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식약처에 의사가 부족하다는 본지 보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의사 사회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2019년, 한 의사 심사관의 문제 제기 이후 4년 가까이 흘렀는데도 변화가 없다는 지적이다. PSUR 등의 데이터 관리 부실로, 식약처의 의약품 안전성 관리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경고음도 들린다. 

17일 본지는 "[단독] 의사들이 식약처에 '또 다시' 발길을 끊었다" 제하의 보도를 통해 식약처의 의사 심사관 숫자가 올해 14명 수준으로, 2019년 의사 부족 이슈가 터질 당시와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식약처는 그 이후 매년마다 대규모 의사 충원을 약속했지만 정작 의사들은 식약처에 발길을 끊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식약처에 의사 숫자가 부족하다는 것은 도대체 얼마나 심각한 문제일까.

# 의사 수 부족, 식약처의 PSUR 검토 의무 '방기'로 이어진다 

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 심사위원은 2019년 7월, 1인 시위를 통해 의사 숫자 부족 문제를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알린 인물이다. 

그는 당시 "식약처는 의약품에 대한 임상을 승인한 이후 안전성에 대한 사후관리를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것이 DSUR이고, 의약품 시판 후 안전성 관리를 위한 근거 자료는 PSUR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약사는 약을 허가받고 6개월마다 PSUR 데이터를 제출한다. 6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보고된 모든 부작용을 정리한 것이다. 식약처 내부에서는 DSUR과 PSUR을 자료를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 의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강 전 위원은 “제가 의약품 안전성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인력 충원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더구나 PSUR은 식약처 직원들이 쉽게 검토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의사같은 전문 심사 인력이 판단할 수 있다. 정량적인 데이터가 아니라서 그렇다. 당뇨약을 환자에게 투여했더니 개별 환자에게 약효가 발현된 비율은 정량적이다. 누구나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안전성은 정성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00명의 환자에게 투여했는데 간부전으로 사망한 경우가 2건이라면, 부작용 평가는 의사가 내려야 한다”며 “식약처가 의사들을 충원하는 부분에 대해 주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강 전 식약처 임상 심사위원은 '의사 숫자 부족'-'PSUR 등 안전성 데이터 부실 관리'-'의약품 안전성 이슈 주도 실패'로 분명한 주장을 이어갔다. 이를 바탕으로 의약품 안전성을 지키겠다는 식약처 의지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DSUR, PSUR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허가사항 변경 등의 안전성 조치는 언제나 미국 유럽 등 '해외 규제 당국'에서 먼저 나온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 3개월 후 '국정감사'그의 말이 맞았다

실제로 강 전 위원의 1인 시위로 의사 수 문제가 불거진 2019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식약처의 폐부를 찌르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 출신 윤일규 의원실 조사 결과. 2017년부터 2019년 8월까지 제약회사가 제출한 PSUR은 모두 1088건이었다. 전수 분석한 결과, 제약사가 제출한 내용을 단순 요약한 보고서가 1007건으로 전체의 92.6%에 달했다. 

심지어 검토 보고서가 없는 경우도 59건(5.4%)이었다. 식약처가 시정 조치한 것은 44건, 전체 건수의 4.0%에 불과했다.

반면 유럽의약품청은 같은 기간 동안 전체 915건 중 38.5%에 달하는 352건에 대해서 시정 조치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허가 사항 변경 내용, 왜 변경하는 지에 대한 근거 등을 충실하게 담고 있어 식약처 대응과 차원이 달랐다. 

윤 의원은 "검토 보고서의 내용이 제약회사에서 제출한 부작용을 요약한 것에 그치고 있으며, 규정대로 서류를 빼먹지 않고 제출했는지 등 행정적인 확인 절차 후 ‘적합’ 등의 검토 결과만을 회신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지어 중대한 약물 이상 반응 중 ‘사망’도 5건이나 확인되었으나, 한 건을 제외하고 4건에 대한 식약처의 검토 내용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강윤희 전 위원이 제기한 PSUR 부실 관리 문제가 데이터를 통해 입증된 것이다. 

오유경 신임 처장
오유경 신임 처장

# 식약처 수장 '세번' 바뀌었지만의사 숫자는 그대로

강 전 위원의 1인 시위와 국정감사 지적 이후 약 3년이 흘렀다. 3년 동안 이의경 식약처장이 김강립 식약처장으로, 그 이후 오유경 식약처장으로 규제 당국의 수장이 바뀌었다. 

하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2019년 12명이었던 의사 심사관 숫자는 2020~21년 잠시 늘었지만 올해 다시 14명으로 줄었다. 의사 심사관 충원으로 의약품 허가 심사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식약처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단 뜻이다.

강윤희 전 위원은 16일 팜뉴스와의 통화에서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은 PSUR을 검토해서 한 달에도 몇 건씩 안전성 조치 사항이 나온다"며 "하지만 지난 2~3년간 우리 식약처에서 나오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의사 숫자 부족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며 "최소한 40명이 있어야 PSUR에 대한 검토가 가능한데 1인 시위 당시에 비해 식약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 리더가 의약품 안전성 관리에 대한 의사들의 전문성을 인정해주고 그 전문가를 활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껴 의사 수를 충원해야 하는데 그런 인식조차 없기 때문에 수년이 지났는데도 개선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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