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치매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수명이 연장되고 노인 인구가 증가하면서 치매 환자의 수도 늘어난다. 생활 환경이 바뀌고 의료 기술이 발달하여 치매의 여부와 상관없이 오래 생존하므로 치매 환자의 수는 계속 누적된다.

국내 치매 환자도 해마다 늘어서, 지난해(2022년)에는 95만명, 올해(2023년)에는 드디어 백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다면 치매의 발병도 증가하고 있을까? 치매의 증가 추세를 묻는 질문이다. 현재의 치매 환자 수는 이미 치매에 걸려서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과 올해 치매에 걸린 사람들을 합한 숫자이다.

새롭게 치매 환자 그룹에 진입하는 사람들의 숫자들만 본다면, 작년에 치매에 걸린 사람의 수가 10년 전에 치매에 걸린 사람들의 수보다 많은가? 여기에 대한 대답은 복합적이고 애매하다.

인구의 증가와 고령화로 인하여 치매의 발병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중진국과 발전 도상에 있는 나라에서 증가가 두드러진다.

중국을 비롯해서 경제 성장이 한참 진행 중인 많은 아시아권의 나라가 이에 속한다. 아시아권의 국가에서는 치매 외에도 비만, 당뇨, 고혈압 등 치매의 위험도를 높이는 질환의 발병도 증가하고 있다.

또한 의료 혜택이 확대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치매로 진단을 받아 통계 수치에 포함되니 환자의 수가 늘어난다.

이와 대조적으로 국민 소득이 높은 몇 개의 나라에서 치매의 발병률이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들 국가에서 수명이 연장되면서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치매 환자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증가 추세를 따지면 전보다 느리다.

치매의 발병에는 사회경제적 요인이 많이 작용한다. 전세계 치매 환자들에 대한 통계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생활 방식과 습관에 따라 치매의 위험도를 40%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면 교육 수준이 높으면 치매의 발병이 상대적으로 적다. 생활 방식이나 사회 경제적 요건이 달라지면 이에 따라 치매의 발병률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소득이 높은 일부 국가에서 치매 환자의 발병률이 감소한다는 보고들이 나오고 있다.

치매의 발병률이 감소한다고 확신하여 말하기에는 충분한 자료가 축적됐다고 할 수는 없으나, 보고서들은 대체로 일관된 경향을 나타낸다. 미국과 캐나다, 유럽 국가들 중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스웨덴, 아이슬란드 등에서 나온 통계가 그렇다.

소득이 높은 나라 중에서도 예외가 있다. 일본에서 나온 통계에 따르면, 2012년 일본인의 치매 발병이 24년 전인 1988년의 발병보다 높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경기도 연천에 사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수행한 조사가 있다. 연천은 대한민국의 최북단에 위치해 군사보호지역이기 때문에 인구의 유입이나 유출이 적은 안정된 지역이다.

인구는 4만 5000명 남짓이고 농촌이라는 특성으로 노인의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다소 높은 편이다. 연천에 사는 65세 이상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치매의 발병을 조사한 두 개의 독립적인 연구들이 있다.

서울대 등의 연구팀이 1996년에, 그리고 2008년에 이 지역의 건강한 노인을 대상으로 각각 5 년의 기간 동안 치매의 발병을 조사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나이는 두 조사에서 모두 72 세 전후였다.

결과를 서로 비교했더니 2008년의 조사에서 얻은 치매의 발생이 1996년의 조사에서 얻은 치매의 발생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1996년도에 1000명 당 27명이 치매에 걸렸고 2008년에는 1000명 당 16명이 치매에 걸려서, 치매의 발생이 12년의 간격을 두고 줄어든 결과가 나왔다.

연천에 국한된 자료가 전국적인 추세를 반영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제한된 지역에서라도 치매가 덜 발생한다는 통계가 고무적이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치매 발병에 관해서 미국과 유럽에서 수행된 여러 개의 연구가 있다. 그중 7개의 조사 결과를 종합하고 참가자의 나이를 보정해서 지난 27년 간의 치매 발병의 추이를 분석한 자료가 있다.

