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최선재 기자] 위탁사의 행정처분 기준을 수탁사와 동일하게 규정한 총리령이 입법 예고된 가운데, 이번에는 수탁사들의 아우성이 들린다. 수탁사 제품에 문제가 생길 경우 위탁 제네릭까지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실사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위탁사의 책임 전가로 부당한 계약 맺기를 강요당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탁 제네릭 제품 손실까지 떠안도록 계약을 새로 맺을 수 있다는 뜻이다. 식약처발 '품목 연좌제'의 파장이 수탁사들까지 퍼진 배경이다. 

엄밀히 말하면 수탁사가 제조기록서 허위 작성 등의 GMP 위반 행위를 저질렀을 때, 위탁사가 기존보다 중한 처벌을 받는 것은 충분히 명분이 있는 주장일 수 있다.

해당 품목이 아닌 위탁사의 동일 제형 품목까지 3개월 제조업무 정지를 하면, 위탁사가 수탁사를 더욱 깐깐하게 감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위탁 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번 입법 예고안에 명분이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대형 제약사 위주로 구성된 위탁사들 사이에서 수탁사에 대한 내밀한 감시가 어렵다는 여론이 형성된 상태다. 

식약처조차 임의제조에 대한 단서를 수탁사의 내부 고발자로부터 수집하는 상황인데, 위탁사 자신들이 어떻게 선제적으로 제조기록서 허위 작성 등의 내부 비밀을 잡아낼 수 있느냐는 것.

감시가 불가능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아무런 죄가 없는 위탁사의 또 다른 제네릭까지 동일 제형이란 이유로 제조 업무 정지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비판이다. 

'여기까지'가 위탁사의 입장이라면, 국민 입장에서는 또 다른 우려점이 존재한다.

수탁사의 반복적인 임의제조는 분명 일벌백계해야 할 문제이지만 이를 이유로 위탁 제네릭의 동일 제형 제품을 모두 날릴 경우 의약품 부족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이란 걱정이다.

일종의 대안 없이 마구잡이로 의약품 생산을 중지시키면 결국 피해를 국민이 볼 수 있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중소 제약사들로 구성된 수탁사들의 입장은 뭘까.

팜뉴스가 복수의 수탁사 관계자들을 접촉한 결과, 이들 역시 이번 입법 예고안 때문에 상당한 속앓이를 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먼저 업계에 잔뼈가 굵은 관계자(수탁사) A 씨의 말을 들어보자. 

"원래 위탁사들은 자기 제품을 맡겨놓으면 그다지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실사도 보통 한 번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입법 예고안 통과로 위탁사 처벌이 강화되면 시도 때도 없이 수탁사를 괴롭힐 수 있다. 물론, 더욱 높은 품질의 의약품 생산을 위해 언제라도 실사를 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투어(업계용어)를 나올 때마다 공장이 '스톱'된다는 점이다. 감시를 매번 받는다고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일반적으로 위탁사가 실사를 나오면, 수탁사들은제품에100% 문제가 없어도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않기 위해 공장 라인을 멈춘다는 것. 수탁사 입장에서는 매번 라인을 멈출 수 없는데다, 필요 이상으로 위탁사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의견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탁사의 본질적인 속성이 '제약사'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입법예고안이 통과가 되면 위탁사가 실사를 많이 나오고 자료를 깐깐하게 달라고 할 것"이라며 "하지만 이런 것들은 단순한 예상이다. 위탁사들도 근본적으로 제약사신분이기 때문에 수탁사가 갖는 부담은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어렵고 힘들어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 것도 꼬투리를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수탁사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대목은 바로 '책임 떠넘기기'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위탁사의 감시가 깐깐해지는 것은 좋은 약을 만든다는 측면에서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며 "하지만 진짜 문제는 위탁사들의 또 다른 갑질이다. '약사 감시로 우리 제품이 날아가면 무조건 너희들의 잘못이다'란 식의 문구를 넣어서 계약을 새롭게 맺는 방식으로 수탁사들을 압박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요즘 제대로 된 수탁사를 찾는 것이 어렵다고 하지만 위탁사는 여전히 갑 중의 갑"이라며 "그런 문구를 넣었을 때 수탁사는 대항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위탁사가 일감을 끊으면 수탁사가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알게 모르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데 입법 예고안은 위탁사의 갑질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명분을 줄 수 있다. 그것이 가장 두렵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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