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leeheekyoung@hotmail.com) 덕수궁이 주는 역사적 의미 유행은 돌고 도는 것이라더니, 어느 날 이메일로 날아든 “신여성 도착하다”의 전시회 포스터 속 여인의 모습이 요즘 거리에서 마주치는 젊은 여성들의 모습과 사뭇 닮아있다.짧은 단발, 홍조를 띤 하얀 피부, 짙은 눈썹에 다홍빛 붉은 입술. 차이점이라면 그들 사이에 놓여 있는 100여년의 시간뿐. 세련된 외양만큼이나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걸크러쉬의 원조 “신여성”들이 돌아왔다. “신여성 도착하다”의 전시를 보기 위해 향한 곳은 덕수궁. 조선의 26대왕이며 대한
이희경(leeheekyoung@hotmail.com) 갱년기와 사춘기가 싸우면 갱년기가 이긴다던데 모두 다 남의 집 이야기인가 보다.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마치 작품 ‘질풍노도의 시기’의 리허설을 하는 아들과 갱년기 몸 풀기에 들어간 나와의 신경전에서 항상 패자는 나다. 부딪히고 돌아서면 안쓰러운 마음에 금세 컴퓨터를 뒤져 아이의 어릴적 사진을 찾아 예뻤던 기억만을 소환해 먼저 손을 내밀게 된다. 오늘 아침도 어김없이 아들과의 힘겨루기 한 판을 끝내고 울적한 기분을 전환할 겸흥미로운 전시회를 열고 있는
이희경 (leeheekyoung@hotmail.com) 우리 집 쌀독은 항아리다. 몇 년 전, 잠깐 동안 외국생활을 한 적이 있는데, 타지에서 한국이 그리울 때마다 쳐다보며 향수를 달래줄 만한 물건을 물색하던 중에 항아리를 구입하게 됐다. 항아리를 선택하게 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은 가격이 그다지 비싸지 않으면서도 실용적인 쓰임새가 있어서이다. 실제로, 구입한 항아리는 사계절 구분 없이 더운 나라에서 벌레 없이 쌀을 보존하는 임무를 충실히 실행해 나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그 다음으로는 질박한 모양새다. 둥그스름하면
이희경(leeheekyoung@hotmail.com) 연말연시를 맞아 한가하던 나의 일정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숫자 위에 여기 저기 내려앉은 동그라미들이 직장을 그만둔 지 서너 해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나의 존재감을 상기시키는 것 같아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바쁜 생활 탓을 하며 서로에게 무심했던 지난 열 한 달 동안의 소원함도 12월 한 번의 만남으로 상쇄될 수 있는 실로 마법 같은 연말연시다. 오랜만에 만나는 사람들과는 늘 일상 같은 레퍼토리로 예전 이야기를 읊을 뿐인데 매번 새롭다. 때로는 같은 사건을 다르게 기억하고 있는
에디터 이희경 (leeheekyoung@hotmail.com) 한 때 ‘꼬리에 꼬리를 무는 ~’ 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관심 있는 주제에 대해 마치 꼬리 물기를 하듯 이어가며 알아간다는 의미인데, 오늘은 나도 꼬리 물기를 해 보기로 했다. 얼마 전 성곡 미술관의 야외정원에서 보았던 이재효 작가의 작품이 흥미로워 정보를 찾던 중에 작가의 갤러리 겸 작업실이 양평에 있다는 기사를 접하고 찾아가 보기로 한 것. 마침 제주도로 시집을 간 친구가 서울에 잠시 올라와 ‘육지의 늦가을’을 보고 싶다 하여 벗과 함께 늦가을여행을 겸한
이희경(leeheekyoung@hotmail.com)(갤러리 현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성큼 다가온 가을 앞에 우울한 일상 한여름의 더위가 물러난 자리에는 옷깃을 스치는 가을바람과 높고 청명한 하늘이 모두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하지만 그간 더위로 허약해진 심신엔 자연의 변화 앞에서 열병과 같은 우울증도 소리 없이 찾아온다. 어쩌면 청명한 가을날 딱히 우울할 이유가 없어도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지 못해 스스로 우울하다는 울타리를 치는지도 모르겠다. 그 원인을 묻는 친구에게 “그냥 가을을 탈 뿐”이라고…. 딱히 대답할 만한 이
이희경(leeheekyoung@hotmail.com) 절기의 위력은 참으로 대단하다. 숨구멍 하나 없이 종일 내리 쪼아대던 한여름의 더위도 입추가 지나자 그 기세가 한 풀 꺾여 아침, 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에어컨 앞에서 움쭉달싹 못 하며 마치 북극곰이 겨울잠 자듯 여름잠을 자던 나도 무장해제 돼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외출계획을 세웠다. 야외활동을 하기에는 아직은 좀 힘들 것 같아 실내 활동을 찾던 중, 대림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토드 셀비 : 즐거운 나의 집” 전시에 눈길이 멈추었다. 마침 ‘부모님과 미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