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하루빨리 보험 혜택을 통한 충분한 치료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스트렌식 투여 전 걷는 게 불가능했지만 지금 일반적인 집안 일이 가능할 정도로 간단한 일상을 되찾았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렇지 않을 날들을 희망한다. 튼튼한 다리로 가족과 외식을 하고, 아이들과 동네 산책을 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는 것이다. 

A씨는 "저인산효소증은 희귀질환이지만 치료제가 있어 치료가 가능하다는 말, 환자를 위해 도와주는 교수를 믿고 치료하고 싶다는 희망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A씨를 지탱해주는 또 다른 희망은 정윤석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다. 평소 희귀질환에 연구를 해온 정 교수는 A씨가 저인산효소증을 앓고 있음을 직감, 정확한 진단으로 확진했다. 환자들이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포기해도 정 교수는 환자를 놓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어떻게든 희망을 줄 방법을 찾고 있다. A씨가 스트렌식 치료를 다시 하려고 굳게 마음 먹은 이유다.

질환 인지도도 낮고 감당하기 힘든 수준으로 비싼 저인산효소증 치료. 초기부터 빠른 치료와 부담 없는 검사, 진단이 필요하다. 팜뉴스는 A씨 치료를 전담한 정윤석 교수를 만나 더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정윤석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정윤석 아주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

 

뼈는 신체를 지지하고 내부 장기를 보호한다. 뼈를 형성하는 요소에는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이하 ALP)가 필수 효소다. 저인산효소증 환자는 원인도 모른 채 장기간 만성 통증과 골절 재발, 보행 장애들을 수년간 겪는다. 심각한 일상생활의 어려움과 삶의 질 저하가 찾아온다. 문제는 대부분 40대 후반인 중년기에 진단된다. 18세 이전에 증상을 경험한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평균 진단 지연 기간은 24.5년이다.

다음은 정 교수와 일문일답.

▶희귀질환은 어떻게 진료하시게 됐나요

"희귀질환을 진료하는 과는 의학유전학과, 소아과 등이 있다. 이러한 과에서는 뼈에 관련된 희귀질환 뿐만 아니라 모든 질환을 진료한다. 내분비대사내과는 희귀질환 환자는 많지 않지만 뼈와 연관된 질환을 진료한다. 저인산효소증 성인 환자 역시 뼈와 관련되어 최초로 진단, 치료를 진행하게 된 상황이다."

▶저인산효소증은 극희귀질환인데, 현재 국내 성인 환자가 몇 명인지 파악 되나요

"유병률이 100만 명 당 1명으로 초희귀질환에 속하는데 100만 명에 1명이라는 것은 중증 저인산효소증 환자의 유병률이다.경증 환자까지 넓히면 더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약 2년 전부터 아주대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성인 저인산효소증 환자 진단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모임을 갖고 있다. 유전자 돌연변이와 골격 변화 등을 보여 저인산 효소증으로 진단된 환자는 최소 10명 정도로 확인했다. 아주대병원 3명, 세브란스병원 약 7명, 서울대병원 약 3명 정도다. 

저인산효소증에는 타입이 7개가 있다. 소아기에는 증상이 없지만 성인이 돼서 나타나는 골형성 부전증 같이 저인산효소증 환자도 골다공증이나 골절로 치료하다가 뒤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또한 골 질환이 있는 환자들은 본능적으로 골절 위험을 피하는 특성들이 있다. 넘어지는 걸 피하거나 운동, 스포츠 활동 등을 안 하면서 성인까지 잘 버텨왔지만 폐경 후거나 노인 골다공증이 오는 비슷한 시기에 골절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된 경우도 있다."

▶저인산효소증 전문가 모임 명칭이 따로 있나요

"따로 없다. 골다공증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 중 손에 꼽히는 이유미 세브란스병원 교수, 김상완 서울대병원 교수가 저인산효소증 환자를 진단하게 돼 사례를 공유하다가 모임을 결성하게 됐다."

