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팜뉴스=이석훈 기자] 해마다 50 개 정도의 물질이 미국 FDA에서 신약 허가를 받는다. 그 중의 삼분의 일이 항암제이고, 그들의 대부분이 표적항암제이다. 항체 등 단백질이나 세포 치료제, 유전자 약물보다는 저분자 화합물이 많다. 작용 기전을 보면 대개가 신호전달억제제이다. 국산 신약 중에서도 슈펙트 (성분명 라도티닙, 일양약품), 올리타 (올무티닙, 한미야품), 렉라자 (레이저티닙, 유한양행)가 ‘저분자 신호전달억제 표적항암제’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암세포는 정상세포와 다르다. 다름의 기원은 유전자 변이이다. 부모로부터 암과 관련된 변이가 유전되는 경우가 일부 있다. 몇 년 전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모계에서 유전된 BRCA1 유전자의 변이 때문에 유방암과 난소암에 걸릴 확률이 아주 높아서, ‘내가 키워야 할 아이들이 있다’고 말하면서 유방과 난소를 선제적으로 절제해서 화제가 되었다. 

대개의 경우는 후천적 변이 때문에 암이 생긴다. 살아가는 동안 무수한 세포분열을 하면서 유전자 증식 과정에서 내재하는 확률적 오류 때문에, 또는 세포 내 활성 산소 발생 등의 내재적 요인이나 흡연, 자외선 노출 등의 외재적 요인 등으로 유전자가 손상될 때에 수정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생겨 다양한 변이가 도입된다. 

대부분의 유전자 변이는 세포에 별로 영향을 주지 않거나, 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변이가 세포의 증식이나 사멸과 관련되는 유전자에 있는 경우, 종양억제 유전자에 있는 경우, 유전자 손상을 수정하는 장치와 관련된 유전자에 있는 경우에는, 세포가 궤도를 이탈하여 무한 증식하는 암세포가 된다. 

이들 유전자 변이에서 기원하는 암세포의 특징을 공략하는 약물들이 표적항암제이다. 전통적인 화학요법 제제는 암세포와 정상 세포를 가리지 않고 증식하는 모든 세포를 죽이지만,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여 그 증식을 억제한다.

암특이항원이 세포 표면에 있는 경우, 면역항체 약물로 공략할 수 있다. 암항원 CD20에 대한 항체인 리툭시맙 (상표명 리투산), HER2 항체인 트라스투주맙 (허셉틴), EGFR 항체인 세툭시맙 (얼비툭스) 등이 표적항암 면역항체 약물들이다. 

하지만, 암특이항원이 세포 내부에 있는 경우, 면역항체와 같은 거대분자들은 접근하지 못한다. 암을 일으키는 변이가 주로 신호전달 과정의 오류에서 비롯하기 때문에, 저분자 화합물 신호전달억제제를 사용한다. 세포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단백질들은 활성 (1)과 비활성 (0)의 상태로 존재한다. 수많은 단백질들의 활성과 비활성의 무수한 순열 조합, 즉 1 과 0 상태의 순열 조합의 결과물이 세포를 살아있게 하고, 조직과 기관을 작용하게 하는 생명 현상이다. 

세포에서 각 단백질의 활성과 비활성을 전환하는 과정을 신호전달이라고 하고, 활성과 비활성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키나제라고 한다. 키나제 역시 활성과 비활성 상태로 존재한다. 대부분의 표적항암제는 키나제의 작용을 억제하는 화합물들이다. 사람에게는 약 500 종의 키나제가 있는데, 약 50 종이 암의 발생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매티닙 (상표명 글리벡)은 최초의 신호전달억제 표적항암제이다. 대부분의 만성골수성백혈병은 BCR-ABL 키나제 때문에 발병한다. 건강한 세포에 존재하는 BCR 키나제와 ABL 키나제가 암세포에서는 혼성 키나제 BCR-ABL로 존재하며, 그 결과 키나제 기능이 활성 상태로 고정되어 세포 증식 신호를 지속적으로 보낸다.

시바-가이기 (이후 노바티스와 합병) 제약회사가 각종 키나제에 대한 억제제를 집중 개발하는 과정에서, BCR-ABL 억제제인 이매티닙이 만들어졌다. 1998 년에 첫 환자에게 투여하였고, 임상시험을 거쳐서, 불과 3 년 만인 2001 년에 FDA 허가를 받았다. 

