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AR-T 요법으로 치료받은 백혈병 환자들이 10 년 이상 생존했다는 논문이 나왔다. CAR-T 치료제는 비교적 신약이라서 장기적 효과나 부작용이 알려져 있지 않으므로, 승인 후에도 계속 추적 관찰할 필요가 있다.

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CAR-T 치료제를 처음 사용한 사람들을 관찰하여 10 년 경과했을 때의 후속 보고서가 이제 나온 것이다. CAR-T 치료제가 2017 년에 처음 FDA의 승인을 받았으니, 이 보고서는 치료제로 승인받기 훨씬 전에 초기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환자들에 대한 것이다.

2010 년에 최초의 CAR-T 치료제 임상시험이 수행되었다. 파일럿 시험에 3 명이 참여했고, 그 중 두 명이 CAR-T 항암요법에 반응하여 치료 후에 암 증상이 완전히 없어졌는데, 이후 재발 없이 10 년 이상 생존했다.

CAR-T 치료를 받은 1 번 환자는 54 세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받아서 효과를 보았지만 이후 재발했다. 60 대 중반, 암이 악화되어서 더 이상 다른 방법이 없을 때에, 전례가 없던 시험적인 치료를 받았다.

치료가 성공한 후에 그는 캠핑카를 사서 여행을 하고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면서 인생을 즐겼다. 치료받은 지 11 년 째인 2021 년 초에 암 때문이 아니라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75 세로 사망했다.

2 번 환자는 49 세에 백혈병 진단을 받았다. 항암 치료를 받고 처음 5 년은 무난하게 지냈지만, 이후 재발과 치료를 반복했다. 60 대 중반에 골수이식을 하기로 했으나 적합한 골수 기증자를 찾지 못했다. 그래서 대신 새로운 치료제를 시험하는 임상시험에 참가했다. 그는 금년에 75 세가 되었고, 치료 받은 지 12 년 째 건강하게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의 몸에는 아직까지 암세포가 없다.

이들이 투여 받은 치료제가 킴리아이다. CAR-T 치료법 또는 치료제 중 하나이다. CAR-T (Chimeric antigen receptor T cell) 를 직역하면 '키메라 항원 수용체 T 세포' 또는 '잡종 항원 수용체 T 세포'이지만, 장황하고 뜻이 애매하므로 CAR-T 치료법 또는 CAR-T 치료제라고 영어 약자 그대로 쓴다.

CAR-T 치료법은 환자의 면역 능력을 증강시키는 방법이다. 체내의 면역을 전체적으로 증강시키는 것이 아니라, 암세포에 특이적인 면역 능력만을 선택적으로 증강시킨다. 환자의 면역 T 세포를 유전자 조작하여 암세포 표면 항원에 특이적으로 반응하도록 강화시키는 방법이다.

유전자 조작하여 강화시킨 면역 T 세포, 즉 CAR-T 세포는 환자의 기존 면역 세포보다 암세포를 더 잘 인지하고 더 잘 공격한다.

현재까지 6 개의 CAR-T 치료제가 FDA 승인을 받았다. 킴리아 (노바티스, 2017 년 승인), 예스카타 (질리어드, 2017 년), 테카투스 (질리어드, 2020 년), 브레얀지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2021 년), 아베크마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 2021 년), 그리고 카비크티 (존슨 앤 존슨, 2022 년) 가 승인되었다. 모두 혈액암에 대한 치료제이다.

CAR-T 치료제는 다른 항암 치료가 더 이상 듣지 않을 때에 마지막 단계에 쓴다. 치료 성공률이 높다. 하지만 부작용과 치료의 위험성도 크다. CAR-T 치료제를 투여받은 환자들 대부분이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 또는 사이토카인 폭풍을 겪는다. CAR-T 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함으로써 갑자기 많은 세포들이 한꺼번에 죽는다.

앞에서 예로 든 1 번 환자와 2 번 환자의 경우, 대략 1.5 킬로그램~3 킬로그램 가량의 암세포가 체내에 있었다고 추정한다. 대량의 암세포가 면역 세포의 공격을 받아 죽어서 세포 찌꺼기와 내용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신체는 이를 비상 상황으로 인지하고 면역 기제를 발동한다.

사이토카인 방출 증후군은 감기처럼 가벼운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상당수가 심각한 증상을 나타낸다. 킴리아의 한 임상시험에서는 환자들 중 거의 절반이 심각한 증상을 겪었으며, 대부분의 다른 CAR-T 임상시험에서도 상당수가 중증의 부작용 증상을 겪는다.

또한 대량으로 파괴된 암세포에서 전해질과 요산이 방출됨으로써, 혈액에 전해질 불균형이 생기고 신장에 손상을 줄 수 있다.