▶저인산효소증은 어떻게 진단하나요

"저인산효소증은 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 수치(이하 ALP) 등 몇 가지 특이한 점들이 관찰되면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를 통해 진단할 수 있다. 과거에는 유전자 돌연변이 검사가 쉽지 않았는데, 약 5년 전부터 돌연변이 검사가 키트화 돼 비교적 간단하게 검사가 가능해졌다."

▶저인산효소증 발병에 따라 환자를 구분하는 방법이 있나요

"저인산효소증은 발병 시기에 따라 나눠 영유아기, 성인기 등으로 나눈다. 이러한 구분은 다소 인위적이다. 돌연변이가 소아기 때 발병할지 성인기에 생길지 모를 뿐 태생적으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이를 구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성인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증상은 무엇인가요

"대표적으로 골절을 뽑을 수 있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과 다른 점은 골절 부위가 특이하다는 것이다. 보통 골다공증 골절은 손목, 척추, 대퇴부, 상완골 4가지 부위에서 많이 발생한다. 저인산효소증은 이와 달리 행군을 많이 하는 군인이나 장거리 마라톤을 즐겨하는 사람에게 많이 발생하는 발등에 '중족골 골절'이나 교통사고나 외력에 의해 나타나는 '대퇴부 가운데 골절'이 주로 발생한다. 골절 이유가 없는데, 발등에 골절이 있거나 특이 부위에 골절을 보인다면 의심해볼 수 있다.

이처럼 특이한 부위에 골절을 보일 때 의심할 수 있다. 현재 내분비대사내과에 골절로 내원하는 환자 95%는 일반 골다공증으로 확인되지만, 5% 정도는 희귀질환이나 특이한 사례다. 제한적인 진료 시간 내에 골절 부위를 예리하게 확인하지 않는 이상 진단을 놓치기 쉽다."

▶발병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르기도 한가요

"그렇지는 않다. 대체로 근육과 연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보행 속도가 늦다는 특징이 있다. 저인산효소증은 6분 보행 능력을 평가하는 BLECK 검사로 진단, 치료 효과를 평가한다. 보통 사람이 6분간 500m를 걷는다면 저인산효소증 환자는 근육과 연골 문제로 300m밖에 못 걷는 등 문제를 겪는다. 다만, 원래 걸음이 느린 사람도 있듯이 구체적이지 않다 보니 보행 능력 검사 외에 ALP 효소, 비타민 B6 결핍 등을 살펴본다."

▶걷는 게 느려지다가 증상이 더 심해지면 어떻게 되나요

"서서히 심해지며 결정적으로 대퇴골이 골절되면 걷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 진단까지 기간도 길고, 수술한다고 해도 좋아지는 질환이 아니다보니 환자들이 굉장히 절박한 상태에서 내원하는 편이다. 보통 골절이 있으면 골절된 뼈끼리 붙도록 고정을 돕는 수술을 하는데, 저인산효소증은 뼈를 형성하는 효소가 없다보니 수술도 어렵다."

▶성인기 이외 발병할 경우 증상은요

"심할 경우 태어날 때부터 뼈가 부러지거나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한 논문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생아가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사망해서 원인을 조사한 결과 ALP 수치가 굉장히 낮은 것을 발견했다. 뼈가 활발히 형성되는 시기라 ALP 수치는 200~300 정도여야 하는데, 논문에 보고된 신생아는 20~30 정도로 굉장히 낮았다. ALP 효소 부족으로 뼈 형성이 안 되는 저인산효소증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다."

▶의료진도 알기 어려운데 환자들은 증상을 인지하기가 쉽지 않겠네요

"진료 경험이 많고 저인산효소증 진단, 치료 경험이 있는 나 같은 의료진도 놓치기 쉬우니 보통 의사들은 더더욱 어려울 것으로 본다. 워낙 드문 질환이고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가 스스로 알기는 어렵다. 

