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졸겐스마에 대한 보험 급여의 적정성이 인정되었다. 보험이 없이는 환자가 실제로 접근할 수 없는 고가의 약값 때문에, 졸겐스마의 보험 급여의 인정은 약물로의 승인만큼 의미가 있다. 졸겐스마는 중증의 척수근위축증에 적용하는 유전자 치료제이다.

유전자 치료제란, 환자의 유전 정보를 변화시켜 치료하는 약물이다. 유전자는 DNA 나 RNA의 형태의 유전정보 물질이다. 환자에게 유전자를 주입한다고 무조건 유전자 치료제가 아니고, 약물이 환자의 세포에 있는 유전정보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킬 때에 유전자 치료제라고 한다.

예를 들면, 코로나 백신 중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은 RNA 약물이지만,이들은 유전자 치료제가 아니다. RNA가 체내에서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제공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분해되어 체내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유전자 치료제의 경우, 주입된 유전자는 목표로 하는 세포의 염색체에 편입되어 세포의 유전정보를 영구적으로 변화시키며 세포가 분열할 때에는 편입된 유전정보도 함께 복제되고 딸세포로 전달된다.

킴리야 등과 같은 CAR-T 치료제가 유전자 치료제의 예이다. 환자의 면역 세포를 뽑아내어 면역 기능을 강화하는 유전자를 주입하여 변형시킨 다음 환자에게 재주입한다. 체외에서 세포의 유전자를 변형하기 때문에 효율과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장점이 있다.

이에 비하여 졸겐스마는 유전자를 배달용 바이러스에 포장해서 환자의 신체에 직접 주입하는 방식의 약물이다. 배달용 바이러스가 유전자를 목표하는 세포로 운반하여 침투시키면 유전자는 세포 내의 염색체 안에 편입되고 안착하여 작용한다.

배달용 바이러스는 체내에서 의미 있는 기능을 하지도 않고 스스로 증식하지도 않고 면역 반응도 일으키지 않아서 무해무익하며, 단지 목표 유전자의 배달 기능만을 하고 분해된다.

졸겐스마와 같이 신체에 직접 유전자를 주입하는 경우에는 몇 가지 부작용이 이론적으로 있을 수 있다.

▲유전자를 신체에 직접 주입함으로써 과다한 면역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
▲유전자가 목표하는 세포 외에 다른 세포나 조직으로 들어가서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킬 가능성
▲외부에서 주입한 유전자가 목표하는 세포의 유전자에 편입해 들어갈 때에 염색체의 원하지 않는 부분에 끼어 들어가서 기존 유전자의 정보를 의도하지 않게 변형시킴으로써 암을 유발할 가능성 
▲배달용 바이러스가 체내에 이미 편입되어 있는 다른 바이러스의 유전정보와 합쳐져서 기능을 획득하고 활성화되어 부작용을 나타낼 가능성 등이 있다.

유전자 치료제는 새로운 종류의 약물이므로, 안전성에 관한 축적된 정보가 많지 않다.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약물로 승인을 받았지만, 졸겐스마와 같이 희귀병에 사용하는 유전자 치료제는 비교적 소규모의 임상시험을 하고 승인이 되므로 이상에서 언급한 이론적·확률적인 부작용의 가능성을 검증할 필요가 여전히 있다.

그래서 졸겐스마 투여 후 미국의 경우 25년, 한국의 경우 15년 장기 추적 조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졸겐스마의 논란의 중심은 안전성이 아니라 '가격'이다. 약값이 210만 불, 요즘 환율로 26억 원에 달하는 초고가 약물이다. 약값이 어느 정도 되어야 약효와 부작용을 비교해서 치료에 대하여 결정을 하지만 이렇게 고가의 약물에 대하여는 환자에게 치료의 선택권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고 부작용에 대한 논의조차 2차적인 문제로 밀려난다.

