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상 부교수

[팜뉴스=김민건 기자] 국내 담도암(담즙이 배출되는 통로인 담관·담낭에 발생하는 암종) 환자의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11.64명으로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병이 꽤 진행되기 전까지 특별한 증상이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데다, 잦은 국소 재발과 원격 전이로 예후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항암화학요법으로 젬시타빈(gemcitabine)과 시스플라틴(cisplatin) 병용요법(일명 젬시스)을 1차 치료로 우선 권고해 왔지만 재발률이 60~70%에 달하는 등 담도암 치료는 제한적이었다.

미충족 수요가 큰 가운데 새로운 방법이 등장한 것은 작년 9월 미국에서다. 기존 젬시스 항암화학요법에 항 PD-L1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를 병용하는 요법이 미국 FDA 승인을 획득했다. 국내에서는 이듬해 11월 10일 식약처 허가를 통해 면역항암제 처음으로 담도암 1차 치료의 제한적 상황을 타개할 새로운 치료법을 제시할 수 있게 됐다.

임핀지를 담도암 면역항암 치료의 첫 주인공으로 만든 연구는 'TOPAZ-1'이다. 전세계 17개국 105개 기관이 참여한 글로벌 3상으로 총 참여 환자의 절반 가량(54.6%)이 아시안으로 모집돼 연구 결과에 큰 기대를 모았다. 

이 연구에서 임핀지+젬시스 병용요법은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사망 위험을 20% 줄였고, 임상 2년 시점에서 2배 이상 높은 전체생존율을 확인했다. 특히 아시아 환자는 다른 그룹과 비교해 전체생존기간 등 개선 효과가 더 컸다. 지난 10년 동안 별다른 대안이 없던 치료 패러다임의 전환을 맞은 것이다.

전세계에서 TOPAZ-1 임상에 가장 많은 환자를 등록한 연구자가 한국에 있다.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상 부교수다. 그는 풍부한 임핀지 병용 처방 경험을 가진 전문가 중에 전문가다.

김 교수는 "TOPAZ-1은 젬시스 병용요법과 비교해 전체생존율 개선, 무진행생존기간 연장, 객관적 반응률 향상 등 임핀지 병용요법의 긍정적 효과를 입증하며 글로벌 진료 지침을 바꿨다"며 "담도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중요성을 확인한 연구이자, 면역항암 치료의 시대를 열었다"고 말했다.

이어 "더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임핀지 병용요법 급여 적용이 중요하며  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팜뉴스는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김 교수를 만나 TOPAZ-1 임상 연구가 담도암 치료에 주는 의미, 실제 임핀지 처방 경험과 환자 사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높은 의학적 미충족 수요로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국내 담도암 치료가 임핀지 병용요법으로 어떤 변화가 생길지 들을 수 있었다.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

▶담도암은 어떤 종류의 암인가.

"간의 간실질에서 담즙이 모아져 나오는 간내 담관, 간외담관(간 외에서 십이지장으로 연결되는 부분)이 있고 관이 내려오는 길에 쓸개(담낭)가 있다. 간내 담도암, 간외 담도암, 담낭암을 통칭해 담도암이라 한다. 최근 간의 염증 때문에 유발되는 경우가 일부 알려져 있고 유전적 요인도 언급되지만 대부분 암과 마찬가지로 정확한 발생 원인은 없다."

▶담도암 자체가 생소하다.

"담도암은 위암이나 대장암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발생하지만 간흡충증 등에 동반해서 아시아에서 더 많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고령층에서 발병했고 진단과 치료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는 등 임핀지 같은 신약 개발이 늦어지면서 사회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암종에 비해 조기 진단이 매우 어렵다고 하는데.

"담도암은 초음파 등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황달 등이 생기지 않고서는 증상이 뚜렷하지 않다. 예방법이 확실히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단이 잘되지 않고 대체로 증상 없이 지내다가 검진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통증, 복통, 황달 등 증상이 생겨 검진될 정도면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다고 생각해야 한다. 이 경우 수술을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다. 1~3기까지는 가능하면 수술을 하고 전신 질환인 4기는 항암 치료를 한다. 

담도암은 다른 암종에 비해 특히 수술이 어렵다. 수술에서 암을 충분히 절제해야 하지만 위치상 주변 구조물이 매우 가까이 있어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왜 재발이 매우 많으며 예후가 좋지 않나.

