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종양약품과 임상심사TF에서 근무 중인 강윤희 심사위원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식약처 종양약품과 임상심사TF에서 근무 중인 강윤희 심사위원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현직 임상심사위원이 1인 시위에 나섰다. 식약처의 의약품 안전성 관리에 ‘총체적 문제점’이 있다는 주장이다. 식약처가 의약품 안정성과 관련된 데이터를 묵살한 것은 물론 의사 인력 부족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고 폭로한 것. 내부 직원의 1인 시위로 식약처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다.

18일 오전 10시 40분경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은 제복을 입은 경찰들이 줄지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방문자마다 출입증과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면서 출입을 통제했다. 의경을 태운 버스가 국회 정문을 가로막았고 정문 안쪽에서는 보좌관과 경찰이 실랑이를 벌이는 소동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오늘 대규모 시위가 있다"고 밝혔다.

경찰과 국회 의사당 정문 앞 사이로, 강윤희 심사위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식약처 종양약품과 임상심사TF에서 근무하는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다.

강 위원은 “식약처는 임상 시험 과정과 의약품을 허가한 이후 부작용 등 안전성에 대한 검토를 하지 않는다”며 “의약품안전관리원에서 그 역할을 하고 있지만 너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강 위원이 주목한 키워드는 안전성 최신 보고(DSUR)와 안전성 정기 보고(PSUR)다. 강 위원은 “식약처는 의약품에 대한 임상을 승인한 이후 안전성에 대한 사후관리를 해야한다. 그런 측면에서 중요한 것이 DSUR이다”며 “의약품 시판 후 안전성 관리를 위한 근거 자료는 PSUR이다. 제약사가 약을 허가받고 6개월마다 제출한다. 6개월 동안 전 세계에서 보고된 모든 부작용을 정리한 것이다. 식약처 내부에서는 DSUR과 PSUR을 자료를 전혀 검토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식약처에서는 전 세계의 의약품 안전성 이슈들을 매일 정리해서 직원들에게 뿌려준다”며 “자료를 보면, 미국식품의약국(FDA)과 일본 허가기관인 PMDA는 허가 때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부작용을 파악해서 환자들과 의사들에게 서신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부작용 관련 조치의 근거 대부분은 PSUR에서 나온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미국과 유럽, 일본은 ‘의약품 감시계획’ 가이드라인(ICH E2E)에 따라 위해성별 선별적 안전조치 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사는 임상시험 동안 매년 개발 의약품의 안전성 최신보고(DSUR)와 시판 후 정기적인 유익성-위해성 평가 보고(PBRER)를 작성하여 제출해야 한다. PBRER는 PSUR이 확장된 개념이다.

식약처 역시 2015년 7월부터 신약과 희귀약, 식약처장 인정 품목, 업체의 자발적 신청 품목에 대해 ‘위해성 관리계획’ 제출하도록 했다. 시판된 의약품에 대해 새로운 위해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안전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의무화한 것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제약사가 제출한 자료를 ‘묵살’해왔다는 게 강 위원의 주장이다.

강 위원은 “제약사가 이런 자료를 준비하는 것에는 상당한 노력이 들어간다”며 “식약처는 자료를 검토하지도 않으면서 PSUR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받고 있다. 인보사에서 보듯이, 의약품 부작용 이슈는 언제나 다른 나라에서 먼저 터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외 각국 규제기관이 PSUR을 토대로 부작용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약처는 PSUR을 참고하지 않기 때문에 의약품 안전성 이슈를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 제가 내부적으로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소용없었다”라고 강조했다.

강 위원은 식약처가 ‘DSUR’과 ‘PSUR’의 중요성에 대해 간과하고 있는 이유를 ‘의사인력 부족’으로 지목했다.

강 위원은 “올리타 사건 이후 저와 같은 임상심사위원들이 중대하고 예상하지 못한 약물이상반응(Suspected Unexpected. Serious Adverse Reaction, SUSAR)을 검토하고 있다”며 “ 문제는 임상계획승인 관련 업무가 많아서 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임상계획승인신청서를 보느라 약물이상반응을 검토할 시간 자체가 부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인력을 더욱 충원해야 하는 이유”라며 “하지만 식약처의 의사 수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15명 뿐이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FDA는 의사 인력이 500명 이상이다. 1년에 1000건을 훌쩍 넘기는 임상시험을 검토해야 하는데 의사가 부족하다보니, 의약품 안전성에 대한 사후관리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식약처 내의 의사 인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왔다. 2017년 당시 식약처 본부엔 의사 출신이 한 명 뿐이었다. 의사 충원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면서 이듬해 초에는 13명으로 늘어났지만 여전히 적은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강 위원은 “의약품 안전성 관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사 인력 충원을 수차례 건의했지만 소용없었다”며 “더구나 PSUR은 식약처 직원들이 쉽게 검토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의사같은 전문 심사 인력이 판단할 수 있다. 정량적인 데이터가 아니라서 그렇다. 당뇨약을 환자에게 투여했더니 개별 환자에게 약효가 발현된 비율은 정량적이다. 누구나 심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안전성은 정성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00명의 환자에게 투여했는데 간부전으로 사망한 경우가 2건이라면, 부작용 평가는 의사가 내려야 한다”며 “의사가 이렇게 많은데 식약처가 의사들을 충원하는 부분에 대해 주저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강 위원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사 인력 확충 부분은 국가 전체적인 예산문제다”며 “식약처 차원에서 결정할 수 없는 이유다. 다른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내부 직원 개인의 주장이라서 특별히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다. 사회적 이슈가 집중된 사안도 아닐뿐더러 위원 자신이 경험한 것을 중심으로 얘기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판단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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