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약의 개발에 대하여 말들이 많지만, 아직까지 치매에 대한 최선의 방책은 예방이다. 치매는 발병의 과정과 경로가 다양하다. 과연 치매 예방이 가능한가?

치매의 위험인자들 중에는 의지적으로 조절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노화이다. 나이가 들면서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지지만, 아무도 노화를 막지 못한다. 유전적 요소도 바꾸지 못한다. 나이가 65 세 되기 전에 걸리는 치매를 조발성 치매라고 하는데, 유전적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치매의 발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유전자 변이들이 몇 가지 알려져 있다. 유전자 변이가 원인이 되어 발병하는 치매는 아주 드물다.

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노화와 함께 걸리는 치매도 유전자 형에 따라 발병에 영향을 받는다. 가장 잘 알려진 경우는 아포지단백 E (Apo-E) 유전자이다. Apo-E는 사람에 따라 ε2, ε3, ε4 형을 가지는데, ε4 형을 가진 사람은 ε2나 ε3 형을 가진 사람들에 비해 나이가 들면서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Apo-E 유전자의 ε4 형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모두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는 않으며, 그 유전형이 없다고 해서 병에서 안전하지도 않다. 단지 상대적으로 가능성이 더 높고 낮음의 차이가 있으므로, 가족력에 따라 생활 습관의 관리가 특히 더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Apo-E 유전형에서 보는 바와 같이, 치매는 대부분의 경우 유전적 인자와 환경이나 생활 습관 등 복합적 요소가 함께 작용하여 노화와 함께 발병한다.

치매의 발병 위험인자 중에는 후천적이고 의도적인 노력으로 조절이 가능한 부분이 있다. 2020 년에 권위있는 의학전문지 ‘란셋’에서 전세계 치매 환자들에 대한 통계 자료를 분석해서 주요 치매 위험인자를 12 개로 파악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위험인자를 관리하여 치매의 40 %를 예방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다고 한다. 낮은 교육 수준, 고혈압, 난청, 흡연, 비만, 우울증, 운동 부족, 당뇨, 사회적 고립, 음주, 뇌의 물리적 손상, 대기 오염 등 12 개이다. 2022 년 미국의학회지에 발표된 자료도 비슷한 결과를 말한다. 미국인을 대상으로 분석을 한 결과, 이상에서 언급한 12 개 위험인자가 전체 치매의 40 %의 원인이 되며, 따라서 40 %의 치매는 예방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에서는 특히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이 치매 발병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다.

인생의 단계 별로 구분하면, 젊었을 때의 교육의 효과가 노년기까지 영향을 미치고, 45 세에서 65 세까지의 중장년기에는 고혈압, 비만, 음주, 청각 장애, 머리의 외상 등을 집중 관리해야 하며, 노년기에는 흡연, 우울증, 사회적 고립, 운동 부족, 당뇨, 대기 오염 등의 인자들을 특히 관리해야 한다. 위험인자들은 대부분 뇌신경의 퇴화와 병적 진행과 관련이 있으므로, 이들 요인들을 미리 관리함으로써 치매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한다. 운동을 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며, 고혈압과 고지혈증, 당뇨, 체중을 관리하고, 음주와 흡연을 줄이고, 필요하면 보청기를 사용하고, 신체적 활동과 정신적 활동을 지속적으로 활발하게 할 필요가 있음은 사실 이미 다 알고 있다. 단지 실천하는 일만 남아 있다.

생활 습관 관리가 언제부터 필요한가? 이미 증상을 나타냈거나 나타내기 시작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건강한 사람도 필요하다. 노년기에도 필요하지만, 역학 조사와 임상시험들에 따르면 중장년기에 생활 습관 관리를 하면 더 효과적이다. 미국의 카이저 건강보험회사가 약 1만 5천 명의 건강검진 기록을 분석했더니, 중년기 (40 대~ 50 대)의 혈압, 체지방, 콜레스테롤 수치와 30~40 년 후인 80 대에서의 치매의 발병률이 서로 관련되어 있었다. 이 외에도 비슷한 내용의 조사와 보고서들이 많이 나와 있다.