현재 치료하고 있는 A씨도 다른 병원에서 진단받지 못하고 내원했다가 보통 골절 환자와 달리 ALP 수치가 현저히 낮은 것을 보고 질환의 단서를 찾았다. 골다공증이나 골절이 있으면 뼈 형성을 위해 ALP 수치가 올라가거나 최소한 정상 수치를 보여야 하는데 오히려 낮다는 점에서 이상함을 느꼈다. 저인산효소증 특이 증상 중 하나인 중족골 골절도 관찰돼 여러 검사 끝에 진단하게 된 것이다."

▶일반 의료진은 저인산효소증을 알아보기 힘든데, 어떻게 해서 이런 극희귀질환을 알게 되셨나요

"현재 내분비학회 이사장이기도 하고 학회에 30년 이상 소속돼 있다. 국내에서는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지만, 해외 학회에서는 가끔 접했다. 서양에만 있는 질환 정도로 생각했는데 일본에서 사례가 꽤 많았다. 아무래도 의료 기술이나 치료 환경이 조금 앞서 있다 보니 그런 것 같다. 일본은 성인 저인산효소증 환자도 치료제 보험 급여가 가능하고, 의료진이 질환을 진단하면 수월하게 치료가 가능하다. 반대로 우리나라는 진단을 하고 약이 있어도 경제적 문제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의료진으로서 굉장히 안타깝다."

▶정상인의 ALP 수치는 어떤가요

"사람, 병원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른데 아주대병원은 40~100으로 본다. 성인은 최소 35는 넘어야 하고 정상 범위는 70~80으로 본다. 현재 치료받고 있는 A씨는 처음 내원했을 때 11이었고 높아도 30 정도였다."

※연령대별 정상 ALP 수치
※연령대별 정상 ALP 수치

 

▶A씨처럼 환자마다 발병 시기가 다른 이유가 있나요

"ALP 효소가 얼마나 결핍됐는지, 돌연변이가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에 따라 다르다. 돌연변이 부위가 수백 개에 이르는 골형성 부전증과도 비슷한데, 저인산효소증도 유전자 맵을 계속 업데이트 하면서 확인했을 때 약 30개 이상의 변이가 확인됐다. 지금도 돌연변이를 계속 발견하고 있다. 어느 부위에서 얼마나 돌연변이가 생겼는지에 따라 발병 시기나 중증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현재 치료받고 있는 A씨는 처음 어떤 증상이 나타났나요

"현재 A씨는 50대임에도 치아가 4개만 있는 상황이다. 다른 질환이 없는 상황에서 첫 증상으로 골절이나 치아 소실 등을 보인다. 치아 소실은 저인산효소증 진단에 중요한 단서가 된다. 30대 때부터 치아가 소실됐는데 당시 관리를 못 해서 일찍 빠진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 병원에 내원한 것은 50대 때이고 폐경이 오면서 힘이 없고 잘 걷지 못해 갱년기라고 생각했다가 병원을 찾았다. 사실상 진단까지 20년 이상 소요된 것이다. 정형외과, 치과, 내과 등으로 방문하게 되는데 극희귀질환 특성상 어디서도 저인산효소증을 의심하지 못하고 있다."

▶저인산효소증으로 의심한 이후 진단과 치료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진단은 ALP 수치와 비타민 B6를 먼저 살핀다. 이후 PLP(피리독살포스페이트) 수치를 측정한다. 저인산효소증 환자들은 ALP 부족으로 활동적인 비타민 B6가 없어 전구체인 PLP가 쌓이기 때문에 검사를 하면 PLP 수치가 높게 나타난다. ALP, PLP 수치를 확인 후 저인산효소증이 의심되면 엑스레이를 통한 임상 증상 확인, 유전자 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엑스레이 검사는 골절 부위를 확인하는데 도움이 된다."