" 위·대장 복막과 달리 담도는 막으로 싸여 있지 않다. 이런 특성으로 초기 전이가 빨리 발생하고 수술하고 나서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환자들도 항암 치료 증상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받지 않아 생존율이 낮았다고 생각한다. 

그간 담도암 생존율이 낮았던 데에는 부족한 치료 옵션 영향이 있다. 약제가 부족한 것이 가장 힘든 점이다. 담도암은 우리나라 등 아시아에서는 많이 발병하지만 서양에서는 드문 암으로 취급해 글로벌 연구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좋지 않다. 암 제거 수술 이후 재발 방지를 위해 시행하는 보조 항암 화학요법 등 치료가 충분히 정립되어 있지 않으며, 치료 옵션이 거의 없어 관찰만 하는 경우가 많았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전이성인 경우 적어도 2차, 3차까지는 항암 치료를 진행한다. 반면 담도암은 급여 적용이 되는 약은 1차 뿐이다. 2차부터는 보험도 되지 않을 뿐더러 치료제가 제한적이며 효과가 좋지 않다.

젬시스 요법은 12년 전에 정립해 사용할 만큼 오래됐다. 10년이면 충분히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음에도 초치료가 바뀌지 않았다. 그만큼 담도암 치료는 정체기를 겪었고 젬시스 보다 더 좋은 약제의 조합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임핀지 병용요법이 기존 표준치료보다 생존기간을 연장하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상 부교수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상 부교수

▶전세계에서 TOPAZ-1 임상 연구에 가장 많은 환자를 등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임핀지가 처음으로 담도암에 대한 면역항암제 1차 치료 허가를 받아 젬시스 병용이 가능해진 것은 어떤 의미가 있나.

"과거 담도암 2차, 3차 치료에서도 면역항암제를 쓸 수 있었지만 그것으로 면역항암 치료 시대를 열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이번에 1차 치료에서 좋은 연구 결과를 입증해 임핀지를 쓸 수 있게 되면서 담도암에서도 면역항암 치료 시대가 열린 것이라 생각한다." 

▶TOPAZ-1 연구에서 확인한 병용요법 효과는 어땠나.

"TOPAZ-1 연구 결과 여러 가지 면에서 임핀지 병용요법 이점을 확인했다. 전체생존율, 무진행생존기간, 객관적 반응률 등 모두 긍정적 결과를 확인했고 표준치료로 자리매김하면서 글로벌 진료지침도 바뀌게 됐다.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등 수치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면역항암제는 치료 효능이 나타나는 환자들의 장기 생존이 확인되는 것에 의미가 더 크다.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오랫동안 유지되는 면역항암제 특징을 담도암 치료에서도 확인했다. 기존 치료제들은 약효가 좋아도 그 약효가 장기간 유지 되는 것에 기대할 수 없었는데, 임핀지 치료에서는 효과가 오래 지속됐다.

2019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에 임핀지 치료 효과를 보는 경우 아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또한 임핀지 치료군 부작용이 위약군보다 적었다. 처음에 면역항암제를 같이 쓰는 것에 부작용 우려가 있었지만 임핀지를 병용해도 문제되는 것이 없었다. 다양한 암종의 임상에 면역항암제를 사용한 지 매우 오래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부작용을 관리할 수 있다."

TOPAZ-1 연구 결과

임핀지+젬시스 병용은 위약 대조군(젬시스) 대비 사망 위험을 20% 감소시켜 전체생존율을 개선(HR 0.80, 95% CI 0.66, 0.97, p=0.021)했다.

중간 분석 결과, 2년 시점(2021년 8월 11일  데이터 컷오프) 임핀지 병용군의 전체생존율은 24.9%(95% CI, 17.9~32.5), 위약 대조군은 10.4%(95% CI, 4.7~18.8)였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7.2개월(95% CI, 6.7~7.4)로 위약 대조군 5.7개월(95% CI, 5.6~6.7) 보다 높았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위약 대조군 대비 25%(HR 0.75, 95% CI, 0.63, 0.89, p=0.001) 개선했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임핀지+젬시스 병용이 26.7%, 위약 대조군 18.7%였다. 3등급 또는 4등급 이상 부작용은 임핀지 병용군(75.7%)과 위약 대조군(77.8%)이 유사했다.