운동의 효과도 마찬가지이다. 임상시험은 참가자들이 정해진 강도의 운동을 정해진 시간 동안 하고 그 효과를 관찰하는데, 기껏해야 1 년에서 2 년 사이의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수행된다. 역학 조사는 장기간에 걸친 운동의 효과를 비교할 수 있지만, 조사에 참가하는 사람들마다 변수가 많고 참가자들의 주관적인 판단과 보고에 의존해야 한다. 각각 장단점이 있지만 이들 보고서들을 종합하면 운동, 특히 유산소 운동이 노후에 필요하며, 중년기부터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운동하면 노후의 인지 능력 관리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도 인지 능력 관리를 위해서 운동을 하라고 권장한다.

치매 예방을 위해서 스타틴, 아스피린 등의 약이나 비타민 및 기타 영양제를 장기 복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역학조사의 결과는 일관성이 없으며, 임상시험에서 대부분 효과가 없다.

위에서 언급한 12 개의 위험인자 중에서 낮은 교육 수준이 포함된다. 교육 수준이 높을수록 치매에 덜 걸린다는 관찰은 일관성있게 보고되며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교육 수준이 낮다고 해서 뇌신경의 퇴화나 치매의 병적 진행이 촉진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교육 수준이 높으면 치매의 위험 요소에 대한 저항성이 높아져서 노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교육이란 노년기의 인지 훈련이 아니라 젊었을 때에 이루어지는 활동을 말한다. 노년기의 인지 훈련의 효과에 대해서는 일관적인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 하지만 젊었을 때의 교육은 신빙성 있게 노후의 치매의 위험도를 낮춘다.

젊었을 때의 교육이 노년기까지 영향을 미치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지만, ‘인지예비능’을 향상시킨다고 보고 있다. 죽을 때까지 정상적인 인지 능력을 유지했는데, 뇌를 부검했더니 손상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는 경우가 있다. 인지 능력과 치매의 병리학적 특징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설명하기 위해서 인지예비능이라는 개념이 나왔다. 인지예비능의 실체가 무엇인가에 대해서 뇌의 활동과 신경의 차원에서 여러 각도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요약하면 인지 능력의 손상에 대하여 저항하는 능력이다. 머리는 쓰면 좋아지고 쓰지 않으면 녹슨다는 개념으로, 인지예비능이 클수록 뇌가 신경의 손상에 대해서 저항성이 있다. 치매에 걸린 경우에도 교육 수준이 높은 환자는 병리학적 진행에 비해 증상이 덜하다는 보고가 있다.

인지 능력의 관점에서 노년기의 인지 능력이나 치매의 발병에 언제부터 영향을 미치는가? 미국에서 수녀를 상대로 이루어진 역학 조사가 있다. 수녀들은 수도원에 입회해서 죽을 때까지 생활 환경과 생활 방식을 공유하며 평생을 보낸다. 그래도 나이가 들어서 누군가는 치매에 걸리고, 누군가는 정상적인 인지 능력을 유지한다. 이들이 수도원에 입회하면서 20 대 전후에 작성했던 자기소개서를 근거로 판단한 지적 능력과 대략 60 년이 지난 이후인 80 세~90 세에 치매에 걸리는 위험도를 비교했더니 서로 관련성이 있었다. 영국에서 이루어진 조사는 이보다 더 이른 시기까지 언급한다.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지능검사가 있다. 1932 년에 11 세가 된 아동들 (1921 년생)에게 수행했던 지능검사 기록과 이후 77 세, 87 세가 되었을 때의 건강검진 기록을 비교한 연구가 있는데, 어렸을 때의 인지 능력과 노후의 치매의 발병의 위험도가 서로 관련성이 있다.

치료 방법이 마땅하지 않은 시점에서, 생활 습관과 환경을 조절함으로써 치매 발병을 저지하거나 예방할 수 있다는 통계는 고무적이다. 치매에서 안전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생활 습관 관리는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 발병할 때보다 발병하기 전에, 노년기보다 중장년기에 하는 것이 좋고, 그보다는 청년기에 하는 것이 좋다. 치매 예방의 노력에 관해서 나이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말이 있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년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2022년 2월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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