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뉴스=김민건 기자] 호주·미국·유럽 등 해외에서는 심부전 위험 인자를 가진 환자의 예방 약제로 SGLT-2억제제를 권고한다. SGLT-2억제제 역할을 제 2형 당뇨 치료제에서 심부전 예방 약제로 확장하면서 환자 접근성을 높인 상태다.

영국은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를 대상으로 자디앙에 급여를 적용하고 있으며, 호주·캐나다·일본 등 주요 국가의 임상 현장에서도 만성심부전(심박출률 감소·보존 포함) 대상으로 자디앙 급여가 이뤄져 적극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반면 한국은 만성심부전 치료에 SGLT-2억제제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혜택을 보기 어렵다. 국내 심부전 진료 지침은 질환 악화로 인한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의 주요 치료 목표로 반복적인 재입원 감소를 제시하고 있으며, 만성심부전 환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는 오랫동안 효능을 입증한 치료제의 부재로 증상 완화를 목표로 할 뿐이다.

국내도 SGLT-2억제제 처방이 필요한 심부전 환자는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급여 처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고령화로 인한 전 세계 심부전환자는 6400만명 이상이며, 국내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으로 잦은 입원과 치료에 따른 의료비 지출이 크다. 심부전으로 인한 국내 건강보험 재정 부담은 2021년 기준 약 1970억원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만성심부전환자 치료·입원에 따른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자디앙 같은 SGLT-2 억제제 급여를 통한 사회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앤드류 코츠 박사
앤드류 코츠 박사

세계 최대 규모의 심부전협회(HFA) 회장을 맡고 있는 앤드류 코츠((Andrew Coats) 박사는 심부전 예방 약제로 SGLT-2 억제제를 사용할 경우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최근 호주에서 발표한 심부전 예방 및 관리에 대한 합의문(Consensus statement on the current pharmacological prevention and management of heart failure) 공동 저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팜뉴스는 30년간 심부전 등 심장 질환을 연구하고 있는 앤드류 코츠 박사를 만나 해외에서 는 자디앙 같은 SGLT-2억제제를 만성심부전 예방에 사용하며 어떤 효과를 보고 있는지, 국내 치료 환경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앞으로 치료 전략이 나아갈 방향은 무엇인지 들었다.

SGLT-2억제제 자디앙과 만성심부전

자디앙은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최초로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의 유의하게 감소시키며 SGLT-2억제제 역할을 2형 당뇨병에서 만성심부전 치료로 확장시켰다. 국내에서도 박출률 감소 심부전에 이어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높은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적응증을 획득함으로써 모든 심박출률 스펙트럼의 만성심부전 치료제로 거듭났다.


다음은 앤드류 코츠 박사와 일문일답.

▶최근 호주에서 발표한 '심부전 예방 및 관리에 대한 합의문'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고 들었는데 치료 가이드라인이 아닌 합의문으로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간 심부전 치료 가이드라인은 4~5년 주기로 개정을 했다. 그러나 최근 임상은 과거에 비해 신속하게 진행되고 발표된다. 그러다보니 근거가 쌓이는 속도가 더 빨라진 상황이다. 임상 현장에 있는 의료진들에게 최신 치료 정보를 업데이트해서 제공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가이드라인 발표 전에 합의문을 먼저 내놓은 것이다."

▶합의문에서 SGLT-2억제제가 아닌 특정 성분을 제시했다. 어떤 의미인가. 심부전 예방 효과가 SGLT-2억제제 계열의 효과라기 보다는 개별 치료제 효과로 본 것인가.

"SGLT-2억제제 계열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확실한 데이터가 없어 명확하게 답변하기에 다소 무리가 있다. 보통 같은 계열 내에서 2가지 이상의 약물이 특정 효과를 보이고, 나머지 약제들도 적절한 규모의 임상 연구에서 효과 입증에 실패만 하지 않는다면 계열 효과로 보는 편이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사례가 ARB 제제와 베타차단제다. ARB 제제는 계열 효과로 보는 반면, 베타차단제는 효과가 확인된 일부 성분만 권고하고 있다. 치료제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SGLT-2억제제는 연구와 논의가 좀더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는 아직 SGLT-2억제제를 예방요법으로 적극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다. 호주는 심부전 위험 인자가 있는 환자에게 예방 요법으로 권장하는데 무엇을 근거로 권고한 것인가.

"과거와 달리 요즘에는 신약 적응증과 급여 승인 대상이 임상 연구와 매우 유사한 조건의 환자로 제한된다. SGLT-2억제제는 현재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은 2형 당뇨병 환자에서 심부전 입원 위험 감소 및 심혈관계 사망률 감소 효과를 확인했고, 이를 바탕으로 호주 가이드라인은 심부전 예방을 위해 권고하고 있다.

다만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심근경색 등 심혈관계 질환이 높은 환자처럼 좀더 광범위한 환자에 대해 예방을 허용하는 것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국내 의료진들을 만나봤는지 궁금하다. 한국 의료진은 심부전 치료에 어떤 어려움을 이야기 하나.