임핀지 병용군 VS 젬시스 위약대조군 TOPAZ-1 비교 분석
임핀지 병용군 VS 젬시스 위약대조군 TOPAZ-1 비교 분석

 

 

▶당시 임상 연구에 등록한 환자 중 치료받고 있는 현재 환자 상태가 궁금하다.

"기적에 가까울 정도로 치료를 잘 받고 있는 환자들이 생각난다. 한 분(70세 여성 A씨)은 다발성(multiple) 간전이가 있던 분으로 거의 완전관해에 있는 상태다. 계속 임핀지만 사용하면서 지내고 있다. 

70세 여성 처방 증례. 폐색성 황달 증상 등으로 담관암 진단을 받아 2018년 수술했으나 재발했다. 2019년  TOPAZ-1 임상에 참여, 임핀지 병용요법 시행 후 종양표지자검사 결과 정상치로 확인돼 완전관해(CR) 판정을 받았다.
70세 여성 A씨의 임핀지+젬시스 병용 투여 후 호전 상태

70세 여성  A씨는 폐색성 황달 증상 등으로 담관암 진단을 받아 2018년 수술했으나 재발했다. 2019년  TOPAZ-1 임상에 참여, 임핀지 병용요법 시행 후 종양표지자검사 결과 정상치로 확인돼 완전관해(CR) 판정을 받았다.

또 다른 환자(73세 남성 B씨)는 간과 임파선에 종양이 확인됐다. 첫번째 CT 찍을 때부터 종양 크기가 줄기 시작했고, 완전히 없어진 것을 판독한 것은 서서히 줄어서 6개월 즈음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현재는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최소 3년 이상 계속 유지하고 있다. 젬시스는 6개월만 투여하고 그 이후부터 4주에 1번씩 임핀지만 투여하러 오고 있다. 아주 행복하게 잘 지내며 자신이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지낼 정도다.

73세 남성 B씨의 처방 증례. 
73세 남성 B씨의 처방 증례. 

73세 남성 B씨는  간내 담도암 진단을 받아 2019년 TOPAZ-1 임상에 참여했다. 임핀지 병용요법 시행 후 종양표지자검사 결과, 정상치에 근사하거나 정상치 내로 개선을 확인했다. 현재 4주에 한 번씩 치료를 위해 내원하고 있다. 종양크기가 더 이상 커지지 않고 유지하고 있다.

▶면역항암제 치료 효과가 매우 잘 나타난 사례인 것 같다. 문제는 치료 접근성인데 이를 위해 보험 급여가 매우 필수적인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하나.

"급여 적용이 된다면 면역항암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높이고 더 오랫동안 치료받으며 삶을 연장하는 담도암 환자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본다. 좋은 약이 나오고, 좋은 결과가 나왔으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급여 적용이 중요하다.

TOPAZ-1 연구는 8주기 동안 젬시스를 쓰고 3주 간격으로 임핀지를 함께 사용했다. 그 다음 6개월, 즉 8주기가 끝나고 9주기부터는 임핀지만 4주에 1번씩 썼다. 보험을 받게 되면 허가받은 해당 연구처럼 써야 한다.

비보험이라도 쓸 수 있게 된 것은 좋지만 4주마다 1번씩 계속 투여하기에 약값이 너무 부담된다. 약이 효과가 없으면 비용이 별로 들지 않는데, 잘 들으니 한 달에 수백만 원씩 계속 비용이 나간다.  유지기로 넘어갈 정도면 치료 효과가 우수한 환자에 포함되는데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보호자들은 부담이 안 될 수 없으니 효과가 좋아도 문제고 안 좋아도 문제다.

진료하는 환자 중 3분의 2 정도는 (임핀지를)쓰는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절반 정도는 못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임핀지 병용요법에 급여가 이뤄진다면 훨씬 많은 환자가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담도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조언을 해달라.

"지금까지 담도암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이유는 대장암이나 위암보다 적게 발생한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드문 병은 아니다. 최근에 면역항암 치료 등 새로운 옵션이 생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게 중요하다. 치료를 통해 증상도 충분히 개선하고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열심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의료진과 환자, 보호자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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