저인산효소증을 앓고 있는 A씨의 치아 상태

 

▶스트렌식이 개발되면서 근본적 치료가 가능해졌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인가요

"유전자 변이로 ALP 생성이 떨어져 저인산효소증이 발생하는데 스트렌식은 이를 대체하는 효소를 넣어준다. 이 때문에 성장이 활발한 소아는 반감기를 고려해 일주일에 3번 정도 투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행인 점은 피하주사라서 보호자가 교육을 받으면 인슐린 주사처럼 가정 내 투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스트렌식 치료 중인 A씨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고, 치료제 보관의 어려움 등 문제로 병원에서 투여받고 있다. 투여 시간은 준비까지 포함해 약 30분 정도 소요된다."

▶A씨는 스트렌식을 어떻게 맞고 있으며 치료 이후 효과는 어떤가요

"2021년 10월 첫 내원 후 3개월 만에 저인산효소증을 진단했고 이듬해 1월부터 스트렌식 투여를 시작했다. 지금은 투여 2년 차이고 두 달에 한 번씩 맞고 있다. 다만 경제적 부담이 있기 때문에 회사 의료비 지원금으로 몇 번을 투여할 수 있는지 계산해서 오면 투여 계획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A씨가 효과를 보기까지는 약 1년이 걸렸다. 보통 골절이 되면 3개월, 늦어도 6개월 정도 걸려 회복하는데 A씨는 용량을 조절해서 쓰다 보니 좀 오래 걸렸다. 현재는 골절된 뼈가 다 붙은 상황이고 보행 속도는 아직 느린 편이다. 아무래도 이전에 골절을 겪었기 때문에 보행에 두려움이 있는 편이고, 최근 6분 보행 검사는 날씨나 낙상 위험을 고려해 시행하지 않았다."

스트렌식 투여 전 A씨의 골절 상황(빨간색 동그라미, 저인산효소증의 특징이다)
스트렌식 투여 전 A씨의 골절 상황(빨간색 동그라미, 저인산효소증의 특징이다)
스트렌식 투여 후 A씨의 골절된 뼈는 붙었다
스트렌식 투여 후 A씨의 골절된 뼈는 붙었다

 

▶스트렌식 사용 시 적정 용량과 효과는 어느 정도라고 보나요

"뼈가 활발히 형성되는 소아와 달리 성인은 이미 뼈가 형성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골절된 뼈만 붙이고, 골절되지 않고 잘 걷고 활동할 수 있게 만들어 주면 된다. 현재 A씨 투약 용량은 일본에서 저용량으로 맞은 성인 환자 사례를 확인해 적용했다. 해당 의료진과 이메일로 연락해 투여량을 논의한 다음 용량을 줄였다. 이렇게 용량을 줄여도 환자가 1년에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가 거의 수천만 원이다. 

다행인 점은 직장에서 1000만원까지는 지원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치료비가 1000만원이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환자가 온전히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라 치료를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스트렌식을 사용하지 못한 환자는 어떻게 치료하나요

"학회에 보고된 국내 사례에 따르면 치아 소실은 없었지만 골절과 ALP, PLP 수치에 이상을 보였고 유전자 검사를 통해 진단한 경우가 있다. 이 환자는 비용적 문제로 고식적 방법인 부갑상선 호르몬제를 진행한 것으로 안다."

▶고식적 방법으로 치료하면 증상을 늦출 수 있을까요

"애매한 상황이다. 그래서 스트렌식 급여를 성인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심평원, 복지부에 자료를 제출했다. 대퇴부 골절이 있으면 걷지 못하고 1년 내 사망률도 20% 정도 된다. 다행히 환자 두 분은 살아 계시지만,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성인에서도 손가락, 발가락 골절까지는 아니더라도 대퇴부 골절 등 심한 조건에서라도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대퇴부 골절이 되면 환자들은 일상 생활이 가능한가요

"누워서 생활한다. 보행기를 사용할 수 있지만 통증이 굉장히 심해 외출은 거의 못 하고 집에서도 화장실만 가는 정도다. 화장실도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쓰는 변기를 사용할 정도로 삶의 질이 매우 낮다."

