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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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뉴스=김민건 기자] 계묘년(癸卯年) 새해, 만성 C형 감염치료제 끝판왕으로 불리는 '엡클루사(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와 DAA 치료 실패 환자를 위한 재치료제 '보세비'가 미충족 수요를 해결할 '듀오'로 떠올랐다.

과거 만성 C형간염은 발병 초기 특별한 증상이 없는 방치할 경우 간경변증, 간암 등으로 진행돼 심하면 사망에 이를 정도였다. 치료 조차 쉽지 않았던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꾼 것은 경구용 직접 작용 항바이러스제(Direct-acting Antiviral, DAA)의 등장이다.

지난 2015년 국내 치료 시장에 DAA제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환자의 99%가 단기간 치료만으로도 완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미충족 수요(unmet needs)의 존재는 여전했다. 일선 의료 현장에선 환자의 간 상태에 따라 치료 옵션을 선택해야 하므로 더욱 혁신적인 치료제가 필요했다.

작년 11월 엡클루사에 국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면서 중등도·중증 간장애 또는 비대상성 간경변 치료의 미충족 수요 한계를 넘어설 해답으로 주목했다. 여기에 소수의 DAA 치료 실패 환자를 위한 재치료제 보세비가 있다. DAA 초치료에 실패한 극소수 환자들에게는 완치 기회를 주게 됐다.

엡클루사와 보세비는 출시 전부터 국내 만성 C형간염 치료 환경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차별화된 특징을 가진 약제로 기대됐다. 특히, 만성 C형간염 환자와 의료진의 관심이 지속됐다.

10일 팜뉴스는 WHO가 내세운 2030년 C형간염 퇴치 목표 달성을 위한 최적의 치료제 듀오로 왜 엡클루사·보세비가 꼽히는지 조명한다.

▶엡클루사가 만성 C형 간염 끝판왕 치료제로 불리는 이유

엡클루사
엡클루사

 

만성 C형간염에서 초기부터 빠르고 적극적인 진단·치료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이러스 완치에 도달해야 간질환 합병증을 막을 수 있고, 질병 부담을 줄일 수 있어서다. 

엡클루사 출시 전까지 만성 C형간염 치료는 환자의 유전자형이나 간장애, 간섬유화 상태에 알맞은 DAA를 처방해야 했다. 의료진에게 부담을 줄 수밖에 없었다. 특히, 대상성·비대상성 간경변 경계에 있는 환자들은 간섬유화 상태를 정확히 판단, 알맞은 치료제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치료제 선택도 제한됐다. NS3/4A 단백분해효소 억제제(Protease Inhibitor)를 포함한 치료제는 중증 간장애(Child-Pugh C) 환자에서 간기능 저하 또는 중증 이상반응 발생 위험을 높여, 간장애·간섬유화 단계에 따라 사용이 제한된다. 기존 치료제 중에도 간장애 또는 간섬유화 단계와 관계없이 사용 가능한 치료제가 있지만 유전자형에 따라서도 처방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모두 진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였다. 업계에서 "환자 특성과 관계없이 일관된 강력한 효과를 가진 치료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엡클루사를 '끝판왕' 치료제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만성 C형간염 DAA 중 유전자형뿐만 아니라 간장애 및 간섬유화 단계와 상관없이 투여할 수 있는 유일한 약제는 엡클루사 뿐이다. 의료진 부담을 덜어줄 뿐만 아니라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가능케 하는 혜택을 제공한다.

엡클루사를 간장애 및 간섬유화 단계와 관계없이 사용할 수 있는 이유는 길리어드의 만성 C형간염 치료제 근간인 소포스부비르(NS5B 중합효소 억제제)기반 'PI-Free 제제'이어서다. 여기에 모든 유전자형에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벨파타스비르(NS5A 억제제)'를 더한 강력한 치료제다.

그 결과 엡클루사는 국내·외 허가 임상연구와 글로벌 대규모 RWD를 통해 만성 C형간염 끝판왕 치료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한국인의 주요 유전자형인 1, 2형 환자는 물론 비교적 치료가 어려운 3형 환자, 간 상태가 좋지 않은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까지 일관된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였고 유효한 안전성까지 확인했다.

