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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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성은아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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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이석훈 기자]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환자의 뇌에는 베타 아밀로이드라고 하는 단백질 찌꺼기가 많이 쌓여 있다. 죽은 환자를 부검하여 뇌를 염색하면 ‘노인반’이라는 찌꺼기가 보이는데, 그 주성분이 되는 물질이다.

뇌영상 사진으로도 찌꺼기의 존재 여부를 알 수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는 오랫동안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주요 독성 물질로 여겨져 왔으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의 주요 타겟이기도 하다. 

현재 진행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개발을 위한 많은 임상시험이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기 위한 약물들이고, 그들 중에서도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가 대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제거하는 약물들은 기대와 달리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이지 못해 임상시험에서 번번이 실패했다. 각각의 임상시험에는 장단점이 있으며 참여하는 환자의 수도 제한적이므로, 다수의 임상시험을 통합하여 한꺼번에 분석함으로써 약물 효과의 전반적인 경향을 보고자 하는 ‘메타분석’을 수행하여 종합적인 평가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겟으로 하는 항체 12 종에 대한 50 개의 임상시험에 대하여 메타분석한 결과가 발표되었다. FDA 허가를 받은 아두카누맙 (바이오젠의 아두헬름)을 비롯해서, 기대를 모았던 항체 약물들이 관여한 임상시험에 대한 분석으로서, 발표된 논문과 제약회사들의 미발표 자료들을 종합한 보고서이다. 

이에 따르면,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약물들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하지만, 알츠하이머병의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는 미미하고, 현저한 부작용을 나타낸다.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에 대한 메타분석은 이 전에도 여러 차례 수행되었는데, 결론은 대체로 같다.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를 사용할 경우 공통적으로 관찰되는 부작용으로서, 뇌영상 사진에서 관찰되는 미세 부종이나 출혈이 있다. 환자는 별다른 증상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고, 심한 부작용을 느끼기는 경우도 있고, 경우에 따라서 혼수 상태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기도 하다. 아두카누맙의 경우 이 때문에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치매를 일으키는 독성 물질이라는 가설에 근거하여, 이를 제거하여 병의 진행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목적으로 수행된 임상시험들이 번번이 실패하자, 무엇이 문제인지를 분석하여 항체 약물을 개선하고 임상시험을 수정하는 노력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루어졌다. 

우선, 베타 아밀로이드의 구조와 단백질 침착물의 상태를 분석하여, 다양한 항체들이 개발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항체들은 임상시험에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효과는 우수했으나, 여전히 환자의 증상을 개선하지는 못했다. 아두카누맙의 경우,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능력이 탁월해서 기대를 모았던 항체이지만, 치매 개선 효과는 미미했다.

최근의 임상시험은 가급적 알츠하이머병 초기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추세이다. 이미 손상된 신경에는 약물이 효과를 나타내기 어려우므로, 약물 투여를 신경의 손상이 진행되기 시작하는 초기나 손상되기 이전에 투여하여야 효과가 있으리라는 가정에 근거한다. 아직까지는 임상시험에서 유의미한 효과를 나타내지 못했다. 항체 약물을 아예 예방적으로 투여하여 치매의 발병을 늦추는가를 보기도 한다. 

아주 드물게 유전자 변이가 있어서 알츠하이머병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유전자 변이가 있으나 아직 치매에 걸리지 않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항체 약물을 투여해서 평균 5 년간 관찰한 임상시험의 결과, 항체 약물들이 시험 대상자들의 베타 아밀로이드를 감소시켰으나, 치매 예방 효과는 없었다. 그 외에도, 다른 종류의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를 사용하는 임상시험들이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혹은 뇌영상에서 베타 아밀로이드의 심한 침착이 발견되어 잠재적으로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치매 개선 효과를 보기 위해서 오랜 기간 환자를 관찰할 필요가 있는지도 모른다.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것이 환자에게 장기적인 효과가 있는가에 관한 시험이 이미 수행된 바 있다. 지금은 없어진 ‘엘란’이라는 회사가 2000 년에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를 임상시험에서 처음 사용했다. 약물 투여 후에 여러 명의 환자가 뇌에 심한 염증 반응을 일으켜서 시험이 중단되었다. 

당시 사용했던 항체에 비하여, 오늘날의 항체는 임상시험에 적합하도록 개선되었으며, 또한 당시의 임상시험은 오늘의 것들과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때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를 투여받은 환자들 중 일부를 장기 추적한 보고서가 주목할 만하다. 이에 따르면, 약물 투여 후 6 년이 되어도, 환자의 치매에 대한 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6 년 동안 그들 중 10 명이 사망했다. 부검한 결과, 사망 당시 인지 능력이 거의 전무할 정도로 치매가 악화된 환자들의 뇌에서도 베타 아밀로이드 침착이 거의 없을 만큼 깨끗하게 제거되어 있었다.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함으로써 과연 치매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가 의심하게 하는 보고서이다.

항체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형태의 약물로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해도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신경에 베타 아밀로이드를 생성하는 효소 (BACE1) 가 있다. 이 효소를 억제하면, 베타 아밀로이드를 감소시킴으로써 치매의 증상을 개선하리라고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다양한 BACE1 억제제들이 환자의 치매 증상에 대한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미미하지만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향을 보였으며, 이 약물들을 시험하는 임상시험이 조기 종결하거나 실패로 끝났다.

갖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거듭하자, 드디어 베타 아밀로이드가 질병을 유발한다는 가설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다. 베타 아밀로이드가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아니라, 단순히 병의 결과물일지 모른다는 의심은 이전부터 있어 왔으나, 알츠하이머병의 치료제를 개발하는 다른 대안이 뚜렷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약물 개발이 지속되어 왔다.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약물들의 임상시험들이 2018-2019 년에 연달아 실패로 종결되면서, 아밀로이드 가설의 종말을 선언하고 다른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 FDA가 2021 년 아두카누맙을 긴급 심사의 과정을 통해 알츠하이머병에 사용하도록조건부로 승인했다. 이 과정에 대해서는 본지에 <FDA는 왜 바이오젠 ’아두카누맙’을 치매약으로 승인했나> 에서 이미 썼다. FDA가 아두카누맙의 ‘치매에 대한 효과’에 근거하지 않고,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효과’에 근거하여, ‘질병의 개선 효과가 합리적으로 기대된다'고 보고, 9 년 동안 조건부 승인을 하고, 유효성에 대한 보고서를 추후에 내도록 했다. 치매 개선의 효과를 증명하지 못한 아두카누맙이 약물로 승인이 된 것이다.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약물의 승인에 따라, 힘을 잃고 사그라들던 아밀로이드 가설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약으로 승인을 받았어도 약물이 치매 증상 개선의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승인에 따른 논란은 그들의 몫이고, 기다리던 자들에게는 기회의 시간이다. 이제 아밀로이드 가설을 의심하는 불경스러운 말은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다. 

바람의 방향이 바뀌었으니 물이 들어올 때 배를 띄워야 한다. 다른 베타 아밀로이드 항체 약물들이 아두카누맙의 모범을 따라 긴급 승인의 심사를 받기 위해서 줄을 선다. 임상시험 3상을 막 시작하는 약물들이 시험이 더 진행되어 유효성에 관한 결과가 나오기 전에 허가를 받으려고 서두른다. 레카네맙 (에자이/바이오젠)과 도나네맙 (일라이 릴리)이 신청서를 냈고, 간테네루맙 (로슈)도 대기 선상에 있다.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2022.2월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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