먼저, 치매의 발병의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나이'이다. 나이에 따라 치매의 위험도는 급격히 증가한다. 60대 후반의 사람들 1000명 중에서 4명이 치매에 걸리지만, 80대 후반의 사람들 1000명 당 65명이 걸린다.

하지만 이런 요소를 모두 감안하고 나이를 보정하여 치매 발병률을 보았더니 7개 조사 모두 일관적으로 시대에 따라 감소하는 추세를 보여 10년 마다 평균 13% 정도의 비율로 감소했다.

시대가 지나면서 치매 발병률이 낮아지는 추세라면 시대에 따라 뇌의 건강이 개선되고 있다는 뜻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수행된 연구가 있다.

미국에서 1500명 정도의 노인들이 이 연구에 참가했다. 노인들은 주기적으로 인지 검사를 받고 사망한 후에는 뇌를 기증하기로 했다. 노인들은 1905년에 태어난 사람들부터 1930년에 태어난 사람들까지 있었으나, 그들은 평균 90세 전후에 사망했다.

참가자의 교육 수준은 시대의 차이가 없이 대체로 비슷했다. 뇌를 기증한 사람들의 뇌를 사후에 부검해 시대에 따라 뇌의 건강 상태에 차이가 있는가를 조사했다.

치매를 앓다가 죽은 사람들의 뇌를 부검하면 정상적인 인지 능력을 유지한 채 사망한 사람들의 뇌와 구별되는 특징을 보인다. 알츠하이머병으로 사망한 환자의 뇌는 아밀로이드나 타우 단백질이 엉겨서 침착되어 있는 특징을 나타낸다.

타우는 전두측두엽 치매에도 나타난다. 아주 고령의 나이에 치매 증상을 나타내는 사람들의 뇌에는 TDP43 단백질이 침착돼 있다. 루이체는 파킨슨병과 관련된 치매에서 나타나는 단백질의 응집체이다.

그래서 시대에 따라 사람들의 뇌에 이러한 병리학적 특징의 차이가 있는가를 검사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대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뇌에는 치매 유발 물질이 비슷한 정도로 축적되어 있다.

먼저 시대의 사람이든 나중 시대의 사람이든, 치매와 관련된 단백질의 응집이 뇌에 침착한 정도에 있어서 차이가 없었으며, 타우 단백질의 이상 응집은 오히려 나중에 태어난 사람들에게서 더 많았다.

다시 말하면 1930년도에 태어난 사람들의 뇌에는 1905년에 태어난 사람들의 뇌에서만큼 치매 유발 물질이 있었다.

하지만 뇌혈관 건강의 측면에서는 시대에 따라 크게 차이가 있었다. 나중 시대의 사람들이 먼저 태어난 사람들보다 뇌에 동맥경화나 죽상동맥경화를 보이는 비율이 낮았다.

1930년에 태어난 사람들이 1905년에 태어난 사람들보다 심혈관 건강 상태가 더 좋다는 뜻이다. 나중 시대에 태어난 사람들은 뇌혈관의 손상이 적고 건강한 상태에 있어서 뇌에 치매 유발 물질이 있어도 신경의 손상이 늦게 진행되어 치매로의 진행이 느리다.

나중 시대의 사람들이 치매에 덜 걸리는 이유는 뇌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항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소득 국가에서 시대에 따라 치매의 발병률이 낮아지는 현상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심혈관계 건강이 중요한 몫을 한다고 해석한다.

심혈관계의 상태가 좋지 않으면 심장 질환으로 발전하고 뇌졸중 등의 뇌혈관 질환을 일으켜서 혈관성 치매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도 있으며, 신경에 손상을 주어 인지 능력의 감퇴의 원인이 되어 알츠하이머 병을 비롯해서 모든 종류의 치매의 가능성이 높아진다.

따라서 식생활을 개선하고 운동을 하며 흡연을 줄이고 당뇨, 비만, 고혈압, 고지혈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총인구 대비 노인 인구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으며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치매 발병의 위험 요소도 증가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치매 환자가 증가할 수밖에 없지만 생활 습관의 개선을 통해 치매의 발병을 낮출 여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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