CAR-T 치료를 받은 대부분의 환자는 신경계의 부작용을 겪는다. 두통과 혼란 상태를 나타내기도 하고, 혼수 상태에 빠지거나 신경 발작을 겪기도 한다. 위에서 언급했던 1 번 환자와 2 번 환자도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했으며, 중환자실에 있다가 깨어난 후, 의사에게서 체내의 암세포가 없어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러한 부작용 외에도 CAR-T 치료법의 한계에서 오는 문제도 있다. CAR-T 세포는 암세포 특이 항원을 인지하도록 되어 있는데, 실제로는 정상 세포에도 동일한 항원이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발현하고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CAR-T 세포는 항원을 인지하여 정상 세포를 공격한다.

암세포는 생존에 특화된 세포이므로 면역 기제를 피하기 위해서 표면 항원을 감추어 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럴 때에는, CAR-T 세포가 암 특이 표면 항원을 찾지 못하여 무효하게 되어 버린다.

또한, 현재 승인받은 CAR-T 치료제는 모두 혈액암에만 적용하며 다른 암에는 아직 유효하지 못하다. 고형암은 CAR-T 세포의 접근성이 물리적으로 어렵고, 암세포가 주위 환경을 교란하여 면역 세포를 회피하는 전략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동안 많은 환자에게 CAR-T 치료제를 사용하고나서 축적된 정보들을 근거로 해서, CAR-T 치료의 부작용을 줄이고 한계를 극복하며 효율성을 높이고자 하는 다양한 수단들이 개발되고 있다.

CAR-T 세포의 활성 강도와 작용 시간을 체내에서 조절함으로써,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의 안전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으며, CAR-T 세포가 복수의 항원을 인지하도록 하여 암세포의 회피 능력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다.

인지할 수 있는 암 항원을 다양하게 개발함으로써, 적용 가능한 암의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특히 CAR-T 를 췌장암 등 다른 종류의 암에 물리적 화학적 장벽을 뚫고 접근하여 작용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보급형 CAR-T 치료제도 시도 중이다. 현재 환자에게서 혈액을 뽑아 CAR-T 세포를 개인 맞춤형으로 만들고 있으나, 건강한 사람의 면역 세포로 CAR-T 세포를 미리 대량으로 만들어 두었다가 필요한 환자에게 쓰고자 하는 시도이다.

CAR-T 는 부작용과 문제점이 많고 한계성도 큰 치료제이지만, 개발의 동력이 크다. 새로운 방식의 치료제인 만큼, 성장의 잠재력과 발전의 가능성이 큰 분야이다. '안되면 되게 하라', 이 분야의 약물 개발의 모토라고 할만하다.

CAR-T 치료제를 사람에게 처음 투여한 지 10 년이 막 경과한 2022 년 현재, 전세계적으로 모두 170 개의 CAR-T 임상시험이 종결되었고, 950 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고, 이들 중에서 2/3 에 해당하는 숫자의 임상시험이 동아시아권에서 수행되고 있다.

적용 확대를 위한 노력으로서 CAR-NK 세포 치료제와 같이, 면역 T 세포 대신 다른 종류의 면역 세포를 사용하는 시도가 있다.

CAR-T 치료법을 굳이 암에만 적용할 이유는 없다. 현재, HIV 감염된 세포를 사멸시켜 후천성면역결핍증을 치료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으며, 중증 근육 무력증, 전신홍반 루푸스, 천포창 (수포성 피부 질환) 등의 자가면역질환들도 CAR-T 치료제의 개발 대상이다. 이러한 확장적 노력들은 아직 초기 임상시험 단계이다.

CAR-T는 유전자 치료법의 하나이다. CAR-T 치료를 위해서 환자에게서 혈액을 뽑아내어, 면역 T 세포에 암세포를 인지하여 면역 능력을 보강하는 유전자를 도입함으로써 면역 세포의 성질을 바꾸어서 재주입한다.

유전자 치료란, CAR-T 처럼 유전자를 사람의 세포에 주입하여 변형시킨 다음, 환자에게 변형 세포를 주입하는 방법도 있고, 유전 물질을 환자에게 직접 주입하는 방법도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특정 유전자의 변이에서 기원하는 희귀병에 사용하는 특수한 것이라는 편견과 달리, 현재 진행 중인 유전자 치료제 임상시험의 삼분의 2 정도는 항암 치료제 개발을 위해서이다.

CAR-T 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10 년 생존의 보고는 치료제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과시함으로써, 그동안 이룬 상업적 성공과 함께 CAR-T 가 새로운 치료법으로 안착하였음을 뜻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확보된 안도감과 신뢰성은 CAR-T 항암 치료 분야에서 그치지 않고, 각종 질병에 대한 전반적인 유전자 치료제 개발의 동력에 힘을 더한다.  

△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 2022 메디헬프라인 (주)- 약물 개발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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