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자신의 투병기를 말하고 있는 홍가영 씨(유튜버 콩가). 홍가영 씨가 출연한 편은 3일 만엔 조회수 10만회를 바라볼 정도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 출연해 자신의 투병기를 말하고 있는 홍가영 씨(유튜버 콩가). 홍가영 씨가 출연한 편은 3일 만에 조회수 10만회를 바라볼 정도로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팜뉴스=김민건 기자] "죽고 싶은 사람은 있어도, 죽고 싶은 암 환자는 없을 거예요. 자신이 원해서 암에 걸린 게 아니잖아요. 살고 싶은데 돈 때문에 포기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암에 걸리기 전까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암 때문이 아니고 덕분에 특별해진 것 같아요."

전이성 유방암 말기 환자인 홍가영 씨는 암 환우 사이에서 '유튜버 콩가'로 유명하다. '극단적인 장기생존자'로 불리는 자신의 존재를 통해 세상을 바꾸는 기적이 존재함을 직접 보여주고 있다.

홍 씨는 6일 방영된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이하 세바시)에 출연했다. 사실상 치료 방법이 없는 뇌척수 전이 환자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두 다리로 무대에 섰고, 스스로 호흡을 했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행복하게 웃었다. 전이 말기암 환자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척수 전이는 뇌전이 말기에 해당하며 치료를 잘 받아도 기대 여명은 3개월, 잘 되지 않으면 1개월에 불과한 매우 나쁜 상태다. 그러나 그는 2019년 2월 유방암 발병으로 2022년 8월 척수 전이를 진단받고 6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고 있다. 죽음 앞까지 가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살아남은 '극단적 장기 생존자'다. 

홍 씨는 자신을 "이미 재작년에 죽었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두 발로 서서 얘기하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 아니고, 기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짧은 15분 동안 지난 6년간의 투병 생활에도 기적이 일어날 수 있다는 희망을 모든 환자와 가족에게 줬다. 그리고 우리에게 세상을 바꿀 힘이 있다고 했다. 

대소변을 못 가리던 환자, 보행기 없이 혼자 걷기도 힘든 환자가 건강한 모습으로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엔허투(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라는 신약을 사용하면서다. 그간 데이터로만 "엔허투는 기존 항암제 대비 무진행생존기간을 4배나 늘린 혁신적인 약이다"고 접했지만, 홍 씨는 자신이 완전관해(CR) 수준으로 회복된 것을 보이면서 실제 엔허투가 한국 환자에서도 매우 효과적임을 증명했다.

팜뉴스는 세바시에 출연한 홍 씨가 다른 환자들에게 들려 주고자 했던 이야기를 전한다. 어떤 유방암 환자 보다 사망 확률이 높은 뇌·척수 전이 환자가 다시 일상생활을 하게 된 기적의 이야기다. 

그의 이야기에는 혁신적인 신약이 환자들에게 얼마나 절실한지, 빠른 급여화가 이뤄질 경우 세상을 얼마나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바꿀 수 있는지가 담겨 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악플...희망이 되기 위한 치료 그러나 전이와 부작용

"제가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악플러들한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안 그래도 죽을병 걸린 사람인데 얼마 살지 못하고 죽을 거라는 글들이 정말 싫었어요. 그때 오기가 생겼어요, 너보다 오래 살 거니깐 누가 더 오래 사는지 보자고. 극단적 장기 생존자가 되기로 결심했어요. 나 같은 암환자에게도 희망이 되자."

2019년 신혼생활을 하던 30살이었다. 오른쪽 가슴 유방에 10cm의 암세포가 생긴 HER2 양성 유방암이, 왼쪽 가슴은 유두에만 발생하는 희소성 호르몬 양성 유방암인 파제타병이 생겼다.

첫 치료로 가슴을 완전 절제하는 수술과 항암요법을 받았다. 그 이후 암세포가 거의 존재하지 않는 완전관해 판정을 받았지만 반 년 만에 재발했다. HER2 양성이라는 유방암은 일반적인 유방암 보다 재발 위험이 높고, 예후가 매우 나빴다.

그 이후 뇌전이(4기)로 진행했다. 재발과 치료를 반복했지만 뇌전이에 효과적인 항암 치료제는 없었다. 치료에 고통이 따랐다. 뇌종양이 커지며 뇌압을 높였기에 두개골을 열어 암세포를 제거하는 뇌수술인 개두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암세포 위치가 나빠 모두 제거할 수 없었다.

그 다음에는 척수였다. 전이가 발생했다. 홍 씨는 "척수 전이로 하반신 왼쪽이 마비가 돼 걸을 수 없었다. 오른쪽은 피부 감각이 사라졌는데 척수 전이에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오마야 시술(머리에 저장 장치를 심어 척수에 메토트렉세이트(MTX)를 직접 투여하는 방법)을 해야 했다. MTX는 부작용 대비 효과가 좋지 않은 아주 오래된 항암제다.

