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클루사
엡클루사

[팜뉴스=김민건 기자] 길리어드사이언스가 잃어버린 만성 C형간염 시장에서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C형간염 끝판왕으로 불리는 신약 엡클루사(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의 선전에 힙입어 애브비 마비렛(글레카프레비르/피브렌타스비르)이 석권한 시장을 빼앗으며 본격적인 파란을 예고하고 있다.

11일 팜뉴스 취재 결과 엡클루사는 올해 2분기 42억600만 원의 처방 매출(의약품 시장 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데이터 기준)을 올리며 시장 점유율 34%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대비 9%의 성장 수치로 시장 1위인 애브비와 점유율 차이를 처음으로 20% 이내로 좁히는데 성공했다. 본격적인 반격 궤도에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11월 보험급여 출시된 엡클루사가 8개월 만에 만성 C형감염 시장 지배력을 확대한 것은 99%에 달하는 높은 치료 효과(SVR)를 앞세운 성과로 보여진다. 

그간 만성 C형간염 시장 1위였던 마비렛의 점유율 하락이 뚜렷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 시점부터다. 마비렛은 엡클루사 출시 이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엡클루사 급여가 적용된 지난 2022년 3분기 시점을 보면 마비렛 점유율은 83%를 기록했다. 그 이후 점유율은 계속 하락해 올해 2분기 54%까지 줄었다.

엡클루사 12주 치료요법 급여 약가는 마비렛 8주 치료요법 대비 10% 정도 낮다. 이러한 부분을 고려하면 실제 엡클루사의 시장 점유율은 좀더 높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만성 C형간염 시장에서 엡클루사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인만큼 애브비가 안정적으로 유지해오던 시장 지형에도 큰 폭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앞으로 전체 C형간염 치료제 구도가 어떻게 형성될지가 관심사다. 

엡클루사 같은 새로운 직접작용 항바이러스제(DAA)의 등장과 구세대 DAA 제품의 시장 철수 결정 등 희비가 엇갈리며 다양한 변수가 영향을 미치게 됐다.

지난 7월 한국MSD는 유전자 1형·4형 만성 C형간염 치료제 제파티어(엘바스비르/그라조프레비르)를 국내에서 철수키로 했다. 국내 첫 DAA제제로 시장을 휩쓴 한국BMS제약의 닥순요법 '다클린자(다클라타스비르염산염), 순베프라(아수나프레비르)'에 이은 결정이다. 

새로운 DAA 제품들의 연이은 등장으로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한 제품들이 철수하며 엡클루사와 마비렛 2강 양강구도가 갖춰진 것이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엡클루사와 기존 처방을 유지해야 하는 마비렛 간 경쟁이 불붙게 됐다. 올 3·4분기 처방 매출 결과에 따라 향후 C형간염 시장이 더 요동칠지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C형간염 시장에서 복합 성장 이끈 길리어드의 노력

길리어드는 마비렛 등장 이후 만성 C형간염 왕좌를 애브비에 넘겨야 했다. 그러나 C형간염 치료 패러다임을 전환시킨 하보니에 이어 최근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엡클루사, DAA 제제 실패 시 새로운 치료옵션인 보세비(소포스부비르/벨파타스비르/복실라프레비르)까지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 효과를 봤다는 분석이다.

지난 10년간 C형간염 시장에 노력해 온 길리어드의 결실이 최근 시장 점유율 회복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올해 2분기 길리어드가 보유한 만성 C형간염 제품군 하보니, 엡클루사, 보세비 매출을 모두 합하면 시장 점유율은 46%에 이른다.

길리어드의 만성 C형간염 치료제 포트폴리오(왼쪽부터 하보니, 소발디(이하 2015년 출시)와 엡클루사, 보세비(이하 2022년 출시)
길리어드의 만성 C형간염 치료제 포트폴리오(왼쪽부터 하보니, 소발디(이하 2015년 출시)와 엡클루사, 보세비(이하 2022년 출시)

 

▶엡클루사, 국내 환자 대상 높은 효과…낮은 약물상호작용, 복약 편의성 장점

길리어드의 C형간염 시장 점유율 회복 핵심은 엡클루사다. 그런 엡클루사가 급여 출시 이후 빠르게 시장 지배력을 가져갈 수 있던 핵심 동력원은 높은 치료 효과다.

엡클루사는 국내외 임상 연구를 통해 12주 복용 시 높은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핵심 연구인 ASTRAL 3상에서 94~99%의 높은 치료 성공률(SVR)을 보였으며, 지난 7월 발표된 국내 가교 임상 연구에서도 98.1%(53명 중 52명)의 높은 SVR로 뛰어난 치료 성공률, 안전성을 입증했다.

안상훈 연세의대 소화기내과 교수(세브란스병원 간센터장)는 "엡클루사는 범유전자형 및 범섬유증이라는 두 장점을 모두 가진 유일한 DAA 치료제다"며 "최근 국내 가교 임상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 환자 대상으로도 높은 치료 효과를 확인, 처방 근거가 확실히 마련됐다”고 말했다.

엡클루사의 또 다른 장점은 PI(프로테아제 억제제, protease inhibitor)-Free 제제로 복약 편의성이 높다는 점이다. 간경변이 없거나 대상성 간경변(Child-Pugh A)이 있는 경우 이전 치료 경험과 상관없이 엡클루사 단독요법으로 12주 처방이 가능하다. 비대상성 간경변(Child-Pugh B 또는 C)은 리바비린과 병용요법(12주 처방)으로 쓸 수 있다.

잠재적 약물상호작용 우려가 낮고 1일 1회 경구 복용하므로 12주간 하루 한 알만 복용하면 완치율 99% 이상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C형간염 환자는 고령자가 많고, 다약제 복용이 많다. 복용 순응도를 높이려면 약물상호작용이나 복약 편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엡클루사의 장점이 일선 치료 현장에서 돋보일 수 밖에 없다.

앞서 안 교수는 "재치료 환자를 위한 치료 옵션인 보세비까지 있어 C형간염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며 "앞으로 C형간염 환자들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치료가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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