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스트렌식
아스트라제네카 스트렌식

[팜뉴스=김민건 기자] 골다골증이 아닌데 이유없는 골절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있다. 100만 명 중 1명꼴로 진단되는 극희귀질환 '저인산효소증'이다. 저인산효소증은 ALPL이라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뼈 형성에 필수적인 ALP(알칼리성 인산분해효소)가 일반인 보다 적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최근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하기 이전까지 인공호흡기, 영양·골절 치료 같은 보조적인 치료만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29일 팜뉴스는 치료제가 있음에도 사용하기 어려운 저인산효소증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해 어떤 증상을 가지며,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보도한다. 

저인산효소증은 골격계 대사성 질환으로 PLP와 PPi 수치를 증가시켜 비정상적인 비타민 B6 활성화를 일으킨다. PLP가 증가하면 비타민 B6가 결핍되고 이로 인해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PPi가 증가하면 뼈 무기질화를 억제해 골연화증, 구루병 같은 골격계 이상이 생기고, 이 외에도 치아가 빠지거나 경련, 신석회화증 등 증상도 겪을 수 있다.

저인사효소증은 발병 연령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만 5세 이하에서는 99% 치아 조기탈락이라는 특징적인 증상이 있다. 영아기에는 성장 지연, 폐형성 저하증, 호흡부전, 간질발작, 두개골 유합증 등 중증 증상을 일으켜 사망 위험을 높인다.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1년 이내 사망 확률이 50%에 달하며, 소아 환자 4명 중 3명이 5년 이내 사망한다.

성인은 사망까지 이어지지는 않더라도 극심한 삶의 질 저하를 가져온다. 골절, 골다공증, 골연화증, 근육통, 신기능 저하 등 증상 때문이다. 이러한 골절은 별다른 이유 없이 발생한다. 골절이 치유되는 기간도 일반 성인에 비해 더욱 길다. 

이렇듯 저인산효소증은 증상이 다양하고, 발현 시기가 제각각이라 확진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초기 증상이 1세 이하에 발현된 경우 평균 8.4개월이 소요됐지만 18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 환자는 24.5년이 소요된 것으로 보고됐다.

환자 스스로 인지하지가 쉽지 않은 데다 웬만한 의료진도 정확한 진단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장기간 만성 통증과 골절 재발, 보행 장애를 겪으며 점점 일상생활이 피폐해지는 병이 저인산효소증이다.

▶저인산효소증 환자는 몇명? 어떻게 진단하나

현재 국내에서 유병률은 정확하지 않다. 유럽에서는 중증 저인산효소증 환자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해 47만6000명 중 1명, 100만명 당 2명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국내로 적용하면 약 100명 정도가 중증 저인산효소증을 앓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수 연구를 토대로 국내 연령별 저인산효소증 환자를 추정했을 때 ▲1세 미만 5명(4%) ▲1~4세 18명(16%) ▲5~18세 44명(39%) ▲19세 이상 43명(40%)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저인산효소증으로 진단받아 치료받고 환자는 10명에 채 못 미치고 있다. 이 질환을 알고 있는 의료진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을 받기 전에 사망하거나, 흔히 말해 '진단 방랑'을 겪는 것으로 추정 중이다.

저인산효소증을 연구하는 정윤석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약 2년 전부터 아주대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의료진이 성인 저인산효소증 환자 진단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모임을 갖고 있다.

정 교수는 "유전자 돌연변이와 골격 변화 등을 보여 저인산 효소증으로 진단된 환자는 최소 10명 정도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아주대병원 3명, 세브란스병원 약 7명, 서울대병원 약 3명 정도다"고 말했다.

저인산효소증은 영상의학적 검사를 통해 골격계 이상을 확인한 다음 혈액 검사로 ALP 수치를 살핀다. 연령대 평균 수치보다 낮을 경우 ALPL 유전자 검사를 통해 최종 확진을 할 수 있다. 연령마다 ALP 수치가 다르기 때문에 검사 시에는 연령별 기준을 잘 살펴야 한다.

해외 성인 환자 사례

사례 1)

25세 여성이 고관절 이형성증으로 오른쪽 고관절 절골술을 받은 후 내원했다. 유아기 때 휜다리 병력이 있었고 모래 위에서 미끌어지면서 발목 골절을 겪는 등 만성적인 목, 등, 엉덩이 통증 및 다리의 뻣뻣함과 간헐적인 악화를 호소했다. 해당 환자는 두 차례에 걸쳐 ALP 수치가 낮은 것으로 확인됐고 혈청 비타민 B6 수치가 증가하여 저인산효소증으로 진단받았다. 

