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
아스트라제네카 임핀지

[팜뉴스=김민건 기자] "비보험이라도 쓸 수 있게 된 것은 좋지만 4주에 1번씩 투여하기에 약값이 너무 부담된다. 한 달에 수백만 원씩 비용이 나가니 효과가 좋아도 문제고 안 좋아도 문제다."

김진원 분당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임상 부교수가 지난 5월 팜뉴스와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김 교수가 언급한 치료제는 면역항암제 중 처음으로 담도암 적응증을 획득한 항 PD-L1 면역항암제 임핀지(더발루맙)다.

임핀지가 담도암 치료에 매우 효과가 좋지만 비급여기 때문에 의료진과 환자들이 사용하기에 어려운 현실을 언급한 것이다. 인터뷰로부터 7개월이 지났다. 임핀지는 급여권에 진입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지난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3년 제8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이하 암질심)를 열었다. 

이날 암질심은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의 1차 치료로서 젬시타빈 및 시스플라틴과 병용요법'을 놓고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에는 환자 본인이 일부 부담하는 것을 인정했지만 임핀지 급여기준은 미설정하면서 내년으로 미뤄졌다.

국내 건강보험 급여 제도상 이미 보험을 받고 있던 요법에 새로 비급여 약제를 추가할 경우 기존 치료제까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번 암질심을 통해 임핀지+젬시타빈+시스플라틴 3제요법 중 기존 표준요법인 젬시타빈, 시스플라틴에 우선적으로 급여를 적용키로 한 것은 고심한 흔적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담도암에 사용하는 첫 면역항암제 급여 기준을 정하기가 어려웠다는 의미일 것이다.

간에서 만든 담즙을 배출하는 통로 '담관'과 담즙을 저장하는 '담낭'에 발생하는 담도암은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암이다. 조기 진단과 검진이 안 되다 보니 질환이 꽤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전이가 있거나, 국소 진행성으로 절제할 수 없다면 세포독성항암요법을 해야만 했다. 지금까지 담도암 1차치료 표준요법은 2000년대 초반 영국에서 진행한 'ABC 02' 연구를 근거로 한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이었다.  

일명 젬시스(GP병합요법)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 11.7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8개월을 기록하며 표준치료가 됐다.

하지만 젬시스 요법은 생존기간이 1년 미만에 그치므로 사실상 효과적인 치료제라고 하기가 어렵다. 임핀지가 담도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 연구팀이 임핀지를 젬시스 요법과 함께 병용하는 임상에 들어가면서 이런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임핀지는 이전에 치료 경험이 없고 절제 불가능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 685명을 대상으로 한 TOPAZ-1 연구에서 위약군 대비 생존 기간을 입증했다. 

685명의 환 중 341명은 임핀지(3주 마다 정맥주사 투여)+젬시타빈+시스플라틴 투여군과 344명의 위약(3주 마다 정맥주사 투여)+젬시타빈+시스플라틴 투약군으로 나뉘었다.

연구에서 임핀지+젬시타빈 병용은 전체생존기간 중앙값 12.8개월로 위약+젬시타빈 투여군의 11.5개월을 넘었으며, 이 결과로 임상 2년 시점에 임핀지 병용군 생존 환자는 24.9%로 위약군 10.4%보다 더 많은 생존 효과를 나타냈다.

바로, 면역항암제 특성인 '롱테일 효과(투약 후 증세가 악화되지 않고 장기간 생존을 보이는 현상)'를 담도암에서 재현하며 생존기간 부분에서 꼬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인데 이 그래프를 보기까지 꼬박 12년이 걸렸다.

작년 11월 10일 TOPAZ-1 연구를 근거로 임핀지가 국내에서 면역항암제 최초로 담도암 적응증을 받았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1차치료에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으로 임핀지를 쓸 수 있는 면역항암제가 등장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암질심에서도 임핀지 급여 기준 설정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12년 만에 등장한 임핀지 효과기 뛰어난 것은 알겠지만 기존 표준치료제 생존기간 대비 비용적으로 얼마나 뛰어난 치료제인지를 판단하는데 적잖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분당서울대병원 김 교수는 팜뉴스와 인터뷰에서 "진료하는 환자 중 3분의 2 정도는 (임핀지를)쓰는 것 같은데 전체적으로 보면 절반 정도는 못 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급여만 된다면 더 많은 환자가 면역항암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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