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올해(2023년) 들어 SGLT 억제제 여러 종이 약물로 나왔다. 미국 FDA가 연초에 SGLT2 억제제인 벡사글리플로진을 제2형 당뇨병 약으로, 5월 말에 SGLT1과 SGLT2를 억제하는 소타글리플로진을 심부전 약으로 승인했다. 작년 말에 허가를 받아서 금년에 출시한 국산 신약 이나보글리플로진 (엔블로)도 제2형 당뇨병에 적용하는 SGLT2 억제제이다. 

당뇨병에 걸리면 혈당이 지속적으로 높다. 췌장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이 혈당을 조절한다. 제1형 당뇨병은 췌장에 문제가 생겨서 인슐린이 부족하여 혈당 조절이 되지 않는 경우이다. 인슐린을 투여해서 혈당을 관리한다.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이 있어도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이다.

치료를 위해서 생활 습관 개선과 함께 혈당을 조절하는 약물을 투여한다. 혈당의 증감에는 다양한 기관, 세포, 그리고 단백질이 관여하며, 인슐린을 비롯한 여러 호르몬이 이 과정들을 조절한다. 약물의 타겟이 다양한 만큼 제2형 당뇨병에 적용하는 약물의 종류가 많다. 

SGLT는 당을 세포 안으로 이동시키는 단백질인데, 발현한 조직과 세포에 따라 그에 걸맞은 기능을 한다. SGLT2는 신장에서 요를 통해 걸러 나가는 당을 신장 세포 안으로 재흡수 한다. 재흡수된 당은 다른 단백질을 통해서 혈중으로 유입된다. SGLT2가 억제되면 신장에서 당의 배설이 늘고 혈당은 낮아진다. SGLT1도 신장에 발현하지만 기여도는 낮다.

대신 SGLT1은 장에서 당을 흡수하는 주요 단백질이다. SGLT1이 억제되면 장에서 당의 흡수가 낮아져서 혈당이 낮아진다. 약물로 나온 SGLT 억제제 대부분은 SGLT2 억제제이다. 소타글리플로진이 유일하게 SGLT1과 SGLT2를 모두 억제한다. 아직 개발 단계에 있는 약물 중에는 SGLT2 억제제 외에도 다수의 SGLT1 억제제 및 SGLT1/SGLT2 억제제가 포함되어 있다.

'당뇨'라는 이름은 요 중에 당이 많아서 붙은 이름이다. 요 중의 당이 높으면 혈당도 높다는 것이 오래 전에 알려졌으며, 민간요법으로 사과나무 뿌리의 껍질이 당뇨병에 사용되었다. 20세기에 들어서 사과나무 껍질의 약효성분인 플로리진이 요에서 당의 재흡수를 막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SGLT가 약물의 타겟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플로리진은 특이성이 약한 탓에 부작용이 많아서 약물로 사용하기에는 부적절했다. 플로리진을 변형시켜 SGLT2에 대한 특이성을 높이고 흡수와 체내에서의 분포 성질을 개선하여 만든 화합물이 다파글리플로진(포시가)이다.

다파글리플로진과 함께 카나글리플로진(인보카나), 엠파글리플로진(자디앙)이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 연달아 약물로 승인을 받은 이후 불과 10년 남짓한 기간 동안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 개발된 SGLT 억제제는 10종이 넘는다. 

SGLT 억제제는 처음에는 제1형과 제2형의 당뇨병에 대해서 혈당을 조절하는 목적으로 개발되었으나, 제1형 당뇨병에 적용할 경우 케토산혈증이라는 부작용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서 지금은 대부분 제2형 당뇨병 약으로 개발된다.

소타글리플로진은 제1형과 제2형의 당뇨병약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유럽에서 인슐린과 병용요법으로 제1형 당뇨병에 적용하도록 승인을 받았으나 실제로 사용되지는 않는다. 미국에서 제1형 당뇨병약으로 승인을 받으려 했으나 역시 케토산혈증의 우려 때문에 허가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심부전에 대한 약물 허가를 신청하여 승인을 받았다. 

소타글리플로진이 허가를 받기 이전에 이미 다른 SGLT 억제제들이 심부전에 사용되고 있다. 카나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이 그들이다. 뿐만 아니라, SGLT 억제제가 신부전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효과가 있음이 알려져 있다.

