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성은아 박사

 코로나 바이러스의 창궐로 온 세계가 어수선했던 지난 해, 의료계에서는 또 다른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 미국 식약처 (FDA)가 '아두카누맙'을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사용하도록 승인한 것이다. 이로써 아두카누맙은 이십여 년 만에 처음으로 허가 받은 치매약이 되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에는 도네페질, 갈란타민, 메만틴, 리바스티그민 등을 사용하지만, 증상 완화를 기대할 뿐, 치매의 진행은 막지 못한다. 치매약이 드디어 허가를 받았는데, 환자도 의료계도 혼란스럽다. 심지어 치매약을 개발한 바이오젠의 주가는 승인을 받은 직후 잠시 올랐지만, 지금은 승인 전보다 더 떨어졌다. 왜 그럴까.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들의 뇌에는 베타아밀로이드라는 단백질 찌꺼기가 곳곳에 쌓여 있다. 환자의 치매가 점점 악화되면서, 뇌에 베타아밀로이드 찌꺼기도 늘어나고, 전역으로 퍼져 나간다. 그래서 뇌의 베타아밀로이드 찌꺼기를 제거하면 치매의 진행도 막을 거라는 가설이 생겼다.

실상은 많은 약물이 뇌의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할 수 있었지만, 환자의 치매를 늦추지 못해 임상시험에서 실패하곤 했다.

아두카누맙은 베타아밀로이드 제거 능력이 탁월한 약물이다. 바이오젠은 이 약물이 알츠하이머 병에 효과가 있는가를 보기 위해 수천 명의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했다. 2019 년 3 월, 바이오젠은 데이터를 중간 분석한 결과 약이 효과가 없으니 아두카누맙 개발을 전면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불과 반 년 후인 10 월 바이오젠은 다시 보도자료를 내고 데이터를 더 분석했더니 아두카누맙이 치매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고, 그래서 미국 FDA에 약물 승인을 받도록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시말해 바이오젠이 아두카누맙에 대해서 두 개의 대규모 임상시험을 수행했는데, 두 개의 임상시험은 환자의 수 (각각 1650 명 정도), 약물 투여량, 투여기간 등 모든 조건이 사실상 동일하게 수행되었다.

임상시험 데이터가 나오면서 중간 분석을 했고 약물이 효과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바이오젠이 약물 개발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이유였다.

그런데 이후에 데이터가 더 모아졌고, 분석 결과 두 개의 동일한 임상시험 중 하나에서 임상시험의 후반기 (1년 6개월)에 고용량의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들이 가짜 약물을 투여받은 환자들에 비해 인지능력 감소에 있어서 차이를 보였다.

약물 투여 여부와 상관없이 환자의 인지능력이 계속 나빠졌지만, 약물을 고용량 투여받았을 때 근소하지만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을 만큼'의 완화가 있었다. 많은 제약 회사들이 수십 년의 노력과 막대한 돈을 치매약 개발을 위해서 투자한 결과 처음으로 나온 '통계적으로 의미있는 유효성'이었고, 바이오젠은 FDA에 약물 허가를 신청했다.

그런데, 두 개의 동일한 임상시험 중 하나에서만 효과가 있고, 다른 하나에서는 효과가 없다면, 그 약물이 효과가 있다는 말인가, 없다는 말인가?

결국 FDA는 2021년 아두카누맙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하지만 아두카누맙 승인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제약회사가 약물이 '질병에 대하여 효과가 있음 (유효성)'을 증명하고, FDA가 이를 심사하여 승인한다. 하지만, 약물의 개발이 아주 시급할 때는 긴급 심사 과정을 택하기도 한다.

제약회사가 약물이 '질병의 유발과 관련된 바이오마커 (생체지표)에 대한 효과'가 있음을 증명하고, 이 생체지표에 대한 효과로 미루어 보아 '유효성이 합리적으로 기대된다', 즉, '질병 개선의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될 때, FDA가 몇 년간 조건부 승인을 하고, '질병 개선 효과'를 나중에 증명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바이오젠은 치료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 불분명한 아두카누맙에 대해서, 정식 심사 과정을 피하고 긴급 심사를 신청했다. FDA는 아두카누맙이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효과 (바이오마커에 대한 효과)로 보아, '유효성이 기대된다.'고 보고, 9년 동안 조건부 승인을 한 것이다.

