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성은아 박사
사진. 성은아 박사

파킨슨병의 주 증상인 운동증상은 뇌의 흑질 부분에 있는 운동을 조절하는 도파민 신경이 손상되어 나타난다. 운동증상이 나타나서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을 무렵이면 보통의 경우 이 부분의 도파민 신경의 50 %가 손상되어 있고, 신경 말단의 도파민 함량은 80 %가 감소되어 있다.

아직까지 신경의 손상을 막고 파킨슨병을 치유하는 약물은 없다. 현재 사용되는 약물들은 운동증상을 완화함으로써 삶의 질을 향상하는 목적으로 투여된다. 레보도파는 파킨슨병 치료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약물이다.  

레보도파는 1960 년대에 처음 파킨슨병 환자에게 투여되었으며, 1970 년에 미국 FDA의 허가를 받았다. 지금까지도 파킨슨병에 있어서 레보도파와 경쟁할 만한 약물은 없다. 레보도파는 도파민의 전구체이다. 약물이 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뇌혈관장벽’을 통과해야 한다. 도파민이 뇌혈관장벽을 투과하지 못하므로, 레보도파를 투여한다. 레보도파는 뇌로 흡수된 다음 도파민으로 바뀌어서 작용한다. 

신경세포는 흥분함으로써 정보를 인접 신경으로 전달한다. 도파민 신경은 도파민을 신경전달물질로 사용한다. 도파민 신경은 도파민을 만들어서 패키지로 포장하여 신경 말단에 저장해 두었다가, 흥분하면 외부로 방출한다.

방출된 도파민이 인접 신경의 수용체를 자극함에 따라 흥분이 전파된다. 파킨슨병의 경우, 도파민 신경이 손상되어 도파민을 생산하고 방출하지 못하여, 신경 간의 흥분 전달이 이루어지지 못한다. 레보도파는 신경세포에서 도파민으로 전환되어 신경의 흥분 전달을 원활하게 한다.

레보도파는 매우 효과적인 약물이지만, 장기간 투약하면서 환자는 점차 이상운동증을 나타낸다. 환자에게 약효가 있는 ‘온 (on)’ 상태와 약효가 나타나지 않는 ‘오프 (off)’ 상태의 기복이 불규칙하게 나타나고, 약효가 없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고, 불수의적 운동이 항진되고, 이상긴장증이 나타난다.

환자에 따라서 전등을 키고 끄는 것처럼 갑자기 증상이 발현하기도 한다. 레보도파를 5 년 이상 사용한 환자들 중 절반이, 10 년 이상 사용한 환자의 경우에는 대부분이 이상운동증을 나타낸다. 이상운동증상은 단순히 레보도파의 투여기간에 비례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도파민 신경의 손상 정도와 관련되어 나타난다. 따라서, 레보도파의 투여를 의도적으로 늦추어도 이상운동증상 발현을 지연시키지 못한다. 

이상운동증상은 레보도파가 독성이 있어서가 아니라, 불안정해서 나타난다. 즉, 레보도파의 불안정성과 도파민 신경의 소실이 함께 작용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레보도파는 혈중 농도가 투여 후 50 분이면 반으로 감소할 정도로 불안정하고, 투여한 약물의 1%만이 뇌로 흡수된다.

파킨슨병 초기에는 도파민 신경이 어느 정도 남아 있어서 레보도파를 도파민으로 바꾸어 저장하여 두었다가 도파민을 지속적으로 방출한다. 파킨슨병이 진행되어 도파민 신경이 줄어들면 레보도파/ 도파민의 저장 능력도 고갈되고, 뇌에서의 도파민 공급은 전적으로 혈중 레보도파 농도에 의존하게 되어 불안정해진다. 혈중 레보도파가 과도하게 높거나 낮을 때에 이상운동증이나 긴장증이 나타난다. 

혈중의 레보도파 농도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파킨슨병 운동증상 및 이상운동증 관리에 중요하다. 레보도파는 혈액 중에 존재하는 동안에 도파 탈탄산효소에 의해 도파민으로 전환된다.

도파 탈탄산효소 억제제인 카비도파를 함께 투여하면, 레보도파의 반감기가 90 분으로 늘어나고, 동시에 뇌혈관장벽을 통과하여 뇌에 흡수되는 레보도파 양이 5 배 이상 증가함으로써, 레보도파의 투여 용량을 줄일 수 있다. 레보도파/ 카비도파 서방형은 레보도파의 반감기를 더 연장하지만, 대신 레보도파의 약효가 지연되어 나타난다.