시술 첫 날, 몸이 굉장히 이상했다. 그는 "갑자기 호흡 곤란이 오고 가슴이 터질 듯이 죽을 것 같았다. 울면서 살려달라고 악을 섰는데 트라우마가 됐다"고 말했다.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홍가영 씨 편 영상 갈무리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홍가영 씨 편 영상 갈무리

항암요법으로 인한 부작용은 심각했다. 온몸에 피부 발진이 발생하면서 물만 닿아도 상처에 파스를 바르는 통증이 왔다. 스테로이드 사용에 따른 쿠싱 증후군 부작용도 겪었다. 병원에 걸어서 들어갔지만 혼자선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는 상태가 됐다. 

휠체어를 타야 했고 기저귀를 써야만 했다. 홍 씨는 "먹는 것도 다 토하고 대소변을 못 가리게 되면서 침대에 누워서 일을 봤다"고 했다. 그에게 삶은 너무 가혹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계속 이어졌다. 부부는 서로를 안고 통곡했다. "내가 과연 살 수 있을까." 홍 씨를 괴롭히는 또 다른 생각이었다. 그는 "싫은 기색 없이 깨끗이 닦아주던 남편이 없었다면 포기했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생존자의 부고 소식...좌절과 희망

당시 척수 전이 환자에 대한 투병 정보는 너무나도 부족했다. 부부는 매일 성경을 읽고 기도를 통해 서로를 위로했다. 감사함과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어느 날 희소식이 왔다. 척수 전이가 된 또 다른 '생존자'를 찾았다. 용기와 희망이 생긴 순간이었다. 

홍 씨는 "나보다 오래 척수 전이로 투병하고 계신 분이니 희망과 용기가 보였다. 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그분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됐다. 정말 척수 전이는 모두 죽는 건가, 완치는 꿈꿀 수 없는 것일까하고 좌절했다"고 말했다.

좌절스런 순간에 다시 희망이 생겼다. 신약 엔허투였다. 뇌·척수 전이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지만 아직 국내 허가조차 되지 않은 약이었다.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와 SNS에 엔허투 허가를 위한 국민동의 청원을 부탁했다.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엔허투 승인과 급여 적용 청원 모두 국민적인 관심사가 쏟아졌다.

홍가영 씨는 엔허투 투약 이후 다시 웃을 수 있게 됐다
홍가영 씨는 엔허투 투약 이후 다시 웃을 수 있게 됐다

그는 "엔허투가 승인되기 전에는 너무 고가라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했는데 국내 승인과 급여화를 간절히 원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 걸 알게 됐다. 감사하게도 청원으로 승인이 이뤄졌고 국내 처방이 가능해지면서 암 환우들이 더 좋은 약제로 치료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엔허투 승인 과정에는 정부(식약처, 심평원, 건보공단, 복지부)와 제약사(다이이찌산쿄, 아스트라제네카), 학계, 언론 등 각기 제자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홍 씨를 비롯한 국민이 있었고, 한 사람의 국민이 모여 5만 명 동의라는 청원 조건을 달성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희망에 부응한 엔허투, "다른 생존자가 찾는 장기생존자"

홍 씨는 엔허투를 투약하면서 뇌와 척수에 있던 세포들이 억제돼 더 이상 활동하지 않고 있다. 완전관해 수준이다. 올해 2월 시행한 검사에서 "암세포 활동이 중단된 상태를 잘 유지하는 아주 기적 같은 결과를 들었다"며 웃었다.

고통받던 시기는 그를 변화시켰다. 수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희망을 가지게 됐다. 더 이상 항암 치료에 효과적인 약물이 없다고 해도, 자신보다 상황이 좋지 않은 홍 씨가 기적적으로 살아난 것을 보면서다. 

한 환자는 홍 씨에게 메시지를 보내 "다시 걷는 것과 살아서 숨쉬는 하나하나 다 희망이다"고 했다. 홍 씨는 "척수 전이 생존자를 찾던 내가 지금은 다른 전이 환자와 보호자들이 찾는 생존자가 됐다"고 했다. 

홍가영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홍가영 씨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세바시에 출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참 아이러니한 인생이다"고 남편에게 말했다. "있지, 인생은 이런 거야. 암 환자가 되고 버킷리스트를 작성하고 하나씩 이룰 때마다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이다.

엔허투를 맞은 이후 홍 씨의 버킷리스트는 새로 쓰이고 있다. 척수 전이 후유증을 앓고 있지만 하프마라톤 완주를 꿈꾼다. 환갑에는 유튜브 구독자들과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을 마시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홍 씨를 비롯해 많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들이 여전히 비싼 약값으로 걱정하고 있다. 그는 "약값이 저렴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3주(1사이클)에 700만원이라는 고가의 금액으로 치료 중에 있다. 현재 보험 급여를 앞두고 있지만 암 환자들에게는 그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길다"고 했다.

그는 하루빨리 엔허투 급여화를 통해 다른 환자들이 자신과 같은 희망을 가지길 소망한다. 홍 씨는 "암에 걸린 게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여러분도 스스로를 원망하거나 자책하지 말았으면 한다. 지옥 문턱에서도 긍정적으로 감사할 부분을 찾은 저를 보고 아무리 힘들어도 힘내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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