그런데 FDA의 결정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 아두카누맙의 치료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결과가 이미 나왔는데, '치료 효과를 기대한다'는 말은 오류이다. 더구나,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많은 약물이 임상시험에서 실패했듯이,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을 늦춘다는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치료 효과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는가.

FDA는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내는 권고에 따라 약물 승인의 결정을 한다. 아두카누맙의 경우, 11명의 심사위원 전원이 이 약물은 치매에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승인을 반대했다. 그런데, FDA는 심사위원회의 반대를 무시하고, 아두카누맙을 승인했다. 그에 따르는 논란을 떠나서, 왜 FDA가 반대를 무릅쓰고 아두카누맙을 승인했을까.

가능한 추측 중 하나는, 치매가 평균 8년 혹은 그 이상 진행하는 병인데, 치매약의 임상시험은 그에 비하여 짧은 기간 동안 (아두카누맙의 경우, 1년 6개월)만 수행될 뿐이므로, 일단 허가를 내주어서 환자에게서 장기간의 효과를 보고자 할 수 있다.

제약회사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였으나 계속 실패만 거듭하니 치매 약물 개발을 포기할 수 있고, 따라서 FDA가 제약회사에게 치매 약물 개발에 계속 투자하도록 일종의 인센티브를 주었다고 볼 수도 있다.

아두카누맙 승인이 논란을 일으키는 또 다른 이유는 부작용이다. 아두카누맙은 일종의 면역항체이다.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항체 약물을 투여할 경우에 환자의 뇌에서 미세한 부종, 출혈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아두카누맙도 마찬가지이다.

환자 10명 중 4명에게 이런 일이 생기는데, 무증상이거나, 두통이나 어지러움 등의 비교적 가벼운 증상만을 겪기도 하지만, 일부는 병원에 입원을 해야할 정도로 증상이 심각하고, 심지어는 혼수 상태에 빠질 만큼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약물 투여 후에 뇌영상 촬영으로 환자를 관찰하고, 필요시에 대처하도록 의사가 관리해야 한다. 가격도 만만치 않다. 1년 치 약값은 28,200달러, 우리 돈으로 대략 3천 3백만 원이다. 다행히 아밀로이드를 일단 제거하면 약을 계속 투여받을 필요는 없다.

아두카누맙은 현재 미국에서만 허가를 받았다. 유럽연합은 승인을 불허했다. 하지만, 이런 가정을 해 보자. 얼마 전부터 기억이 깜박깜박하더니, 최근 일상생활에서 사소한 불편을 느끼기 시작했다.

병원에서 알츠하이머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뇌 사진을 찍으니 베타아밀로이드 찌꺼기가 쌓여 있는데, 그걸 제거하는 약이 있으니 쓰겠느냐고 의사가 묻는다.

찌꺼기를 제거해도 치매가 늦춰진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약물 부작용으로 뇌에 부종이나 출혈이 심한 경우에 혼수상태에 빠질 수 있으니, 병원에서 관리를 할 것이다. 비용은 약값 3천 3백만원에 더해서, 약물 투여 중 치료비와 입원비, 뇌영상 비용, 약물 투여 후 관찰하고, 문제가 생길 경우 대처하는 치료비와 입원비가 필요하다.

상당히 부담스러운 약이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확실하게 나빠진다. 치료를 받아도 계속 나빠진다. 그래도 뇌에서 나쁜 찌꺼기를 제거한다니 덜 나쁜지, 똑같이 나쁜지 모르겠다. 그래도 혹시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까? 당신의 선택은 무엇인가.

아두카누맙 승인은 또 다른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FDA가 '치료 효과'가 아니라, '가능성'에 근거하여 치매약을 승인한 것이다. '바이오마커에 대한 효과'를 가지는 많은 약물들이 현재 치매약으로 개발 중이고, 이들도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해도 '치료의 가능성'만으로 신약 승인을 신청할 것이다.

나아가서 파킨슨병이나 루이체 치매 등 다른 퇴행성 뇌질환에 대한 약물들도 '유효성'의 입증이 없이 '가능성'만을 입증함으로써 약으로 승인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치료 효과가 없는 치료제로서 말이다.  

△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현재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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