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주요 제약 '오대장' 신년사 분석 시리즈 3편의 주인공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 신년사에서 올해 처음 등장한 단어가 있다. 그 단어는 오로지 유한만이 넣을 수 있는 키워드다. 유한 신년사에 담긴 '속뜻'은 무엇일까. 대웅, 일동에 이어 '유한양행 그랜드(grand, 웅장하다)'를 소개한다.

사진. 유한양행 CI
사진. 유한양행 CI

# "가슴이 웅장해진다"

유튜브 애청자에게 '가슴이 웅장해진다'라는 표현은 익숙하다. '가슴이 웅장해진다'라는 댓글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꺾이지 않는 마음'보다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이 먼저 유행했을 정도다.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어떤 상황에서 쓰일까.

세계 속에서 우리나라를 빛낸 경우 너도나도 '가슴이 웅장해진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영화 <기생충>이 칸 영화제에 이어 오스카상을 휩쓸었을 당시 '감격적이다' 대신 '가슴이 웅장해진다'고 표현했다. 

영화 <미나리>의 배우 윤여정이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품었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고, 이정재가 아시아 배우 최초로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주인공 

즉,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전 세계적으로 대한민국을 위상을 높인 사람 또는 사건에 쓰이는 찬사다. 특히 특정 인물이 불모지에서 성공의 꽃을 피우면 찬사가 쏟아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표현이 가능한 제약사가 있을까.

아직까지는 그런 표현이 가능한 제약사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전 세계를 호령한 블록버스터 신약(매출 1조 이상)을 개발한 제약·바이오 기업도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찬사에 가까워진 유일한 제약사가 있다.

바로 유한양행이다. 유한의 신년사를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 유한 신년사 '렉라자' 사상 처음으로 언급 

지난 2일,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 역시 작년의 기조를 이어 여전히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임직원 모두가 회사의 핵심가치인 Progress와 Integrity를 기반으로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신년사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단어는 다음 대목에 나온다. 

"R&D 역량 강화와 미래 지속성장을 위한 신규 투자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제2, 제3의 렉라자를 조기에 개발할 수 있도록 선택과 집중을 통해 유망 파이프라인의 도입과 기반기술의 확장을 통해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바로 유한이 개발한 폐암 치료 신약 '렉라자'다. 

중요한 사실은 유한이 최근 5년간 신년사에서 특정 제품을 언급한 일이 없었다는 점이다.

2018년 "교육(敎育), 사유(思惟), 실행(實行)" , 2019~20년 ‘Great & Global’ , 2021년 ‘창조·책임·윤리’ , 2022년 ‘열정·도전·창조’였다. 

올해 처음으로 유한 CEO가 신년사를 통해 특정 제품을 전면에 내세워 언급한 것. 이는 무심코 넘어갈만한 사안이 아니다. 

# 비통한 K- 항암 신약의 역사

국산 항암 신약은 그동안 잔혹사를 면치 못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마치 한국 축구가 2002년 월드컵 이전까지 20세기 역사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것처럼, <기생충> 등장 직전까지 92년 오스카 역사에 단 한 번도 수상작에 이름을 못한 것처럼 말이다. 

SK케미칼의 '선플라' 한미약품 '올리타', 삼성제약 '리아백스'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나갔다.

식약처 허가를 받아도 매출이 부진하거나 조건부 허가를 만족하지 못한 이유로 사라졌단 뜻이다. 글로벌 무대 진출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유한의 저력은 남달랐다.

2015년 7월 오스코텍의 미국 자회사 제노스코사로부터 레이저티닙을 도입한 이후 3년만에 글로벌 빅파마 얀센에 1조4000억원 규모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 얀센이 소속된 존슨앤존슨은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고의 글로벌 빅파마다. 

얀센은 당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주(아미반타맙)의 병용 파트너로 레이저니팁을 선택했다.

얀센의 임상 진행에 따라 유한은 계약금은 물론 이미 2000억에 가까운 마일스톤을 수령했다.

관련 임상이 최종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관문을 뛰어넘을 경우 추가 마일스톤은 물론 로열티 수입을 거둘 예정이다.

# 유한 렉라자 '가슴이 웅장해진다'?

렉라자를 평가할 때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유한이 렉라자 글로벌 임상 3상(LASER301) 결과를 토대로 1차 치료제 진입을 시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시 얀센의 선택을 받고 공동개발을 진행한다는 것 자체로 글로벌 수준에 한 발자국 다가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때문에 유한이 신년사에서 렉라자란 키워드를 처음으로 꺼낸 것이다.

단순히 특정 제품을 주목해달라고 얘기한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신약 개발을 향한 자신들의 질주를 기대와 응원을 갖고 지켜봐달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 

이는 얀센과 함께 글로벌 무대에 도전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밑바탕에 깔려야 가능한 신년사다.

그동안 국내 항암 신약 개발 기업 중 누구도 이같은 자신감을 신년사에 녹여낼 수 없었다. 

물론 렉라자는 현재 '월드 클래스' 수준이 아니다. 블록버스터 신약도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렉라자가 국내 1차 치료제의 관문을 뚫고 글로벌 시장에서 얀센과 함께 FDA의 장벽을 허문다면, '가슴이 웅장해진다'는 찬사가 들릴 것이다. 

국산 항암 신약의 잔혹사를 끊어내고 글로벌 무대 속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기 때문이다. 

'유한' 신년사에서 '가슴이 웅장해진다'라는 키워드를 읽어낼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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