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성은아 박사
사진.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성은아 박사

파킨슨병은 노화가 진행되면서 치매 다음으로 많이 걸리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60 세 이상 100 명 중 한 명꼴로 환자가 발생한다.

발병률로 따지면 세계에서 가장 빨리 증가하는 병들 중의 하나이다. 파킨슨병은 드물게 유전적으로 오는 경우가 아니면, 대개의 경우 발병의 원인이 불분명하다. 주로 나이가 들어서 발병하므로, 사회의 노령화가 진행됨에 따라 환자 수도 증가한다.

산업화가 진행된 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며, 경제 성장이 높아지면서 국민소득 증가와 함께 파킨슨병 환자도 증가한다. 파킨슨 병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질병이어서, 살충제 등 인공적으로 합성된 물질들이 파킨슨병을 유발한다고 보고 있다.

왜 그런지 이유는 분명하지 않으나, 파킨슨병은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걸리기 쉽다. 하지만 환자 수로 보면 여자가 더 많다.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자보다 높고 따라서 노인성 질환에 걸린 사람들 중 여성의 비율이 높은 탓이다.

파킨슨병은 뇌의 운동신경계가 손상되어 운동 관련 퇴행 증상을 나타내는 병이다. 뇌의 가장 안 쪽 중심에 흑질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곳이 운동신경 중추이다. 이곳에 밀집된 신경들이 멜라닌 계통의 색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어서 검게 보이기 때문에 흑질이라고 부른다.

흑질에서 운동신경들이 뻗어 나간다. 운동신경은 도파민이라고 하는 화합물을 만들어 내어 다른 신경과 소통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므로 도파민 신경이라고 한다.

파킨슨병으로 죽은 환자의 뇌에서는 도파민 신경들이 많이 손상되어서, 흑질이 탈색되어 보인다.

브라악이라고 하는 독일의 신경병리학자가 있다. 아직 현존하는 원로 학자다. 역시 신경병리학자인 부인 (남편의 성을 따르니 역시 브라악이다)과 함께 사람의 뇌를 사후에 기증받아서 병리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과 관련된 손상이 뇌를 어떤 방식으로 악화시키는가를 추적하여 유명하다.

거의 170 명의 뇌를 사후 분석해서 파킨슨병과 관련된 지표 물질이 뇌의 어느 부분에서 발견되는가를 조사했다. 그에 따르면, 파킨슨병과 관련된 지표 물질은 뇌에서 산발적으로 생기지 않고, 일정한 부위와 경로를 따라 순차적으로 퍼져 나간다.

흥미롭게도, 파킨슨병 지표 물질이 처음 발견되는 곳은 흑질이 아니라, 그 아래 뇌간에 위치하는 자율신경을 담당하는 부위이다.

후각을 담당하는 부위와 감정을 담당하는 부위에도 파킨슨병 지표 물질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야 운동중추인 흑질로 퍼져나가며, 이 단계부터 파킨슨병 진단을 받는 환자가 나오기 시작한다.

브라악은 수많은 사람들의 뇌를 들여다 보고 나서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파킨슨병은 운동 신경이 손상되기 훨씬 전에 이미 시작되어 있다."

실제로 파킨슨병 환자들은 운동 증상 뿐 아니라, 비운동 증상도 나타낸다. 파킨슨병의 증상은 아주 다양하고, 사람마다 발현하는 증상의 종류나 정도가 다르다. 열 명의 환자가 있으면 열 가지 다른 양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운동 증상으로는 움직임이 느려지고, 걸음걸이가 변하고, 자세가 변한다. 떨림이 무절제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비운동 증상 중에서 자율신경계와 관련된 증상들로서, 소화기관이 무기력해지고 변비, 배뇨 장애, 빈뇨, 야뇨, 과다하게 땀 흘리기, 추위 타기, 성욕 장애, 현기증도 생긴다.

만성 근육통, 복통에 시달리거나, 발이 저리거나, 가렵거나, 만성적 피로를 느끼기도 한다. 정서 관련 증상도 있다. 우울감, 불안, 의심, 공격성, 충동성, 무감동, 의욕 상실 등 정서의 변화가 생긴다. 수면 장애도 생기는데, 불면, 기면, 잠꼬대, 가위 눌림 등 다양한 형태를 띤다. 인지력의 저하도 생기고, 일부는 치매로 발전한다.