흡입용 레보도파/ 카비도파 제제 (인브리자)는 속성으로 작용하는 제제로서, 약효가 떨어진 상태의 환자가 긴급하게 약효 회복을 필요로 할 때에 사용한다. 서방형 제제와 속성으로 작용하는 제형의 개선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파킨슨병이 많이 진행된 환자는 자율신경 증상 때문에 위장관 운동이 불규칙하고, 음식물도 약물 흡수를 저해하므로, 경구 투여한 약물의 흡수가 불규칙하다. 레보도파/ 카비도파를 소장에 직접 투여하는 제형(듀오도파 장내 겔)이 개발되었다.

듀오도파의 장내 투여를 위해서는 투여관을 소장의 공장 부위에 삽입해야 하는 부담이 있으므로, 투여 방법을 개선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레보도파를 피부 패치제를 통해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방법이 오래 전부터 시도되고 있으나, 레보도파의 흡수 효율이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에는 레보도파를 피하에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제형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레보도파의 또 다른 대사효소로 COMT가 있다. COMT 억제제인 엔타카폰을 함께 투여할 때에 도파 탈탄산효소 억제제와 마찬가지로 레보도파의 작용을 안정화하고 레보도파의 투여 용량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스타레보는 레보도파와 도파 탈탄산효소 억제제, COMT 억제제의 복합제이다. 

레보도파 대신, 도파민 수용체에 직접 작용하는 약물을 투여하여 도파민의 기능을 대신할 수 있다. 도파민 분해효소 MAO의 억제제도 같은 목적으로 사용한다. 이들 약물을 파킨슨병 초기에 레보도파 대신 사용하거나, 레보도파와 병용 투여하거나, 혹은 레보도파의 이상운동증에 대한 대체 약물로 사용한다.

이들 약물들은 레보도파보다 안정적이지만, 각각 나름의 부작용이 있다. 특히 도파민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은 충동성을 증가시켜서, 환자는 충동 구매, 도박, 성욕 항진 등의 행동 변화를 보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 약물은 레보도파에 비하여 효과가 적다. 

레보도파의 이상운동증을 완화할 목적으로 허가 받은 유일한 약물로 아만타딘이 있다. 오랫동안 사용되어 왔으나, 아만타딘은 이상운동증을 충분히 완화시키지 못하며, 정신 증상이나 저혈압 등의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

비교적 최근에 레보도파의 효과를 돕도록 허가 받은 약물로는 MAO 억제제인 사피나마이드, 아데노신 수용체에 작용하는 이스트라페딜린, COMT 억제제인 오피카폰이 있다. 

이상운동증이 심하지만 약물로 조절하기 어려울 때에는 심부뇌자극술 (DBS, deep brain stimulation)을 한다. 뇌의 운동회로는 인지기억회로와 독립적으로 작용하므로, 뇌의 인지 기억 능력에 영향을 주지 않고 심장에 심박동기가 작용하는 것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동회로를 자극시킨다.

심부뇌자극술은 레보도파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레보도파의 작용을 안정화하고 이상운동증을 완화하는 목적을 가진다. 파킨슨병이 심하여 레보도파가 작용하지 않는 상황이 되면 심부뇌자극술도 무효하다. 

현재 파킨슨병의 운동증상을 위해서 사용하는 약물들은 증상 완화제, 도파민 신경 타겟, 레보도파 중심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22 년 1월 기준으로, 임상 3상 단계에 있는 파킨슨병 약물 개발의 4분의 3이 도파민 신경에 대하여 작용함으로써 증상을 완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며, 상당 수는 레보도파나 도파민계 약물들의 제형 개발에 관한 것들이다. 

그러나, 파킨슨병 약물 개발은 점차 다양한 기전을 사용하고 다양한 타겟을 공략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도파민 신경 외의 다른 신경계와 다른 타겟을 통해서 운동증상을 개선하고 이상운동증 완화를 목표로 하는 약물들의 개발이 활발해서, 이들이 임상 2 상의 주종을 이룬다.

뿐만 아니라, 지난 20 년 동안 파킨슨병의 원인과 진행 기전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파킨슨병과 관련된 바이오마커에 대한 정보가 축적이 되어, 약물 개발의 근거가 되고 있다. 단순한 증상 개선을 넘어서, 파킨슨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막고자 하는 다양한 기전의 ‘치료제’ 약물들이 임상시험 단계에 있다. 

△성은아 박사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 학사
미국 뉴저지 주립대 박사
1998-2011년 미국 반더빌트 대학교/ 예일 대학교- 뇌신경계 작용 약물 기전 연구
2011-2015년 한국과학기술연구원-뇌신경전달 회로 연구
2018-2022년 2월 메디헬프라인(주) 약물 개발 연구, 메디헬프라인 수석연구원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이 시각 추천뉴스
랭킹뉴스