이제 환자에게 있어서 치료의 여부는 의학과 과학에 근거한 합리적이고 실리적인 판단의 영역이 아니라 생명권과 인권의 문제로 전환된다.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 게티이미지

약값을 조달하는 방법이 윤리적인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제조 회사인 노바티스는 졸겐스마가 허가되지 않은 나라의 환자들 중 매년 100 명에게 약물을 무상으로 투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환자에게 공정하게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서 환자 선정을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점에서, 문자 그대로 목숨을 걸고 하는 로또이다. 2019년 벨기에의 한 부부가 자신들의 아기 ‘피아(Pia, 한글화한 발음은 비아)’의 치료를 위해서 소셜미디어를 공격적으로 이용한 크라우드펀딩의 방식으로 약값을 마련한 경우가 있었다.

이런 규모의 모금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기부의 속성상 총 기부액이 26억 원 증가하기 보다는 총 기부액은 고정되어 있고 단지 26억 원이 한 개인에게 집중함으로써 상대적으로 누군가가 누릴 수 있었을지도 모를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되는 제로섬 게임이라는 문제가 있다.

CAR-T 치료제를 제외하고, 유전자 치료제로서 현재 서구권에서 승인을 받은 약물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다.

미국의 경우, 2017년에 승인된 유전성 망막질환에 사용하는 룩스투나와 2019년 승인된 척수근위축증에 적용하는 졸겐스마가 있고 유럽연합에는 이 두 가지에 더하여 유전성 빈혈에 사용하는 진테글로, 유전성 대사성 질환 지단백효소결핍증에 사용하는 글리베라가 승인되어 있다. 이 중에서 글리베라는 한 명의 환자를 치료한 이후 경제성이 없어서 이미 시장에서 퇴출되었다.

유전자 치료제 약물의 출현은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유전자 치료제의 개발은 매우 활발하다. 현재 500 개 이상의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며, 특히 최근 몇 년 전부터 유전자 치료제에 대한 새로운 임상시험의 신청과 투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임상시험과 개발의 성공률을 고려할 때에, 미국 FDA는 2025 년 이후 매년 10 ~ 20개의 유전자 치료제가 약물로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측한다.

초고가의 약값은 졸겐스마에 국한되지 않는다. 안과 질환에 사용하는 룩스투나의 경우, 안구 당 42만 5천 달러 (5억 원), 양쪽 눈의 치료에 필요한 가격은 85만 달러 (10억 원) 이다. 유럽에 이미 승인이 되었고 미국에서 심사 중인 유전성 빈혈약 진테글로의 경우, 가격이 졸겐스마와 유사하다.

이미 시장에서 퇴출된 글리베라의 경우 2012년 승인되었을 때에 160만 달러 (20 억원)에 책정되었다가, 후에 100만 달러 (12억 원)로 수정되었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승인될 유전자 치료제의 가격은 대체로 100만 달러 ~200만 달러의 범위에서 책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항암제를 비롯한 신약들의 가격이 억원 대인 현실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는데 앞으로 유전자 치료제 약물들이 10억 원 단위의 가격표를 달고 줄줄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척수근위축증은 환자의 운동신경이 SMN1 유전자 변이 때문에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여 생기는 병이다. 졸겐스마는 정상 작동하는 유전자를 추가로 환자에게 넣어 주어서, 운동신경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약물이다.

1회성 치료제이며 중증의 아기 환자는 치료를 받음으로써 생명을 구할 수 있다. 졸겐스마는 기적의 약물은 아니다. 이미 손상된 운동신경을 회복시키지는 못하므로 환자의 운동신경의 손상 정도에 따라 장애를 안고 살게 된다. 운동신경의 손상이 덜 진행되었을 때에 사용해야 효과가 있으므로 가능하면 일찍 투여해야 하며 생후 2년 미만의 환자에게 허가된 이유이다.

척수근위축증 약물로 유전자 치료제 말고도 다른 약들이 있는데 환자는 약물을 평생 투여해야 한다. 스핀라자는 RNA 약물로서 환자의 변이된 유전자가 제대로 된 단백질을 만들어 내도록 보정시킨다.

첫 해에 75만 달러, 이후 매년 37만 5천 달러의 약값이 든다. 한국에서 보험이 적용된다. 리스디플람(상표명: 에브리스디)도 최근 허가를 받았다. 환자가 제대로 된 단백질을 만들도록 돕는 화합물로서 경구 투여가 가능하며 약값이 연간 34만 달러로 스핀라자에 비해 저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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