운동 증상이 나타나기 여러 해 전부터, 사람마다 다르지만 수 년에서 십여 년 전부터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전조 증상의 양상도 다양하다. 브라악의 관찰처럼, 후각이나 미각의 저하가 가장 먼저 인지 가능한 전조 증상들 중 하나이다.

자율신경 변화에 따른 변비, 우울증, 수면 장애도 일찍 나타나는 대표적 전조 증상이다. 시각에 변화가 있거나, 불안증을 나타나기도 하고, 현기증을 자주 느끼거나, 먹거나 마실 때 삼키기가 어렵거나, 목소리가 변하거나, 글씨가 작고 촘촘해지기도 한다.

컴퓨터를 사용할 때에 손의 움직임에 변화를 느끼거나, 무의식적으로 엄지와 검지 손가락을 지폐를 세는 양으로 미세하게 떨거나, 의자에 앉거나 의자에서 일어날 때에 부자연스럽거나, 쉽게 넘어지거나, 걸을 때에 팔과 다리가 부조화되거나, 걸음이 느려지기 시작하면서 운동 증상이 시작된다.

보통의 경우, 스스로 운동 증상을 인지하여 병원을 찾을 무렵이면 이미 운동신경이 절반 이상 손상된 때이다.

파킨슨병은 치매에 비해서 질병의 인지도가 낮고 증상이 다양해서 초기 증상이 발현되어도 놓치기 쉽다. 증상이 모호하여, 불편을 느끼더라도 일상 생활이나 직업을 계속할 수 있으므로 심각해지기 전에는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전조 증상의 단계를 이미 지나서, 운동 증상이 나타나도 파킨슨병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노화나 과도한 음주와 관련된 신체 부조화, 또는 고혈압, 당뇨병, 기타 노인성 질환에 따른 동반 증상이라고 생각하고 넘겨 버린다.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증상이 발생해도 상당한 시간이 경과한 후에야 병원을 찾으며, 절반 이상이 증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으로 의심하거나 인지하지 못 했다고 한다.

신체적 부조화와 정서적 증상을 인지하게 되면서 환자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거나 고립감을 느끼며, 위축될 수 있다. 대한 파킨슨병 및 이상운동질환 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열 명 중 네 명의 환자는 고립감을 느끼고, 세 명 중 한 명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한다고 대답했다.

문화가 우리와 다소 다른 영국에서 나온 조사에서도 대략 비슷한 경향을 보였으며, 덧 붙여서 열 명 중 한 명의 환자가 자신의 행동이 웃음거리가 된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러한 사회적 심리적 이유들도 환자들이 진단과 치료를 망서리게 하는 동기가 된다.

한국에는 2020 년 기준 12 만 명 이상의 파킨슨병 환자가 있다. 이는 국민건강보험의 통계에 따른 숫자이며,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수이다. 따라서, 잠재적 환자의 수는 이보다 많다고 보아야 한다.

만일 특정 지역의 주민마다 찾아 다니거나 설문 조사하여 직접 진단하거나, 주민을 무작위로 선정해서 진단하여 잠재적 환자, 초기 단계의 환자까지 추적한다면 실제 환자 수는 이와 다를 것이다.

역시 국민건강보험의 통계에서, 소득 수준이 높을 수록 파킨슨병의 발생률이 높다. 소득 수준이 높으면 수명이 길어져서 병의 발생률이 높을 수도 있겠으나, 고소득 계층일수록 질병의 인지도가 높고 의료 기회에 접근이 용이해서 진단과 치료의 비율이 높아지는 현상이라고도 해석이 가능하다.

역으로, 많은 환자들이 사회 경제적 이유나 파킨슨병에 대한 인지의 부족으로 조기 진단과 치료의 기회를 놓치는 가능성도 시사한다.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이지만, 파킨슨병은 조기 진단이 아주 중요하다. 치매와 마찬가지로, 파킨슨병은 아직 완치의 방법이 없으며, 나빠진 신경을 회복시킬 수는 없다. 하지만, 치매와 달리, 파킨슨병의 경우에는 레보도파를 비롯해서 좋은 약들이 나와 있고, 약물 치료든 비약물 치료든 효과가 크다.

치료를 함으로써 증상이 나아질 뿐 아니라, 병의 진행도 현저하게 늦출 수 있다. 그리고, 치료가 빠르면 빠를 수록 더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 많은 연구와 치료 사례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현재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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