이매티닙은 특정 키나제를 타겟으로 하여 개발된 최초의 약물이다. 이매티닙은 우수한 약효를 입증하고, 만성골수성백혈병 외에도 급성림프구성백혈병과 위장관의 종양 등 적응증을 확장하여 상업적으로도 성공했다. 곧이어, EGFR 변이를 타겟으로 하는 게피티닙 (상표명 이레사) 와 엘로티닙 (상표명 타세바)이 폐암에 사용하도록 허가를 받았다.

이후, 키나제를 타겟으로 하는 약물들이 계속 개발되어서, 이매티닙이 허가를 받은 후 불과 20 년이 지난 오늘, FDA 허가를 받은 저분자 화합물 신호전달억제제는 거의 100 개에 근접하며, 그들 대부분이 표적항암제이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의 특정 변이를 타겟으로 하므로, 약물의 대상 환자가 제한적이다. 예를 들면, 이매티닙의 타겟이 되는 BCR-ABL 변이는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의 대부분에게서 발견되지만, 비소세포성 폐암에 적용하는 게피티닙이나 엘로티닙의 타겟이 되는 EGFR 변이는 환자의 절반 미만에서만 발견되고, 역시 비소세포성 폐암에 적용하는 크리조티닙 (상표명 잘코리)의 타겟이 되는 ALK 변이는 아주 일부의 환자에서만 발견된다. 

따라서, 환자의 암세포의 성질을 파악하여 약물을 투여한다. 표적항암제가 효과가 있을 때에도, 일부 암세포는 살아 남아서 재발하곤 하므로, 치료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표적항암제를 단독 투여하기 보다는, 흔히 관문억제제 등의 다른 기전의 항암제를 병용 투여한다.

또한, 암세포는 계속 변이하여 항암제가 작용하는 타겟을 변화시키거나 우회 경로를 찾아서 생존하므로, 환자는 곧 표적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나타낸다. 이러한 이유로, 1 세대 신호전달억제제가 듣지 않게 되고, 그래서 내성을 우회하여 작용하도록 수정한 2 세대, 3 세대, 4 세대 약물을 필요로 하게 된다. 

과거 5 년 동안 FDA 허가를 받은 항암제들을 분석한 미국의학협회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암의 치료 과정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신약은 일부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신약 개발은 항암 치료의 비용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결론한다. 최근 개발된 항암 신약들 중 1 차 치료제로 사용되는 약물은 30 % 미만이며, 대부분이 2 차 치료 혹은 그 이후에 사용되거나 보조 치료제로 사용된다. 

또한, 이매티닙 이후 20 년 동안 FDA 허가를 받은 신호전달억제제를 평가한 다른 보고서는, 표적항암제의 개발로 많은 환자가 생명 연장의 혜택을 보았으나, 내성과 재발 때문에 역설적이게도 암 환자의 수가 늘어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신호전달억제 표적항암제는 양적으로 급성장했다. 축적된 기술과 정보를 바탕으로 치료 효과를 높이고 독성을 줄이도록 디자인되며, 환자의 생명 연장을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하는 항암제의 특성상 약물로의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개발의 성공률이 높다. 

2020 년과 2021 년, FDA 허가를 받은 ‘저분자 신호전달억제 표적항암제’는 전체 약물 승인의 15 퍼센트를 차지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변이에 관한 유전자 정보가 광범위하게 분석되어 암과 관련된 새로운 신호전달 경로와 새로운 종류의 키나제 억제제가 발굴되고 있지만, 항암 표적의 수가 획기적으로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며, 향후 개발은 내성과 재발이라는 표적항암제의 단점을 극복하는 방향이 중심이 되리라고 기대한다. 

환자 각각의 암세포의 특성, 암의 바이오마커를 파악하여 적용하는 표적항암제의 성장은 환자 맞춤형 치료, 또는 정밀의학의 발전의 일부이다. 최근 바이오마커 분석에 근거하여, 암의 종류를 불문하고 특정 유전자 변이를 기준으로 적용하는 ‘애그노스틱’ 항암제로 2 개의 신호전달억제제가 승인이 되었다.

라로트렉티닙 (상표명 비트락비) 와 엔트렉티닙 (상표명 로즐리트렉)가 각각 2018 년, 2019 년에 NTRK/ROS1/ALK의 특정 변이를 근거로 하는 다양한 암에 적용하도록 FDA 승인를 받았다.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2022.2월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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