카나글리플로진과 다파글리플로진이 만성신부전에 사용하도록 허가를 받았으며, 엠파글리플로진은 만성신부전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서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당뇨병 약물로 개발되던 SGLT 억제제가 심장병과 신장병에 대하여 사용하게 된 배경은 임상시험에서 기대하지 않았던 부수적인 효과를 발견한 덕이다. 2007년 당시 매출이 가장 큰 당뇨병 약물이었던 로지글리타존 (아반디아)을 사용한 환자들에게서 심근경색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후 이 약물은 부침을 거듭하다가 지금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FDA가 제2형 당뇨병 약물을 개발할 때에 약물의 심혈관계 부작용을 모니터링하는 임상시험을 하도록 규정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FDA의 규정에 따라 수행한 임상시험 중에 SGLT 억제제가 당뇨병 환자들의 심혈관 질환에 대한 보호 효과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신부전증의 진행을 지연하는 효과도 있음이 드러났다.

그 결과, 카나글리플로진,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은 적응증에 제2형 당뇨병 외에도 심부전과 신부전까지 추가하게 되었고 소타글리플로진의 경우는 당뇨병 약물로 허가를 받기 전에 심부전 약물로 허가를 받았다. 이 모든 임상시험과 적응증 확대가 불과 지난 몇 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임상시험은 주로 당뇨병 환자들에 대하여 진행되었으나, 당뇨병이 없는 심부전증 및 신부전증 환자들에게도 약물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심혈관 질환과 신장병은 당뇨병의 흔한 합병증이다. 이들 질환이 서로 연관되어 발전하기는 하지만, 역으로 SGLT 억제제의 혈당 강하 작용이 심혈관 질환 및 신질환에 대해 보호하는 작용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약물이 심혈관 질환과 만성신부전에 효과를 나타내는 기전은 분명하지 않다.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나타냈다고 하더라도 SGLT 억제제가 비교적 새로운 약물이며 게다가 작용 방식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으니, 사용하기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적응증 확대와 함께 당뇨병에 걸리지 않은 환자에게 약물을 적용하기 위해서 논리적 근거가 필요한 상황이다. 약물들의 구체적인 작용 경로들에 대하여 가설이 제시되고 검토되고 있다.

SGLT 억제제는 당뇨병 약물 중에서 가장 최근에 나온 종류이지만, 현재 임상시험 단계에 있는 당뇨병 후보 약물들 중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 및 ‘DPP4 억제제’와 함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후보 약물 다수가 임상시험을 후기 단계에서 진행하고 있어서 SGLT 억제 신약이 추가될 여지가 있다.

GLP-1 수용체 작용제는 췌장을 자극해서 인슐린과 글루카곤의 분비를 조절하여 혈당을 낮춘다. 이 계열의 약물 중 하나인 오젬픽이 최근에 비만약으로 전용되면서 유명해졌다. DPP4 억제제는 장에서 GLP-1을 분해하는 효소인 DPP4를 억제하여 결과적으로 GLP-1 수용체 작용제와 같은 선상에서 작용한다. 

GLP-1 수용체 작용제도 심부전과 신부전에 효과를 나타내며, SGLT 억제제도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GLP-1수용체는 장관과 췌장에서 작용하며, SGLT 억제제는 신장에서 작용한다. 작용 경로가 다른 약물들이 약효를 나타내는 방식에서 어떤 접점이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

체중 감소 효과는 GLP-1 수용체 작용제를 사용할 때에 더 우수하고 심부전과 신부전에 대한 효과는 SGLT 억제제를 사용할 때에 더 도움이 된다는 비교가 있으나, 약물마다 경우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에는 시기상조이다. 

SGLT 억제제라고 해도 약물마다 효과와 적용 범위는 다르다. SGLT 억제제 중에서도 임상시험에서 심혈관계나 신장에 대하여 두드러진 효과를 보이지 않은 약물도 있고, 그 효과에 대해서 알려지지 않은 약물도 있다. 부작용이 없는 약물은 없으니, 약물 투여의 득실을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GLT 억제제는 지난 10년 동안 급속히 성장했으며, 개발의 가능성도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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