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주요 제약 '오대장' 신년사 분석 시리즈 5편의 주인공은 한미약품이다. 한미 신년사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가 있다. 누구나 예상 가능한 단어다. 하지만 신년사 속뜻을 파고들면 거대한 진실이 보인다. 대웅, 일동, 유한, 종근당에 이어 '한미 패러다임 시프트'를 소개한다. 

사진. 한미약품 CI
사진. 한미약품 CI

# '딕 포스베리'와 '패러다임 시프트'

미국의 '딕 포스베리(Dick Fosbury)'는 고등학교 선수 시절 높이뛰기 종목 지역 선수에도 선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무명의 미국 선수는 새로운 기술을 연마했고 올림픽에서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1968년의 멕시코 올림픽 높이뛰기 결승전, ‘딕 포스베리’는 몸을 공중에서 거의 드러눕는 듯한 역발상적 자세로 바를 넘었다. 

이전까지 높이뛰기 주된 자세는 얼굴이 땅으로 향하는 벨리스오버나 가위뛰기였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이상한 자세를 취한 포스베리는 2m 24㎝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당당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이후 다른 선수들 역시 포스베리의 자세를 따라했고 높이뛰기의 신기록은 나날이 경신됐다. 높이뛰기를 영원히 바꿔버린 '포스베리 플롭'이 탄생한 것이다.

포스베리 플롭은 패러다임 시프트의 대표적인 사례다. 

'패러다임 시프트'는 1962년 미국의 과학 철학자 토머스 쿤의 저서에서 처음 등장한 단어다. 그 시대에 당연하게 여겨진 인식이나 사상이 혁명적인 발전을 이끌어낸다는 뜻이다.
 

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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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신년사에서 빠지지 않는 키워드

최근 한미 신년사를 살펴보자. 

지난 2일 송영숙 회장은 신년사에서 “숱한 어려움들이 있었지만 한미약품 앞에는 늘 ‘최초’와 ‘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창조와 혁신’의 나날이 이어졌고, 이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R&D 중심 제약기업으로 우뚝 섰다”고 말했다.  

우종수∙권세창 한미약품 대표는 지난해 신년사에서도 "탄탄한 내실성장을 토대로 글로벌 혁신신약 개발을 위한 R&D에 더욱 매진하자"고 전했다. 

신년사 공통 키워드는 바로 연구개발투자(R&D)다. 한미 신년사에서 'R&D'는 언제나 빠지지 않는 키워드다. 

한미가 국내 제약사 중 가장 압도적인 R&D를 쏟는다는 점은 공지의 사실이다.

때문에 한미 신년사는 누가 보아도 뻔해 보인다. 

앞서 사례와 한미약품이 무슨 연관이 있느냐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다. 패러다임 시프트와 어울릴 수 있는 제약사가 아니라는 인식이 밑바탕에 깔린 질문이다.
 

# 모두가 두려움에 떨던 그 단어, 이제는 성공의 밑거름

하지만 한미 R&D 역사의 변곡점을 살펴보면, 한미가 대한민국 제약 바이오 산업의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뤄냈다고 해석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5년 한미는 일라이릴리, 베링거인겔하임, 사노피, 얀센 등과 7조원에 달하는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 이후 매년 약 1000억을 R&D를 쏟아낸 성과가 극에 달한 것.

최근 기자가 만난 대형 제약사 임원은 이를 아래와 같이 평가했다.

"2010년부터 한미를 향해 '이게 무슨 짓이냐'라는 비판도 많았다. 비아냥까지 들릴 정도였다. 매년 적자를 감수하고 무모하게 R&D 투자를 지속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기술 수출이 잇따라 성공했을 때 한미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완전히 뒤집어졌다. 무엇보다 한미는 그 이후에 실패를 하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그것이 업계에 주는 영향력이 어마어마했다."

실제로 2015년 이후 한미의 기술 반환 건수가 급증했다. 베링거인겔하임, 일라이릴리, 얀센, 사노피 등 빅파마로부터 기술 반환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한미는 특유의 R&D 노선을 결코 멈추지 않았다.

"당시만해도 '실패' 또는 '반환'은 국내 제약사들이 두려움에 떨었던 시그널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기술반환이 쏟아지는데도 한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도리어 얀센에 기술 반환당했던 물질을 MSD에 1조원대 규모로 기술 수출해냈다. 너도나도 한미를 모델삼아 신약 개발에 뛰어든 이유다."

# 꼭 인류가 아니더라도 한미가 남긴 발자취는…

이는 한미가 신년사마다 R&D를 외치는 강력한 힘이다.

신약 개발 실패와 반환을 두려워 하지 않는 멘털리티(정신)를 바탕으로 독야청청 R&D 외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미형 기술 수출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이정표로 자리잡았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패러다임 시프트'란 단어가 한미에 어울린다고 평가할 수 있는 배경이다. 

물론, 패러다임 시프트는 대부분 하나의 분야에서 어마어마한 성과를 남겨 인류의 발전을 비약적으로 앞당긴 인물을 언급할 때 등장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처럼 전 세계를 향해 임팩트를 남길 때 쓰이는 엄청난 키워드다.

최근의 예는 테슬라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매끈한 디자인에 폭발적인 성능을 지닌 전기차를 만들어냈다.

그 이전까지 '전기차'하면, 친환경 수준에 머무른 골프카트 수준에 불과했지만 일론은 전기차의 패러다임을 바꿔버렸다.

하지만 '패러다임 시프트'를 혁명적인 전환이란 관점에서 해석한다면 한미의 신약 개발을 위한 R&D 투자 행보 역시 충분히 그런 찬사를 받을 자격이 있다. 

언젠가 한미가 남긴 흔적이 역사의 재평가를 받을 날이 도래하지 않을까. 

꼭, 딕 포스베리와 일론머스크처럼 화려하고 폭발적이며 전 세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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