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면역 항체 100종 이상이 약물로 승인을 받아 각종 질병에 사용되고 있으며 그 절반이 항암 치료를 위해 사용된다. 항체는 타겟이 되는 물질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단백질이다.

체내에서 면역세포가 만들어 내는데 실험실에서 대량으로 그리고 순수하게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항체를 약물로 개발하게 되었다. 약물로 사용하는 항체를 ‘단일클론항체’라고도 하는데 한 종류의 순수한 항체라는 뜻이다. 

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면역 시스템은 인체의 방어 기제이다. 여러 종류의 면역세포가 신체의 도처에 포진하고 있으며 혈관과 림프관을 타고 다니면서 경계 상태에 있어서 외부에서 침입자가 들어오면 인지하고 파괴함으로써 신체를 보호한다.

면역 세포는 체내로 들어오는 이물질을 제거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과 수단을 구사하는데 항체는 그 수단의 하나로서 면역세포가 만들어내어 분비한다. 

암세포는 특유의 항원을 세포 표면에 발현한다. 암표면항원을 표적으로 반응하는 ‘표적항체’를 약물로 사용하면 암세포를 선택적이고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전신에 대한 부작용은 없을 것이다. 암항원에 결합한 항체는 다양한 면역세포들이 암세포를 인지하고 제거하게 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또한, 암표면항원이 암세포의 성장과 증식에 중요한 신호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 항체가 결합한 표면항원은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므로 세포 내부로의 신호전달이 교란이 되어 암세포의 증식이 억제된다. 

표적항체를 암세포에 대하여 ‘마법의 탄환’으로 사용한다는 기대에 부응해서 리툭시맙(암항원 CD20에 대한 항체)과 트라스투주맙(HER2 항체)이 항체로서는 처음으로 항암제로 승인을 받았다. 리툭시맙(상표명 리투산)은 1997년에 혈액암에 대해서 승인을 받았다.

CD20 항원 인지하는데, CD20는 면역B세포에서 유래하는 혈액암세포에 발현하지만, 정상 면역B세포에도 발현한다. 그래서 개발 단계에서 약효와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실제로 항체가 정상 면역B세포를 손상시키는 부작용이 있었음에도 CD20가 발현되지 않는 미성숙세포가 면역세포를 공급할 수 있어서 환자는 부작용 대비 치료 효과가 우수했다.

이어서 1998년 트라스투주맙(상표명 허셉틴)이 유방암에 대해서 허가를 받았다. 또한, 2001년 혈액암에 승인을 받은 이마티닙(상표명 글리벡)을 필두로 저분자 화합물 표적항암제들이 연달아 승인을 받았다.

그래서 암세포를 직접 타겟으로 하여 성장과 증식을 막는 항체와 저분자화합물로 된 표적항암제는 이후 항암 치료의 주류가 되었다. 리툭시맙과 트라스투주맙은 특허가 만료되어 바이오시밀러가 나오면서 매출액이 줄었지만, 여전히 전세계 항암제 판매 순위에서 10위 권 안에 든다. 

이 외에도 EGFR 항체인 세툭시맙과 파니투누맙이 직장암에 대하여 또 다른 HER2 항체인 퍼투주맙이 유방암에 대하여 또 다른 CD20 항체인 오파투무맙이 혈액암에 대하여 승인을 받았다. 여기에서 표적항체의 개발이 그다지 수월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암세포에 특이적으로 발견되는 항원들이 다양하게 발굴되었는데도 약물로 승인을 받은 항체는 위에 언급한 암항원 주위를 맴돌고 있다.

다른 암항원에 대한 항체를 개발해도 대부분의 경우 그 자체로서는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가 우수하지 못하여 항암 효과가 미미했다. 표적항체의 개발 초기에 나온 성공의 사례는 오히려 일부 암항원에 국한된 예외라고 할 수 있다.

암세포는 또한 표적항체의 타겟이 되는 암항원을 발현하지 않거나 기능을 우회하여 증식함으로써 생존을 모색한다. 그래서 이미 개발된 표적항체도 치료에 사용할 때에 내성과 재발이 빈번하여 약효의 지속성이 문제가 된다.

항체가 암표면항원에 특이적으로 결합한다는 점만으로도 약물로서 우수한 성질이기 때문에 표적항체에 약물을 탑재시켜서 약물의 운반 수단으로 사용하는 항체약물중합체가 개발되었다.

다양한 표적항체에 독성물질을 결합시켜서 투약하면, 항체가 암세포를 찾아서 항원과 결합하고 따라서 독성 물질이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한다. 다양한 암표면항원이 발굴되었음에도 자체만으로는 항암효과를 나타내지 못하여 약물화되지 못한 표적항체가 이제 쓰임을 찾게 되었다.

