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위원회가 지난해 9월 감기약 성분으로 쓰이는 '페닐에프린(페닐레프린염산염)'에 대해 효과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식약처는 페닐에프린의 효과성에 대한 검토를 착수하겠다고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약 5개월이 지났는데도 식약처는 묵묵부답이다. 약사 사회에서 식약처가 국내 환자와 영유아 부모들의 혼란을 방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페닐레프린 성분을 광범위하게 복용 중이지만 식약처의 침묵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티 이미지

지난해 9월, FDA 자문위는 "경구용 페닐에프린(OTC, 일반약)의 효과에 대한 새로운 데이터를 논의했다"며 "현재의 과학적 데이터는 경구 투여된 페닐에프린의 권장 용량이 코 충혈 완화제로서 효과적이라는 점을 뒷받침하지 못한다. 다만 안전성 문제에 대한 우려는 제기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문위의 논의와 권고 사항은 경구 투여된 페닐에프린만 해당된다. 비강 스프레이 형태와는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FDA 내에서 자문위 권고의 영향력이 압도적이란 점을 고려하면, 경구용 페닐레프린 성분의 미국 시장 퇴출이 가시화될 전망이다. 미국 최대의 약국 체인은 이미 페닐레프린 성분 감기약 판매 중단 조치를 취했다. 

그렇다면, FDA 자문위가 이런 결정을 내린 배경은 뭘까. 

이동근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건약) 정책팀장은 "페닐에프린은 비충혈제거제로 코막힘을 뚫어주는 약"이라며 "혈관이 부어 있으면 코가 막히는 증상이 발생하는데 혈관을 축소시켜서 코막힘을 완화시키는 기전을 지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07년 당시 혈관 축소 작용은 하지만 코의 혈관을 특이적으로 축소시키지 않는다는 이유로 효과 논란이 있었다"며 "하지만 미국에서 코막힘 완화가 가능한 일반의약품은 페닐에프린뿐이었다. 당시 퇴출이 안 됐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복용할 만한 효과가 없다고 입장을 정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페닐에프린에 대한 FDA 자문위 결정을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이동근 팀장은 "페닐에프린은 아기들이 먹는 시럽에 대부분 들어간 상황"이라며 "약국에서 구매 가능한 코막힘 완화 경구 일반약은 페닐에프린과 슈도에페드린 성분 두 가지인데 슈도에페드린은 부작용 이슈가 있어서 소아들에게 처방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페닐에프린은 워낙 광범위하게 쓰이는 약물"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육아 커뮤니티에서는 코린시럽(신일제약) 등 페닐에프린 성분의 시럽제에 대한 효과를 문의하는 글이 지속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L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코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인데 효과가 없다고 해서 황당하다"며 "이미 사놓은 약에도 해당 성분이 있는지 들여다봐야겠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집에 테라플루(GSK)가 잔뜩 있는데 전부 폐기 처분해야 하는 것인지 알 길이 없어 답답하다"는 글도 찾아볼 수 있다. 

이 팀장은 "환자들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외신을 번역한 보도만 나올 뿐이다. 슈도에페드린 성분은 소아들은 물론, 성인도 장기 복용하면 부작용 이슈가 있기 때문에 페닐에프린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도 식약처의 뚜렷한 조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식약처는 FDA 자문위 결정 당시 후속 조치를 예고했지만 약 5개월째 깜깜 무소식이다. 

이 팀장은 "과거 불순물 사건이 일어났을 때 식약처는 FDA 공식 입장이 나오기 전에 자체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약물을 대거 정리했다"며 "이런 점에 비춰보면 식약처 태도는 마땅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 FDA 자문위 결과 또는 기존의 임상 문헌등을 식약처가 적극적으로 검토해서 결론을 낼 수 있는데도 미온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식약처의 늑장 대처 때문에 아기 부모들과 시민들의 혼란만 가중된 상황"이라며 "식약처는 괜찮다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안 된다는 보도만 나오고 있어 약국가에서는 더욱 혼란이 일고 있다. '지금은 이 정도면 괜찮다' 또는 "다른 대체제가 있다' 등 결정을 빨리 내려줘야 하는데 너무 방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팜뉴스 취재진은 15일 식약처에 페닐에프린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입장을 받는대로 후속 보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