국내 다수 포진된 1, 2형 환자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에서 치료 성공률은 98.1%였다. 이 결과는 글로벌 임상인 'ASTRAL 연구'의 전체 치료 성공률 95~99%와 유사하다. 아울러 7개국에서 5552명의 환자를 분석한 글로벌 RWD도 유전자형과 간섬유화 단계와 관계없이 98.9%라는 치료 성공률을 보였다.

간섬유화 단계를 확인하지 않은 환자군에서도 치료 성공률 100%였다.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한국보다 일찍 엡클루사를 도입한 나라다.  싱가포르 내 만성 C형간염 환자를 분석한 RWD 연구에서도 유전자형 3형,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 모두를 포함한 결과 99.5%의 치료 성공률을 달성했다. 국내 환자에게도 임상적 혜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예고였던셈이다.

▶높은 복약 편의성, 낮은 약물상호작용이 왜 국내 상황에 적합할까 

엡클루사는 높은 복약 편의성과 낮은 약물상호작용이 강점인 치료제다. 국내 만성 C형간염 환자 중 고령층이 많은 특징을 고려하면 큰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통계에 따르면 국내 C형간염 환자 79%가 50~80대 고령이다. 심혈관 질환 등의 동반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다. PI 제제는 고지혈증이나 일부 항혈소판 약물과 병용할 수 없다. 다약제를 복용하는 상황에서 복약 순응도를 저하시켜 치료 효과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DAA제제 복약 순응도가 낮을수록 치료 실패율이 유의하게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 있듯, 완치 가능한 치료제여도 용법에 맞게 복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발휘될 수 없다.

이에 반해 엡클루사는 PI 제제에 금기시된 고지혈증, 항혈소판 약물과 일정 간격을 두고 병용 가능하다. 실제 만성 C형간염 DAA 약물상호작용에 대한 국내 연구 결과에서 엡클루사 병용 금기 약물 비율은 2.2%로 가장 낮았다.

엡클루사는 식사와 무관하게 하루 한 알만 복용한다. 다만,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는 리바비린과 병용해야 한다. 타 약제 대비 낮은 약물상호작용과 간편한 복약 편의성으로 고령 환자 복약 순응도를 높여, 치료 성공률로 이어질 수 있다.

▶소수의 치료 실패 환자를 위한 재치료 옵션 '보세비'

보세비2
보세비2

 

C형간염 완치 시대에도 치료에 실패하는 소수의 환자가 있다. 이들을 위한 치료제가 보세비다. 보세비는 엡클루사와 함께 급여 출시돼 DAA 치료에 실패한 환자를 위한 재치료 옵션으로 주목받았다. 국내외 허가 임상연구를 통해 높은 치료 성공률을 보이며 환자와 의료진의 오랜 기다림을 해소하는 재치료 옵션의 등장이었다. 

그간 보세비는 희귀의약품으로는 지정돼 있었다. 그러나 국내 미허가 의약품으로, 미급여 품목에 따른 높은 약가를 감당하지 못한 환자들이 해외에서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있었다. 

만성 C형간염 DAA 치료제를 통해 치료 성공률이 완치에 가깝게 개선됐다고 하지만, DAA 개발 초기에 활발히 사용하던 다클린자-순베프라 요법(이하 닥순요법)은 NS5A 제제의 내성 등으로 인해 적지 않은 실패를 낳았다.

당시 닥순요법으로 치료받은 국내 환자 중 약 8~10%가 치료에 실패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최근까지도 이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급여권 내 2차 치료제가 없어서 재치료를 받지 못한 채 남아있었다. 재치료를 받지 못하던 환자들이 새 희망을 가지게 된 것은 보세비 급여화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보세비 국내 허가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 79%가 닥순요법 실패 환자였는데, 모든 환자가 단 4주 만에 완치 상태를 달성했다. 또한, 글로벌 허가 임상 'POLARIS 연구'에서도 NS5A 억제제 치료 경험이나 내성 변이 여부에 관계없이 관계없이 96~98%의 치료 성공률을 달성했다.

현재 보세비는 NS5A 억제제 치료에 실패한 유전자형 1~6형 환자와 NS5A 억제제 없이 소포스부비르가 포함된 DAA 치료에 실패한 유전자형 1a, 3형 환자에게 급여 적용된다. 급여 가능한 치료 옵션이 없었던 닥순요법 실패 환자는 물론 DAA 치료 실패의 경우에도 완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세비는 DAA 초치료만으로 완치에 가까워진 만성 C형간염 치료 성공률을 100%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의미의 C형간염 퇴치를 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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