"한국 의료진도 호주나 영국 의료진과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다. 자디앙 같은 SGLT-2억제제가 심부전 등 여러 질환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제라는 점을 환자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필요성, 그리고 진료과별로 SGLT-2억제제를 처방하는 환자 특성 차이에서 오는 이상반응 관점을 어떻게 해소할지 고민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호주, 영국과 비교했을 때 고령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보니 SGLT-2억제제 사용 시 체중 감소 우려도 있는 것으로 들었다."     

▶자디앙 EMPEROR 연구 발표 이후 SGLT-2억제제 역할이 당뇨 치료제에서 심부전 치료제로 크게 변했다. 어떤 의미가 있나.

"80년대 초반부터 15년 간은 심부전 치료 영역에서 이뇨제를 제외하고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마땅치 않았다. EMPEROR 연구는 심부전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며,이 연구가 심부전 치료 전략을 개편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심부전에서 자디앙 임상 결과

■EMPEROR-Reduced 연구 결과

심박출률이 감소한 만성심부전환자에서 심혈관계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의 상대적 위험을 위약 대비 25% 감소시킨 것을 확인했다. 이 결과는 2형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 EMPEROR-Preserved 연구 결과

심박출률이 보존된 만성심부전환자를 대상으로 심혈관계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의 상대적 위험을 위약 대비 21% 감소시켰으며, 이러한 결과는 2형 당뇨병 동반 여부와 관계없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심부전 약제 효과를 평가할 때 주로 사망 위험이나 입원 예방 감소 여부를 보는 이유는 무엇인가.

"평가 지표는 일부 논란 여지가 있다. 하지만 심부전 환자들이 질환으로 인해 일상생활에 상당히 지장을 겪고 있고, 삶의 질도 저하되기 때문에 다른 질환처럼 이러한 요소들을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심부전이 높은 사망 위험과 긴급한 입원을 많이 초래한다는 점은 환자와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지표다. 이에 따른 의료비 지출도 상당한 편이기 때문에 그 두 가지를 좀 더 집중적으로 평가한다."

▶기존 약제들은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확인하지 못한 반면, 자디앙은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서 치료 효과를 보였는데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는 심장 크기가 상당히 커져 있고 신경 호르몬이 매우 활성화된 상태로 호르몬을 차단하거나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약제 사용을 통해 치료가 가능하다. 반면,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는 상대적으로 심장이 커지기보다는 뻣뻣한 상태면서 신경 호르몬도 덜 활성화되는 특징이 있다.

또 폐질환이나 혈압 문제 등 다른 기저 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도 많은 편이다. 그렇다보니 심부전 치료와 동시에 여러 기저질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치료가 요구되는데 지금까지 그런 옵션은 없었다.

SGLT-2억제제 기전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심부전 외에도 광범위한 치료 효과를 확인했는데, 이러한 점이 자디앙이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서도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던 요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출률 감소·보존 심부전 환자에서 모두 유의미한 치료 효과를 확인한 자디앙을 우선 적으로 써야 하는 환자군을 택한다면.

"좋은 질문이지만 답하기 어렵기도 하다. 시급성을 고려해 우선 순위를 따진다면 박출률 감소 심부전은 고려할 수 있는 다른 치료 옵션이 있다. 반면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는 대안 약제 자체가 없기 때문에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박출률 감소 심부전이 더 중증이고 사망률도 높고 젊은 환자가 많다. 그런 점을 고려했을 때 양쪽 모두 시급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는 심부전 환자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치료 가이드라인도 자디앙을 강력하게 권고하며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그러나 급여 적용은 되지 않아 처방이 제한된다. 호주는 어떤가.

"호주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은 자디앙과 다파글리플로진이 적응증을 획득한 후 1~2년 내로 급여가 적용됐다. 현재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서 급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머잖아 박출률에 상관없이 활발한 처방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한국은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에서도 급여가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 심부전은 개인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손실이 상당한 질환이므로 명확히 효과를 확인한 약제는 신속히 급여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호주에서는 자디앙의 리얼월드 데이터나 임상 현장 효과를 어떻게 평가하나.

"호주가 한국보다 먼저 급여가 되긴 했지만 비교적 최근이다. 임상 현장에서는 급여가 되자마자 바로 처방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리얼월드 데이터는 확인되지 않았다. 치료 효과는 꽤 유의미한 것으로 확인된다."

앤드류 코츠 박사
앤드류 코츠 박사

▶자디앙 역할이 어떻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는지 듣고 싶다.

"자디앙 등 SGLT2억제제가 2형당뇨병, 만성심부전, 만성콩팥병에서 효과를 확인한 것만으로도 놀라운 성과이고, 그것만으로도 기존의 어떠한 계열보다 더 다양한 효과를 입증했다고 봐야 한다.

현재 자디앙은 급성심근경색환자를 대상으로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및 모든 사망 위험 감소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EMPACT-MI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외 분야에서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추정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추정 단계다.

아직 대규모 연구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심혈관계 질환이 없는 고지혈증이나 고혈압, 흡연자 등 고위험군에서의 예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