▶일상생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 같아요

"20대 환자는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른 병원에서 확진 받은 환자도 척추 골절이고 부갑상선 호르몬제로 버티고 있다. 좋은 약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경제적인 이유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저인산효소증은 선천적으로 갖고 있는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한 질환이다. 그런데도 발병하는 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성인이 돼서 진단됐다는 이유만으로 급여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

▶걸을 수가 없으니 직장을 못 다니고, 수익이 없어 치료도 어렵게 되는 악순환이네요

"맞다. 활동을 못 하면 뼈는 또 약해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악순환이라 생각한다. 거의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상황이 참 안타깝다."

▶환자를 치료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게 있나요

"아무래도 성인 저인산효소증 환자를 처음 진단하는 것이다 보니 질환 정보를 찾아보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당시에는 힘들었지만 의사로서 사명감으로 하는 일이다. 그렇다 보니 환자가 증상이 호전돼서 잘 걷고, 진료실에서 웃는 얼굴로 볼 수 있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이제는 안 아프고 잘 걸어요'라는 A씨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일단 진료실에 걸어오는 모습이 다르다. 이번 진료에서도 보통 사람처럼 걸어서 진료실에 들어왔다. 환자가 잘 걷는 모습, 안 아프다고 말하는 것, 외출을 잘 한다고 할 때 고마움을 느낀다." 

정윤석 아주대병원 대사내분비내과 교수
정윤석 아주대병원 대사내분비내과 교수

 

▶현재 스트렌식 급여 적용 조건이 만 19세 미만에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인데, 이렇게 적용한 이유가 있을까요

"당시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설정된 기준을 참고해 설정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현재 일본은 성인도 급여 가능하고 영국, 호주도 성인 급여가 가능하게 바뀌었다. 미국도 곧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나라만 과거 기준으로 설정한 현실이다."

▶학회장을 맡고 계신데요, 학회 차원에서는 보험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 중인가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사례를 살펴보거나, 치료제 대안이 있을지 논의했다. 소아에서는 무게 별 용량으로 투여되는데, 성인 무게로는 도저히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라 무게 별 용량으로 진행하는 것이 맞는지, 이 외에도 어떻게 하면 급여가 가능하게 할지,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할지 등의 노력이다.

학회 차원에서는 민원을 넣고 있다. 아주대병원 뿐만 아니라 3개 주요 병원에서 환자가 진단됐고 아직 진단받지 못한 환자들도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 급여 조건을 수정해 둬야 나중에 신규 환자가 진단됐을 때 사용할 수 있다. 특히 지방은 경제 여건이 비교적 안 좋기 때문에 학회 차원에서 급여 혜택을 확대할 수 있도록 민원을 올린 상황이다."

▶급여 기준을 정한다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급여 조건을 모든 성인 저인산효소증 환자로 다 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치료하고 있는 환자분이 다시 골절을 보인다면 그때는 급여를 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 

▶성인 저인산효소증 환자를 위해 개선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요

"ALP 수치는 골다공증 약을 사용해도 떨어지기 때문에 비특이적이다. PLP 수치가 필요하다. PLP 수치는 각 병원에서 확인이 어렵고 외부 수탁으로 진행하기에 결과가 나오는데 일주일 이상 걸린다. 사실 하루면 확인할 수 있지만 검사 케이스가 많아 모았다가 검사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다. 

PLP 수치를 확인 후 이상이 있으면 엑스레이 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거치는데, PLP 검사를 다음 내원 시 확인하자고 말하면 귀찮아 하는 경우도 있다. 저인산효소증은 수년 혹은 수십 년에 걸쳐 진행하기 때문에 진단 과정에서 지연이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그래도 효율적인 진단을 위해 최소한 대학병원에서는 PLP 검사가 보편화 됐으면 한다. 특히 PLP 수치 검사를 통해 환자를 찾아냈을 때 그 환자가 바로 치료할 수 있게끔 급여를 개선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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