사례 2)

52세 남성이 골다공증 관리를 위해 내원했다. 개인적인 골절 병력은 없었으나 요추, 대퇴골에서 낮은 골밀도를 보였다. 수 차례 검사를 통해 낮은 ALP 수치, 높은 비타민 B6 수치를 확인했으며, 유전자 검사를 통해 돌연변이돼 진단받았다. 

사례 3)

31세 여성이 낮은 ALP 수치를 확인해 내원했다. 근골격계, 치아, 신경인지 증상이 없었으나 ALP 수치가 19로 현저히 낮았으며, 혈청 비타민 B6 수치는 높게 나타났다. 이후 유전자 검사를 통해 돌연변이를 확인해 진단받았다.

 

▶유일한 근복적 치료제 스트렌식, 5년 장기 효과 

최근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스트렌식(아스포타제알파)이 등장하면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해졌다. 이전까지 시행했던 보조치료는 사실상 사망을 늦추는 수준인 것과 비교해 큰 개선을 이룬 셈이다

스트렌식은 ALP 효소를 대체해 골무기질화를 돕는다. 2024년 2월 기준, 국내 적응증은 소아기(주산기·영아기(발병 시 생후 0 ~ 6개월) 및 청소년기(발병 시 생후 6개월 ~ 만 18세) 포함)에 발병한 환자의 골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장기간 효소 대체요법으로 유일하게 허가돼 있다. 

스트렌식은 영유아, 성인 모두 효과를 보인다. 우선 영유아 환자에서는 생존율을 1세까지 95%, 5세까지 82%로 개선했다. 치료 전 인공호흡이 필요한 환자 중 70%는 인공호흡기 치료를 중단했고, 71%는 생존했다. 장기 연구를 통해 골 무기질화로 호흡 기능, 성장, 운동 기능 개선도 확인했다.

13세~65세 환자 대상으로는 투여 시작 6개월 후부터 5년 이상까지 PLP 수치 및 PPi의 농도를 유의하게 감소하여 발작 위험 및 성장 장애, 골절 위험을 감소시켰다.

요추, 고관절 등 골밀도 평가를 통해 스트렌식 치료한 연령별 환자 모두 정상 범위를 보였고 그 효과는 5년이나 유지했다.

스트렌식 치료 효과를 평가하는 방법 중 하나는 '보행 능력'이다. 6분 걷기 테스트를 통해 환자 상태가 얼마나 좋아졌는지 본다. 스트렌식 치료 전에는 355m를 걸었지만 5년 후 약 100m 증가한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총 운동 기능을 측정하는 검사에서 스트렌식은 투여 6개월까지 4점 증가했지만 대조군은 0.5점이 감소한 것을 봐도 효과를 알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임상 5년 동안 사망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스트렌식은 치료 기간 우수한 내약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만 19세 이후 진단 ·치료 비급여...경제적 부담 악순환

스트렌식이 이처럼 우수한 효과를 보임에도 문제는 성인에서 비급여라는 점이다. 19세 미만에 치료를 시작해야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19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났어도, 진단과 치료를 이후에 시작했다면 비급여 치료만 가능하다.

국내 급여 기준은 ▲치료 시작이 만 19세 미만이면서 ▲ALP 수치가 연령/성병 정상범위보다 낮고 ▲PLP 수치가 정상범위보다 높고 ▲치료 시작 전 방사선 사진에서 저인산효소증 특징적인 골 증상이 확인된 환자에서다.

상당히 제한적인 조건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폭넓게 급여를 적용 중인 점을 고려하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의료계에서도 우려를 표하는 부분이다. 미국과 호주에서는 소아 시절 저인산효소증 관련 증상 의료 기록이 있으면 급여를 인정하고 있다.

정 교수는 최근 팜뉴스와 인터뷰( "희귀질환 저인산효소증 성인 급여 제외는 역차별...돈 없으면 죽음으로 모는 것 같아")에서 "일본은 성인도 급여 가능하고 영국, 호주도 성인 급여가 가능하게 바뀌었다. 미국도 곧 바뀔 것으로 예상한다"며 "우리나라만 과거 기준으로 설정한 현실이다"고 말했다.

이어 "급여 조건을 모든 성인 저인산효소증 환자로 다 풀기 어렵겠지만 현재 치료하고 있는 환자들이 다시 골절이 생긴다면 급여를 받을 수 있길 희망한다"며 "아직 진단받지 못한 환자들도 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현재 급여 조건을 수정해야 나중에 신규 환자가 진단됐을 때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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