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제약 업계에서 “A 제약사에서 마약이 샌다”는 본지 보도에 대한 파장이 확산 중이다. ‘혹시 우리 회사는 아닐까’라는 긴장감도 돌고 있다. 마약류인 향정신성의약품(향정)이 제약사 내부에서 외부로 반출됐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담겨 있어 직원들은 물론 대표이사를 포함한 윗선까지 형사 처벌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제보자 B 씨는 A 제약사의 방관 이면에, ‘구멍 뚫린 감시망’이 이번 사건을 더욱 키웠다고 전했다. 마약류 감독 국가기관인 식약처의 부실 감독 책임이 사건의 단초가 됐다는 주장이다. 그는 팜뉴스 측에 각종 서류와 장부를 보여주면서 식약처의 마약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 실상을 후속으로 전한다.

게티 이미지

# 팜뉴스 첫 보도 이후 제약업계의 충격이 상당하다. 식약처가 마약류 관리를 엄격히 관리하고 통제하는데 직원들이 식욕억제제(향정)를 외부로 가져간다는 점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마약류 관리에 대한 식약처 가이드라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산 과정에서 향정이 남으면 보통 반기마다 식약처 폐기 절차를 따른다. 사내에 시건장치가 있는 장소로 이동해서 6개월간 보관하다가 식약처가 정기적으로 확인한다. 식약처 직원이 오면 폐기량을 확인하고 보는 앞에서 최종적으로 폐기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무용지물이란 얘기가 파다하다.   

# 앞서 인터뷰에서 식욕억제제 잔여량을 수천개씩 물에 녹인 이후 남은 약들을 직원들이 가져간다고 했다. 식약처 가이드라인을 철저히 지키면 범죄 행위가 생길 일이 없는데 가이드라인이 왜 무용지물인가.

(B 씨는 대화 도중 사진과 서류 한 장을 꺼냈다) 제가 우연히 찾은 사진을 보시면 시건장치가 있는 곳이 분명히 있고 마약류 보관대장에도 폐기량이 적혀 있다. 선별, 포장, 타정(원료혼합물을 압축시켜 알약을 생상하는 과정) 공정 과정에서 남은 향정 수량이 적혀 있고 담당자와 확인자의 결재 사인이 들어있는 대장이다. 하지만 실제와 장부는 전혀 맞지 않는다. 

# 장부를 조작한다는 얘기인가.

그렇다. 향정이 많으면 어차피 일정 생산량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일단 거짓으로 적는다. 예를 들어 500개가 남고 그게 보관장소로 옮겨졌다고 쓰지만 실상은 몇 천개가 남아있는 식이다. 남은 향정은 식약처 몰래 물에 녹이거나 청소기로 빨아들인다.

# 식약처 직원은 와서 무엇을 하는가.  

식약처 직원은 보통 폐기량이 적힌 엑셀파일(대장)과 보관 장소에 있는 약과 실제 약을 맞춰본다. 하지만 대충 본다는 게 문제다. 식약처에서 6개월에 한 번씩 폐기량을 확인하러 오는데 꼼꼼히 보는 직원은 거의 없다. 목록이 있는데 한 두줄 정도를 장부상 확인하고 실제랑 맞추고 가는 모습도 비일비재하다. 

# 식약처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식약처 직원은 매번 바뀐다. 까다로운 사람이 오면 물론 긴장할 때도 있다. 까다로운 직원이 온다고 하면 사건장치에 있는 향정을 전부 사무실에 들고 와서 세기도 한다. 재수 없으면 한 번씩 세는데 식약처 직원에게 걸린 일이 없다. 시건장치에 있는 향정 폐기량과 장부상 숫자를 이미 맞춰놨기 때문이다. 더구나 진짜 널널한 식약처 직원은 실제로 맞춰보지도 않고 ‘관리가 잘됐네요’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회사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 식약처 직원이 ‘널널한’ 사람인지, ‘까다로운’ 사람인지 어떻게 아는가.

감독을 나오는 식약처 직원들과 회사가 평소 수시로 연락하기 때문에 성향을 전부 안다. 특징 파악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저희들끼리 표현으로 사이코 기질이 있는 직원이 온다고 하면 “실수할까봐” 조마조마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우는 거의 없다.

# A 제약사가 작정하고 장부를 조작하고 속이면 알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도 식약처 부실 감독이 이번 사건의 단초가 됐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알 수 있다. 생산현장을 탈탈 털면 잔여량을 전부 잡아낼 수 있다.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다. 애초에 직원들이 식욕억제제를 가져가는 것은 회사가 알 수 없을 만큼 관리가 부실하다. 식약처가 대충 감시하기 때문에 더욱 과감하고 불법적으로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마약류 취급 관련 시스템도 엉터리다. 

# 식약처는 매년 전방위적으로 마약류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 왜 엉터리인가. 

강화한다고 발표하면 뭐하나. 일선 현장에서 관리 감독은 전혀 제대로 하지 않는다. 현장에서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제제가 없다. 지켰는지 제대로 확인하려는 노력도 없다. 마약류 작업장은 반드시 열쇠를 잠그고 가야 하지만 열쇠로 잠근 적이 없다. 기본적인 것도 확인하지 않는 기관이 식약처다. 애초에 약사법이 허술한데다, 식약처가 엉망으로 관리를 하기 때문에 외부 반출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 필로폰, 코카인같은 것보다 식욕억제제같은 향정을 외부로 들고 나가는 것은 다소 불법성이 약해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아니다. 그것도 바로 구속감이다. 이점을 A 제약사 대표이사가 알고 있었다면 방조범이다. 향정도 마약이다. 한꺼번에 먹으면 내성과 부작용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필로폰이나 코카인과 다르지 않다. 제약사 직원들이 약을 밖으로 가져가고 회사에서 서류를 조작하는데 마약사범과 무엇이 다른가. 정말 심각한 일이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식약처와 수사기관이 나서야 한다. 경찰과 공조해서 회사 전체를 압수수색해야 범죄를 막을 수 있다. 이미 서류상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어려울 수 있지만 현장을 급습하면 충분히 잡을 수 있다. 동시에 식약처가 마약류 생산 현장 감독을 제대로 했으면 좋겠다. 국민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식약처 직원들은 현장에서 절대로 그런 식으로 행동해선 안 된다. 관리가 이토록 부실하면 유출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제약업계 근무자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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