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경제성 평가를 수행함에 있어 보험자 관점으로 접근할 수도 있고, 환자 관점에서 평가를 수행할 수도 있다.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비용과 결과에 포함되는 항목이 달라질 수 있다." 심평원이 2021년 개정한 의약품 경제성 평가 지침 중 '평가 일반사항'의 첫 줄 문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진= 심평원 제공]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진= 심평원 제공]

HER2 표적치료제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는 지난 11일 열린 2024년도 제1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에서 요양급여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재정 분담(안) 보완이라는 새로운 결과를 받았다. 

심평원 관계자는 팜뉴스에 "전체적인 건보 재정 상황과 약가 부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며 "2월 약평위에서 재심의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재정 분담(안) 보완을 받은 만큼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는 재정 부담을 나누기 위한 새로운 추가 제안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12일 취재 시점까지 심평원과 두 회사 간에는 심의 결과와 관련 자세한 얘기가 오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심평원으로부터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받은 이후에나 상세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급여 신청자인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는 앞서 암질심 과정에서 전세계 엔허투 시판 약가 중 최저가를 내고 추가적인 위험분담안(RSA) 등 여러 제안을 했다. 업계에서 "제약사로서는 제공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냈다"는 얘기가 나올 내용이었다.

약평위에서 재차 자료를 보완해 재심의하기로 한 것은 사실상 "약가를 좀더 깎으라"는 메시지로 읽힌다. 약평위가 생각하는 엔허투의 건보 재정 소요 폭이 예상보다 크다는 의미로, 심평원이 바라보는 비용효과성 관점이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 환자들과 다르다는 얘기다.

그간 약평위가 엔허투 급여 등재 과정에 어떤 부분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자세히 공개하지는 않았다. 심평원은 급여 등재 신청을 원할 경우 약제 허가증, 판매 예정가, 비용과 효과 자료, 국내외 사용 현황, 예상 사용량 및 예상 청구 금액, 기타 연구 논문 등 참고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경제성)을 본다. 비용효과성은 임상적 유용성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르다. 엔허투는 현재 2차 치료 표준요법인 캐싸일라 대비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4배 연장했고,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70%나 감소시켰다.

현존하는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중 엔허투 같은 임상적 유용성을 개선한 경우는 없다. 이에 따라 비용효용분석, 비용효과분석을 통해 점증적-비용효과비(이하 ICER)라고 부르는 값을 산출해야 한다. ICER는 쉽게 말해 기존 치료제를 신약으로 대체할 경우 추가되는 소요 비용을 질보정수명(Quality adjusted life year, QALY)을 통해 나타내는 것이다. 

한국은 명시적인 ICER 임계값을 정하지 않지만 1인당 GDP를 적용해 2500만원 수준에서 2GDP인 5000만원까지 책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질병 중증도, 사회적 부담,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 혁신성 등을 고려한다. ICER 값을 탄력적으로 적용해 항암제는 5000만원, 일반 약제는 3000만원이 임계값으로 알려져 있다. 

ICER는 건보 재정 지출 합리성과 효율성을 추구한다. 엔허투는 전이성 유방암 환자 1인당 연간 투약비(비급여 기준) 1.5억원이 소요된다. 기본적으로 3주(1사이클)마다 투약하기에 매월 700만원을 약값으로만 써야 한다.

건보 등재에서 비용효과성이라는 것은 ICER을 통해 보기 때문에 엔허투 같이 효과가 월등한 경우에도 문제가 되고 있다.

예로 신약이 기존 치료제 대비 임상적 유용성을 개선했음에도 투약 비용은 동등하거나 저가일 때는 비용효과성이 있다고 해서 급여적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엔허투는 획기적으로 무진행생존기간을 늘렸기 때문에 경제성평가에서 어려움을 겪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약평위는 엔허투를 투약함으로써 늘어난 생존기간 만큼 추가되는 소요 비용이 경제성이 있는지를 꼼꼼히 따지고 있는 것이다.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다이이찌산쿄 관계자는 "대부분 OECD 국가에서 급여 중인 엔허투를 하루라도 빨리 급여화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지만 재심의 판정을 받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는 현재 재검토 판정의 구체적 사유를 파악 중에 있으며, 엔허투 급여를 기다리는 많은 환자를 최우선에 두고 빠른 급여가 이뤄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엔허투는 국내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 허가 근거가 된 DESTINY-Breast03(3상) 연구를 통해 현재 2차 치료 표준요법인 캐싸일라와 엔허투를 직접 비교(Head-to-Head)했다.

그 결과 1차 평가변수(독립적중앙맹검) mPFS에서 엔허투 28.8개월로 캐싸일라의 6.8개월 대비 22개월 연장 결과를 냈다. 2차 변수(연구자평가)도 엔허투 mPFS는 40.5개월, 캐싸일라 25.7개월로 격차가 있었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두 군 모두 도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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