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이번에는 잘 되겠죠. 안 되면 계속해서 우리 목소리를 내고 (급여화)까지 동참해야죠."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이하 한유총회) 회장은 심평원에 6451명의 환우가 서명한 엔허투 급여화 촉구서를 전달했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이하 한유총회) 회장은 심평원에 6451명의 환우가 서명한 엔허투 급여화 촉구서를 전달했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이하 한유총회) 회장은 급여 결정 최종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약평위)를 앞두고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가 꼭 급여 대상으로 인정 받기를 희망했다.

곽 회장은 자신 뿐만 아니라 서명에 참여한 유방암 환자들 모두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1일 2024년 제2차 약평위에서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HER2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 엔허투 급여 적정성을 재심의한다.

엔허투는 지난 1월 11일 열린 2024년도 1차 약평위에서 요양급여 대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약평위는 재정 부담(안)을 이유로 재심의를 결정했다. 여기에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과 엔허투 약가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됐다.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가 재정 분담 수정안을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약평위도 상당한 부담을 가지게 됐다. 2차 약평위에서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지 않으면 한유총회 등 환우회의 적지 않은 원성을 들을 수 있다.

이미 HER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는 치료는 물론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린 지 오래다. 엔허투는 1인당 연간 약 1억원이 소요된다. 곽 회장은 1차 약평위 이후 엔허투를 사용 중인 환우들이 많은 실망을 했다고 전했다.

곽 회장은 "엔허투 급여화 국민 청원에 15만 명이나 참여했다. 당연히 될 줄 믿고 있던 환우들한테 울면서 전화가 오고, 홈페이지에도 수많은 글이 올라오는 등 난리가 났다"고 말했다.

곽 회장은 작년 12월 20일에는 국회에서 열린 '전이성 유방암 환우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간담회'에 참여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40대 젊은 여성이자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와 함께였다. 4기 말기 환자를 괴롭힌 것은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엔허투 약값이었다.

곽 회장은 "한유총회 환자들이 돈을 모아 40대 젊은 엄마 치료비에 보태라며 지원금을 보내기도 했지만 엔허투 치료에 돈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마음의 위안을 준 정도다"며 "말기암 환자들은 정말 치료가 급하고 모든 유방암 환자가 엔허투를 쓰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1억원 이상이 들어가는 치료비 급여가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유총회가 지난 16일부터 엔허투 급여화 서명운동에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1차 약평위 결과 발표 이후 곧바로 전국적인 행동에 나섰다.

한유총회는 전국 12개 지부, 의료기관 유방암센터, 홈페이지 등을 통해 서명을 받았다. 20일 만에 6451명의 유방암 환자, 가족, 의료진이 서명했다. 특히 각 지부 회장은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찾아가 직접 서명을 받았다. 우편물로 받은 서명은 그대로 심평원에 전달했다.

한유총회에 도착한 전국 12개 지부 환우 서명(자료: 환유총회)

곽 회장은 "서명서는 유방암 환자들의 간절함을 대변하는 것이다. 정부와 제약사가 서로 눈치만 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협의해서 조속히 급여를 결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매번 새롭고 좋은 약이 나올 때마다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애를 태우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없게 정부가 항암 신약 도입과 치료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유총회는 엔허투 급여가 되는 날까지 공론화 시킬 계획이다. 한유총회의 한 유방암 환자는 "쓸 수 있는 치료제를 다 썼지만 내성이 왔다. 엔허투는 마지막 생명줄이다"며 "우리에게 하루하루가 얼마나 절박한지 헤아려 달라"고 호소했다.

엔허투는 국내 전이성 유방암 2차 치료 허가 근거가 된 DESTINY-Breast03(3상) 연구를 통해 현재 2차 치료 표준요법인 캐싸일라와 직접 비교(Head-to-Head)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에서 28.8개월로 캐싸일라의 6.8개월 대비 22개월 연장한 결과를 냈다. 질환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70% 감소시켰다.

문제는 효과가 좋아서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경제성)을 보는 국내 급여 등재에서 발생했다. 비용효과성은 임상적 유용성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다른데, 엔허투는 효과가 너무 좋아서 가치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

엔허투의 비용효과와 가치를 알기 위해 점증적-비용효과비(이하 ICER)라는 지표를 적용한다. 정부는 통상 ICER 임계값에 1인당 GDP를 적용해 2500만원에서 2GDP인 5000만원을 책정한다.  기존 ICER 값을 탄력적으로 적용한 경우 항암제는 5000만원, 일반 약제는 3000만원이 임계값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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