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팜뉴스가 최근 연속 보도한 'A 제약사 마약 반출 의혹'을 향해 일선 경찰들의 이목이 쏠리는 모양새다. 형사 등 경찰들은 관련 소식을 접한 이후 식약처가 향정신성 의약품(식욕억제제)을 생산해온 제약사들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당장 경찰이 나서는 모습보다 산업 현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식약처가 조사를 시작하고 경찰에 고발해야 '아름다운 그림'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본지가 1일 이번 의혹에 관심이 깊은 형사 B 씨에 대한 익명 인터뷰를 진행한 배경이다.

게티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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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선 현장에서 제약사 내부에서 마약이 샌다는 사건이나 범죄 첩보를 들어봤나.

처음 듣는 이야기다. 저 역시 충격을 받았다. 향정신성 의약품(이하 향정)도 마약이기 때문에 계속 유출된다면 반드시 조사를 해서 바로잡아야 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번 소식을 접하고 단순히 A 제약사 뿐 아니라 다른 제약사들도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점이다. A 제약사만 의 사건이 아닐 수 있단 뜻이다. 

# A 제약사 말고 다른 제약사도 의심이 간다는 뜻인가. 

마약은 단순 소지만 해도 불법이다. 아무리 식욕억제제라고 해도 향정이기 때문에 죄질이 무겁다. 그동안의 보도를 보면 수법이 구체적이고 교묘하다. 더구나 향정에 대한 식약처 감시망이 부실한 정황도 있다. 불법이 관행의 탈을 썼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A 제약사 이외에 다른 제약사에서도 향정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일이 비일비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이유다. 

# 이번 의혹의 심각성은 어느 정도인가. 

관리망이 부실하다면 제약사 직원 누구라도 향정을 매달 챙겨갈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명백한 마약류관리법 위반이다. 단순히 한 두알이 아니라 수백알이 외부로 샜다면 심각한 사안이다. 안 그래도 요즘 마약 사건이 많다. 태국이 대마를 합법화하는 바람에 분위기가 더욱 좋지 않다. 마약류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의혹은 더욱 충격적이다.

# 경찰이 나서서 조사해야 하지 않을까.

수많은 제약사가 있지만 식욕억제제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제약사는 소수다. 식약처가 이들을 상대로 불시 점검을 나가서 전수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조사하고 수사 기관에 고발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다. 식약처가 가만히 있는데 경찰이 먼저 수사에 들어가면 그림이 밉다.

# "그림이 밉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 

식약처가 움직이지 않는데 경찰에서 공식적으로 수사에 들어가면 식약처장의 면이 서겠나. '그동안 도대체 뭐했느냐"는 내외부의 비판을 받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식약처와 수사기관 간의 관계가 애매해지고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 

하지만 식약처는 제약사들이 취급하는 향정 폐기나 관리 절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향정 반출 의혹의 심각성에 대한 판단이 가능하다. 식약처가 제약 업계에 대한 이해가 깊고 약사법과 마약류관리법을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건 현장은 현장에 맞는 법이 있다. 모든 법이 현장이 적용될 수 없다. 일종의 특수한 사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 정말 심각하다면 경찰이 먼저 첩보를 받아 수사를 시작할 수 있지 않나.

보통 경찰이 칼을 바로 들이미는 경우는 해당 행정 기관이 제대로 사건을 처리하지 않고 뭉개거나 심각성을 모를 때다. 그런 경우가 아닌데 수사기관이 먼저 들어가서 휘저으면 일단 말이 많아진다. '너무 나댄다'는 얘기도 듣는다. 경찰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식약처가 제약사들을 상대로 조사를 하고 현장과 업계 상황을 고려해서 심각한 경우 수사기관에 고발하는 그림이 아름다운 이유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저는 경찰 전체를 대변하는 것은 아니고 일선 형사일 뿐이다. 다만 경찰은 기본적으로 수사 과정에서 이슈가 되고 사회적 파장이 일어나는 모습 자체를 극도로 경계한다. 심각한 사건인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 

마약 유통은 매우 심각한 범죄다. 식약처가 먼저 나서서 A 제약사 혐의를 밝히고 다른 제약사들을 추가로 잡아낸다면 사회적 파장을 줄이고 관련자들을 조용히 처리할 수 있다. 이번 의혹을 단순히 의혹으로만 치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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