약물과 화학 요법의 하이브리드 형이다. 화학 요법은 전신에 독성을 나타내어 부작용이 크지만 항체와 결합한 형태의 약물은 암세포에 집중적으로 투여되니 전신 부작용은 줄고 약물의 효과는 증가한다.

개념은 이렇게 간단하지만 암세포에 실제적으로 도달하는 독성 약물의 양이 많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항체에 탑재하는 약물의 독성은 상대적으로 높아져야 하고 따라서 유효성과 독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가 쉽지 않다. 2022년 현재 10개의 항체-약물 중합체가 항암제로 승인을 받았다. 

급성골수성백혈병에 사용하는 마일로탁은 2000년에 항체약물중합체로서 가장 먼저 승인을 받았다. 신약은 승인을 받고 시판을 한 후에도 환자가 실제로 사용할 때 나타나는 효과와 부작용에 대해서 10년 동안 모니터링을 하도록 되어 있다.

마일로탁을 10년 모니터링한 결과 환자에게 효과가 분명하지 않은 반면 조혈모세포 생성이나 간에 대한 부작용이 있었으므로 2010년 제조사인 화이자가 약물을 시장에서 철수시켰다.

화이자는 추가 임상시험으로 데이터를 더 확보하고 축적된 자료를 재 검토한 후 퇴출 7년 만인 2017년에 약물로 재승인을 받았다. 마일로탁의 경우에서 보는 것처럼, 항체-약물 중합체는 기대처럼 암세포만 골라서 죽이는 깨끗한 약물이지는 못하고 환자에게 미치는 효과와 부작용의 득실을 가려서 투여하는 약물이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약물이 연달아 승인이 되었고, 개발 중인 약물의 수도 늘어났다. 최근에는 항체-약물 중합체의 응용을 확대해서 항체를 나노 리포좀과 결합시키고 리포좀에 약물이나 RNA를 탑재하는 방식과 항체-싸이토카인 결합형 약물도 개발되고 있다.

표적항체의 변형으로서 두 개 이상의 표면 항원을 동시에 인지하도록 하도록 만든 이중항체 또는 삼중항체 등의 다중항체가 있다. 특히 암세포의 항원과 면역세포의 항원을 동시에 인지하는 이중항체가 약물로 허가를 받았다.

암젠의 이중항체 블리나투모맙(상표명 블린사이토)이 혈액암에 사용하도록 2014년 승인을 받았는데, 암항원 CD19과 면역세포 표면항원 CD3를 동시에 인지하는 이중항체이다. 면역세포와 암세포를 근거리에 묶어서,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인지하고 제거할 수 있다.

블리나투모맙을 다른 표적항암제와 병용 투여한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생존에 좋은 효과를 보인 이후 이중항체에 대한 관심과 개발이 급증했다. 암세포와 면역세포를 함께 인지하는 이중항체를 BiTE(바이트)라고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암젠이 개발하는 이중항체에 대한 기술명이다.

폐암에 사용하도록 2021년 승인을 받은 아미반타맙은 암표면항원 두 가지를 동시에 인지하는 이중항체로서 BiTE와는 달리 전형적인 항체의 구조를 가지며, 항체의 작용에 있어서 두 종의 항체를 동시에 사용하는 것 같은 시너지 효과를 낸다. 

그런데 암항원과 면역세포를 동시에 인지하는 BiTE 방식의 이중항체는 면역세포에 암항원을 인지하는 유전자를 도입해서 만든 치료제인 CAR-T와 작용 방식이 유사하다. CAR-T는 세포치료제이고 이중항체는 항체이니 서로 아주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체내에서 결국 암세포와 면역세포를 항체나 키메라 수용체를 통해 브릿지처럼 연결하는 형태가 되어 작용한다. 부작용의 양상도 유사하다.

CAR-T치료제의 경우 싸이토카인 폭풍과 뇌신경계 부작용이 문제가 되는데 이중항체도 이러한 부작용이 문제가 된다.

이중항체는 미리 제조해서 투약하는 방식이므로 CAR-T 치료제가 환자 개인마다 치료제를 새로 만드는 맞춤형인 점에 비하면 여러 면에서 편리해 보이지만 두 약물 모두 아직 비교적 개발의 초기 단계에 있는 만큼 이중항체와 CAR-T 치료제의 용도와 효과를 나란히 비교하기는 현재로서는 사실상 무리이다.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년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2022년 2월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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